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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높이 사설] 남남끼리 가족
  • 권세희 기자
  • 2022-08-04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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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맞춤형 공유주택 내 공유주방이 보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서울시의 1인 가구 병원동행 서비스에 따라 서울 구로구에서 병원 동행 서비스 매니저(왼쪽)가 이용자와 집에서 병원까지 동행하고 있다

[1] 결혼과 혈연(같은 핏줄에 의하여 연결된 인연)으로 맺어지지 않았더라도 함께 산다면 가족일까, 아닐까. 남남이지만 함께 주거를 하면서 경제 단위로 기능하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 친족이 아닌 가족을 꾸린 인구가 지난해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러한 새로운 가족의 형태가 늘어나면서 *전통적인 가족의 정의가 도전받고 있다.

[2] ㉠1인 가구는 지난해 전체 가구의 33%를 돌파해 20년 만에 두 배가 넘게 증가했다. 비(非)친족 가족은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봐야 한다. 우리나라 1인 가구는 학업과 직장, 이혼과 사별(죽어서 이별함) 등 선택의 여지없이 혼자 살게 된 비율이 높다. ‘혼자 살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1인 가구를 택한 비율은 1인 가구가 된 전체 원인 중 16.2%에 불과하다(통계청, 2021 통계로 보는 1인 가구). 외로움도 덜 수 있고, 규모의 경제도 가능하니 1인 가구로서는 동거가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비혼 남녀나 동성 친구끼리 같이 살거나, 어르신끼리 서로 돌보며 노후(늙어진 뒤)를 보낸다. 공유주택(거주자들이 식사 세탁 등을 하는 공간 및 시설을 함께 사용하며 거주하는 주택) 같이 공간만 합쳐 사는 경우도 있다.

[3] 동거인이 결혼한 배우자보다 만족도가 높다는 실태조사 결과도 있다. 2020년 기준으로 동거인에게 만족한다는 비율은 63%였는데, 이는 배우자 만족도(57%)보다 6%포인트 높은 것이다. ㉡남보다 못한 가족’이 현실이란 얘기다. 아무래도 가족 관계에서 오는 책임이나 의무에서 비켜나 있고, 남남이다 보니 개인을 보다 존중하게 돼 갈등이 덜하다고 한다.

[4] 우리 사회 인식도 빠르게 바뀌고 있는 것 같다. 국민 10명 중 7명은 ‘혼인이나 혈연관계가 아니어도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면 가족’이라는 데 동의했다(여성가족부, 2020년 가족다양성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그러나 법으로 정한 가족의 정의가 협소하다 보니 비친족 가족은 청년대출, 신혼부부청약, 아동수당 등 각종 제도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1인 가구가 소득은 낮고 의료비 지출은 많은데도 소외돼 있는 것이다. 누구를 가족으로 볼 것인가를 합의하는 데 진통이 따르겠지만 언제까지 이들을 제도권(사회 제도를 벗어나지 않은 영역) 밖에 둘 수는 없다.

[5] 40대 들어 친구와 동거를 시작한 경험담을 쓴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의 작가 김하나, 황선우 씨.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보통의 가족과 별반 다르지 않다. 빨래 개기 같은 가사 분담으로 티격태격하고, 집값 대출을 갚기 위해 고민한다. 이들은 결혼은 아름다운 일이라는 전제 아래 ‘그렇지 않더라도 어떤 시절을 서로 보살피며 의지가 된다면 또한 충분히 따뜻한 일 아닌가’라고 묻는다. 그러고는 ‘개인이 서로에게 기꺼이 그런 복지가 되려 한다면 법과 제도가 거들어주어야 한다’고 했다. 결혼과 출산을 하고 싶어도 포기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는 세태(세상의 상태나 형편)를 생각하면 더욱 귀담아들을 말이다.

동아일보 8월 2일 자 우경임 논설위원 칼럼 정리

※오늘은 동아일보 오피니언 면에 실린 칼럼을 사설 대신 싣습니다.​

▶어린이동아 권세희 기자 ksh07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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