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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높이 사설] 뜨는 K웹툰, 지는 일본 만화
  • 김재성 기자
  • 2022-12-15 11: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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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이 올해 1~10월 이용자들의 웹툰 열람 이력을 분석한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최근 공개했다. 네이버웹툰 제공


[1] ‘일본 망가(manga·일본에서 만들어진 만화)들은 한국 웹툰에 가려져 빛이 바래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한국과 일본의 만화 산업을 비교한 최신호의 기사 내용이다. 이 문장 그대로 제목이 된 기사는 만화의 원조이자 아시아의 만화 강국이었던 일본의 아성(아주 중요한 근거지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한국 웹툰이 무너뜨리고 있다고 전한다. 드래곤볼과 슬램덩크, 시티헌터, 베르사유의 장미…. 인기작들을 쏟아내며 ‘망가’를 해외에서 통용(일반적으로 두루 씀)되는 고유명사로 만들었던 일본으로서는 자존심을 후벼 파는 보도다.


[2] 한국 웹툰의 시장 규모가 37억 달러(약 4조 8000억 원)를 돌파하며 급성장하는 반면 일본의 망가는 19억 달러(약 2조 4000억 원) 규모로 감소 추세다. 일본 디지털 만화 플랫폼의 양대 축은 한국 회사인 네이버 라인망가와 카카오의 피코마로,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80%에 육박한다. 이들이 제공하는 100만 점 이상의 작품 중 상당수가 일본어로 번역된 웹툰이다. 만화와 애니메이션 같은 콘텐츠를 중심으로 일본 문화를 해외에 확산시키려던 ‘쿨 저팬(Cool Japan)’ 전략도 초라해진 지 오래다.


[3] 모바일 중심으로 급속히 전환하는 글로벌 만화 시장에서도 일본 작가들은 흑백의 단행본 출판을 고집해 왔다. 주인공의 땀방울까지 세밀하게 그려내는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은 신세대 독자층이 즐기는 속도감을 따라잡지 못했다. 시선을 사선으로 움직이게 하는 만화책의 화면 분할 방식은 스마트폰의 스크롤로 쭉쭉 내릴 수 있는 웹툰의 세로 읽기보다 답답하다. 탄탄한 국내 마니아층이 유지되다 보니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작가도 많았다. 과거의 강점들이 망가 산업의 혁신을 저해(막아서 못 하도록 해침)하는 요소로 작용한 것은 아이러니(예상 밖의 결과가 빚은 모순)다.


[4] 그러는 사이 한국의 웹툰은 드라마와 영화로도 제작되는, 한류의 새로운 *킬러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글로벌 판권 경쟁은 물론이고 각종 굿즈 생산에 방송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작품 속 *간접광고(PPL)까지 비즈니스의 확장성도 어마어마하다. 인문학자들 사이에서는 웹툰을 새로운 학문으로 평가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프랑스 명문 경영대학원인 인시아드 산하 연구소에서 연구 사례로 등장할 정도로 위상(위치나 상태)도 높아졌다.


[5] 웹툰의 성공은 모바일에 최적화된 제작 기법, 누구나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개방형 게재 시스템, 독자 반응을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있는 상호작용 등의 강점이 종합적으로 밀어올린 결과다. 상상력 가득한 한국 작가들의 경쟁력이 첨단 정보기술(IT) 플랫폼 위에서 한껏 진가(참된 값어치)를 발휘하고 있다. 일본 작가들도 뒤늦게 웹툰 스타일의 디지털 만화 제작에 뛰어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고령화(노인의 인구 비율이 높은 상태)된 옛 독자층에 매달린 채 만화책을 한 장 한 장 스캔해서 올리는 방식으로는 이미 날개를 달아버린 한국의 웹툰을 이길 수 없음을 알았을 것이다.


동아일보 12월 14일 자 이정은 논설위원 칼럼 정리


※오늘은 동아일보 오피니언 면에 실린 칼럼을 사설 대신 싣습니다. ​




▶어린이동아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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