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뉴스
  •  3시간 흘린 땀이 두 달의 온기로
  • 장진희 기자, 이선행 기자
  • 2022-12-01 14: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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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배달 봉사' 현장을 가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한 마을 입구에 놓여진 연탄들. 차가 진입하기 어려운 곳에는 사람이 직접 날라야 한​다. 사진=이선행 인턴기자


“무릎 운동 끝났나요? 이제 발목도 한번 풀어볼게요!”

최근 찾은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한 마을 입구. 영훈초(서울 강북구) 봉사동아리인 ‘앞치마’가 본격적인 활동에 앞서 준비 운동을 하며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곳에 모인 학생, 부모님, 선생님 약 60명이 이날 진행한 활동은 다름 아닌 연탄 배달 봉사다. 어려운 이웃에 연탄을 전달하는 단체인 ‘사랑의연탄나눔운동’과 연계한 이날 활동에서 ‘앞치마’가 배달한 연탄은 총 2400장. 8가구에 300장씩 연탄을 배달하는 임무였다.

석탄으로 만들어지는 연탄은 일제강점기부터 연료로 사용하기 시작해 1980년대 후반 무렵까지도 일반 가정에서 난방과 요리를 할 때 널리 사용됐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거의 자취를 감추고 기름보일러, 도시가스(배관을 통해 도시의 가정 등에 공급하는 가스) 시설을 갖추지 못한 일부 가정에서만 사용되고 있다. 연탄을 쓰는 가정은 대부분 저소득층이기 때문에 매년 겨울철이 되면 기부금을 바탕으로 연탄을 구입해 전달하는 봉사활동이 활발히 펼쳐진다.

최근 치솟은 물가에 소비가 줄어들면서 기부금도 모이지 않아 각박한 연말이 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다.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기에 앞서 연탄이 예년만큼 잘 전달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연탄 봉사 현장을 찾았다.


골목길에 일렬로 서서 “하나 둘, 하나 둘”​


가파른 언덕길에서 연탄 배달 봉사를 하고 있는 '앞치마'


연탄 두 장을 겹쳐 안아 나르고 있는 어린이

이날 봉사활동이 진행된 마을은 북한산에 인접해 가파른 계단과 언덕이 유독 많았다. ‘앞치마’는 가장 먼저 마을 입구에서부터 각 가정의 연탄창고까지 일렬로 줄을 섰다. 계단·언덕 아래쪽에서 위쪽까지 연탄을 한 장 씩 손에서 손으로 릴레이식으로 전달해 각 가정에 배달하기 위함이었다.

좁고 가파른 골목길에 서서 허리를 굽혀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연탄을 받고, 다시 허리를 펴 위쪽으로 전달해주는 일이 힘들만도 했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하나, 둘” 구호를 맞춰 외치고, 연탄에 뚫린 구멍의 수를 세어보며 웃음꽃을 피웠다.

일부 어린이들은 직접 연탄을 안아 들고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내렸다. 연탄 한 장의 무게는 3.65㎏. 초등생이 들기에는 다소 무겁지만 두 장을 겹쳐 들고 오르막길을 오르는 어린이도 있었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에서 친한 친구를 마주칠 때면 자신이 배달한 연탄 개수를 공유하며 서로 격려하기도 했다.

5학년 김채원 양은 “오늘 난생 처음 연탄을 보고 만져봤는데, 주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5학년 이주호 군은 “연탄을 배달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는데, 주민들이 따뜻한 웃음으로 맞아주셔서 힘든 게 싹 가셨다”고 웃어보였다.

이날 현장에서 함께 봉사활동을 한 원상철 영훈초 교장선생님은 “어린이들이 용돈을 모아 기부금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봉사활동을 통해 나눔의 가치를 느끼도록 하는 것이 더 좋다”면서 “현장에서 몸을 쓰며 땀을 흘리는 경험을 한 어린이들이 느낀 게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탄 사용 가구의 84%가 취약계층​


연탄 배달 봉사로 인해 검게 변한 장갑


연탄창고에 쌓인 연탄들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에게 연탄은 겨울철뿐 아니라 사계절 내내 필요한 필수품이다. 온수 및 난방뿐 아니라 조리를 하는 데에도 연탄이 쓰이기 때문.

이번 봉사활동 현장에 동행한 ‘사랑의연탄나눔운동’의 김은희 주임이 “어린이들이 3시간 동안 땀 흘리며 각 가정에 배달한 300장의 연탄은 각 가구가 두 달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이라고 말하자 어린이들은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복지재단인 ‘밥상공동체연탄은행’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는 전국에 8만1721가구가 있다. 이 가구 중 84%가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가구 등 취약계층. 난방을 해야 하는 9월∼5월에 한 가구가 사용하는 연탄은 평균 1000장∼1500장이다. 현재 연탄 1장의 값이 장당 800원가량이므로 취약계층에겐 부담일 수밖에 없다.

김은희 주임은 “올해는 코로나19의 여파가 컸던 2020년과 지난해에 비해 그래도 후원이 많이 늘었지만 취약계층에 연탄을 나눠줄 분량이 넉넉하다고 말할 순 없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어린이동아 장진희 기자 cjh0629@donga.com, 이선행 기자 opusno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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