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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국대 부속 동물병원 ‘KU 아임도그너 헌혈센터’를 가다… “친구위해 용기냈개!”
  • 권세희 기자
  • 2022-10-11 14: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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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 아임도그너 헌혈센터 내부 모습

파란 스카프를 두른 늠름한 표정의 강아지 그림이 벽면에 가득 붙어있는 이곳은 서울 광진구 건국대 부속 동물병원에 있는 ‘KU 아임도그너(I'M DOgNOR) 헌혈센터. 반려견을 대상으로 헌혈을 진행하는 전문 헌혈센터로, 지난 8월 문을 열었다. 개(Dog)와 헌혈자(Donor)를 합쳐 만든 ‘도그너(DOgNOR)’는 ‘헌혈견’을 의미하는 용어다.

반려견도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으로 고통 받으면 수혈(치료를 위해 건강한 자의 혈액을 환자의 혈관 속에 주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대비한 헌혈(아픈 환자를 위해 자신의 피를 뽑아 기부하는 것)도 필수. 서구권 국가에선 이미 2000년대에 반려견 헌혈센터가 들어섰지만 그간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반려견 헌혈센터는 없었다. KU 아임도그너 헌혈센터는 아시아 최초의 반려견 헌혈센터인 것. 건국대 부속 동물병원은 2019년 현대자동차 등과 함께 반려견 헌혈을 위한 특수 차량을 제작해 찾아가는 헌혈 캠페인을 열었는데, 그것이 계기가 돼 건국대 부속 동물병원과 현대자동차가 함께 반려견 헌혈센터를 열게 됐다.

반려견 헌혈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일까. 헌혈을 하기 위해 센터를 찾은 반려견 ‘망고’와 함께 그 과정을 직접 살펴봤다.


“킁킁∼ 여기, 병원 아닌 것 같아!”


KU 아임도그너 헌혈센터에서 헌혈에 나선 반려견 ‘망고’의 모습


옥상정원의 구조물을 살피고 있는 최희재 수의사

생애 처음으로 헌혈에 나선 망고는 올해로 4살이 된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이다. ‘KU 아임도그너 헌혈센터’(이하 헌혈센터)는 헌혈을 신청한 반려견의 보호자가 원할 경우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오전에 반려견의 거주지에 현대자동차가 기증한 펫 앰뷸런스를 보낸다. 망고 또한 펫 앰뷸런스를 타고 헌혈센터에 도착해 센터 내부를 이리저리 살펴보기 바빴다.

망고의 발길을 단번에 사로잡은 건 헌혈센터에 조성된 ‘옥상정원’. 푸른 잔디가 깔린 이곳은 헌혈을 하기 위해 센터를 찾은 강아지들이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다.

최희재 KU 아임도그너 헌혈센터 수의사는 “첫 헌혈에 나선 개들은 헌혈센터 자체가 생소하고 의료진도 낯설기 때문에 긴장감을 많이 느낄 수 있다”면서 “반려견들이 헌혈에 대한 두려움을 내려놓고 마음껏 뛰어놀며 안정감을 찾도록 센터 내에 정원을 따로 마련했다”고 밝혔다.

헌혈을 준비하는 동안 망고의 보호자는 망고의 건강에 대한 정보를 의료진과 나눴다. 건강한 사람이 헌혈을 할 수 있듯 반려견도 마찬가지기 때문. 반려견 헌혈을 위해선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몸무게 25㎏ 이상의 대형견 △2∼8세의 나이 △매달 심장사상충·구충예방약을 복용 △전염성 질환을 앓지 않은 경우에만 헌혈이 가능한 것. 최 수의사는 “위급한 상태에 있는 개들이 수혈을 받기 때문에 헌혈견의 건강 상태를 꼼꼼히 체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려견 혈액 필요로 하는 곳이 이렇게나 많았다고?


몸무게를 재는 망고의 모습


헌혈을 마친 망고를 의료진들이 토닥이고 있다

“이야∼ 우리 망고 너무 잘하네!”

망고가 얌전히 체중계 위에 앉자 의료진은 칭찬을 쏟아냈다. 체중계에 표시된 망고의 몸무게는 31㎏. 몸무게를 충족한 망고의 다리에서 의료진은 소량의 혈액을 먼저 뽑아냈다. 본격적으로 헌혈을 하기 전 혈액을 검사해 헌혈견의 건강상태를 보다 정밀하게 확인하기 위함이다.

몸에 바늘이 들어오자 긴장한 망고의 몸 이곳저곳을 쓰다듬어준 의료진은 망고의 몸을 감싸 안은 뒤 헌혈에 나섰다. 혈액은 강아지 목에 있는 혈관을 통해 뽑는다. 목 부위에 있는 혈관이 다른 부위에 있는 혈관보다 두꺼워 비교적 빠른 시간에 안전하게 혈액을 뽑아낼 수 있기 때문. 망고는 의젓한 자세로 약 400mL에 달하는 양의 헌혈을 했다.

뽑아낸 혈액은 최대 1개월 내로 모두 소진된다. 지금까지 폐기된 혈액이 전혀 없을 정도로 수혈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은 탓이다.


한 번의 헌혈, 4마리 살린다


헌혈한 반려견과 보호자에게 제공되는 굿즈

헌혈을 끝낸 망고는 파란 스카프를 비롯해 센터가 준비한 굿즈(기념품)를 선물 받았다. 반려견 헌혈에 참여한 반려견과 보호자는 헌혈증서 1장당 수혈 비용 1회를 면제 받는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린다.

망고의 보호자가 반려견 헌혈을 결심한 것은 열악한 상황에 처한 ‘공혈견’ 때문이라고. 공혈견은 수혈을 위해 길러지는 개들을 말하는데, 대체로 비위생적이고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망고의 보호자는 “자발적으로 헌혈하는 반려견이 많아져 공혈견 문제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면서 “망고의 혈액이 필요한 곳에 쓰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 수의사는 “헌혈견 1마리에게서 얻은 혈액으로 최대 4마리의 개들을 살릴 수 있다”면서 “반려견을 기르는 가구가 점차 늘어남에 따라 수혈이 필요한 반려견이 많아지는 상황이라 윤리적인 방법으로 혈액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어린이동아 권세희 기자 ksh07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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