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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높이 사설] 전국 곳곳에 쓰레기산 쌓아 올린 나쁜 행정
  • 김재성 기자
  • 2022-12-13 12: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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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음성군의 한 산에 불법 폐기물 투기업자가 버리고 간 쓰레기가 쌓여 있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사진

[1] 불법 투기(내던져 버림)된 쓰레기 처리에 들어가는 수십억 원대 비용이 애꿎은 땅주인들에게 부과(부담금 등을 매기어 부담하게 함)되고 있다. 수백, 수천 t의 폐기물을 몰래 버리고 잠적한 투기범 대신 토지 소유자들에게 처리 비용을 물리는 행정조치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쓰레기를 치운 뒤 땅주인에게 청구(남에게 돈이나 물건 등을 달라고 요구함)한 금액의 규모가 지난 3년간 337억 원에 이른다. 쓰레기 산이 쌓이고 있는 줄도 몰랐던 이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청구서 폭탄’이다.


[2] 동아일보 취재 결과 시골에 노후(늙은 뒤) 대비용으로 땅을 샀던 한 노부부(나이가 많은 부부)는 5억 원 가까운 구상금을 요구받고 결국 땅을 압류(강제 처분)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33억 원의 구상금을 내지 못해 빚더미에 오른 이도 있다. 쓰레기 처리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사 고발까지 당한 사례도 여럿이다. 이들이 앞으로 떠안아야 할 비용까지 합치면 총부담액이 최대 1000억 원에 이른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3] 현행 폐기물관리법은 쓰레기 투기범뿐 아니라 토지 소유자까지 폐기물 처리 명령 대상으로 규정해 같은 책임을 지우고 있다. ‘배 째라’ 식으로 버티는 투기범 대신 상대적으로 비용 청구가 쉬운 땅주인에게 청구서가 남발(증서 등을 마구 발행함)되는 근거다. 2019년 외신 보도로 국제적 망신을 산 *‘의성 쓰레기산’ 사건 이듬해 개정안(고쳐 바로 잡은 안건)이 발의(회의에서 심사하고 토의할 안건을 내놓음)됐지만 아직까지 논의에 진전이 없는 상태다.


[4] 지자체들이 ㉡미온적인 대처로 일관(하나의 태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음)하는 것도 문제다. 일부 공무원들은 신고를 받고도 구두(입으로 하는 말) 조치에 그치거나 “쓰레기 반입을 막을 권한이 없다”며 대응을 거부했다. 상황 악화를 방치하는 무책임한 행정이다. 2019년부터 전국 400여 곳에 몰래 버려진 쓰레기 양이 200만t에 달하는 현실이 이를 보여준다. 그 결과 억울한 피해자들이 생겨나고 이들이 극단적 선택까지 고민할 정도로 경제적, 정신적 고통을 받게 되는 것 아닌가.


[5] 폐기물 무단 투기는 악취(나쁜 냄새)와 분진(먼지)을 유발하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범죄다. 이를 제때 막지 못하고 뒤늦게 아무런 잘못이 없는 땅주인들에게 처리 비용을 떠넘기는 식의 안일한(편안함만을 누리려는 태도) 행정으로는 점차 수법이 진화하고 있는 불법 투기 범죄에 대응할 수 없다. 정부는 단속을 강화하고 폐기물관리법의 개정안 처리도 서둘러야 한다. 비용 환수(도로 거두어들임)에 급급해 법 개정에 미적대는(꾸물대거나 망설이는) 사이 어딘가에는 쓰레기산이 쌓여가고 억울한 땅주인들의 피해 또한 계속 불어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동아일보 12월 10일 자 사설 정리 ​




▶어린이동아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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