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나 곤충 등을 모방해 로봇을 만드는 ‘생체모방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생체모방기술은 생물의 생태, 구조, 기능을 모방하거나 이로부터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기술. 즉 다양한 생물들의 몸의 특징을 살펴보면서 그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기술을 제품과 로봇 등에 적용하는 것.

최근에는 식물의 생체 특징에서 착안한 기술들도 등장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국내 연구진은 땅 속에 깊게 뿌리를 내리는 식물 뿌리의 특성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단단한 벽돌도 뚫을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냈다.

벽돌도 부수는 힘

소프트 액추에이터를 이용해 구조체를 건축한 모습. 서울대 제공

소프트 액추에이터가 벽돌을 부수는 모습

연약해 보이는 식물의 뿌리는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며 단단한 물질도 뚫을 수 있는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 식물 뿌리가 이처럼 큰 힘을 낼 수 있는 비결은 식물 세포에 있다. 식물 세포에는 세포벽이 있는데 식물의 뿌리가 물을 빨아들이면서 팽창(부풀어서 부피가 커짐)하면 세포벽은 내부의 압력을 견디기 위해 단단한 구조를 유지한다. 이처럼 세포벽의 튼튼한 구조 덕에 흙을 파고드는 것은 물론 콘크리트와 같은 벽도 뚫고 뻗어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서울대 재료공학부·기계공학부 연구진은 식물의 이 같은 특징에 착안해 짧은 시간 안에 강력한 힘을 낼 수 있는 ‘소프트 액추에이터’를 만들어냈다. 소프트 액추에이터는 유연한 소재로 만들어진 ‘소프트 로봇’을 움직이는 데 쓰이는 장치. 기존에 개발됐던 소프트 액추에이터는 느리고 약해 인공 근육이나 생체모방로봇 등에 활용하기 힘들었다. 연구진이 식물의 뿌리에서 힌트를 얻어 개발한 장치는 단순한 구조를 갖고 있지만 외부의 동력원(근원이 되는 에너지) 없이도 큰 힘을 빠르게 낼 수 있다.

장치의 핵심은 식물 세포와 같은 기능을 하는 ‘하이드로젤’이라는 물질. 젤리처럼 말랑말랑한 물질로 만들어진 소프트 액추에이터가 수중에서 활용된다면 마치 식물의 뿌리가 물을 쫙 빨아들여 단단히 팽창하는 것처럼 해당 장치도 힘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장치가 전기장과 같은 추가 동력을 얻으면 더 강력한 힘을 낸다. 연구진은 전기장이 활용된 무게 약 1g의 장치로 5분 안에 2㎝ 두께의 벽돌을 부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 장치를 이용하면 물속에서도 커다란 힘을 낼 수 있기에 해저에서 건축물을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태양전지에 광합성 원리가?

녹색 식물의 광합성 과정을 나타낸 일러스트 이미지. 위키피디아 제공

녹색 식물은 엽록소를 통해 광합성 작용을 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 홈페이지 캡처

녹색 식물은 잎의 세포에 있는 작은 구조물인 ‘엽록체’ 안의 ‘엽록소’라는 녹색 색소를 통해 광합성을 한다. 엽록소가 빛에서 에너지를 흡수해 양분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광합성’이라고 한다.

광합성 과정에 착안해 만들어진 태양전지도 있다. ‘염료감응 태양전지’가 바로 그것. 이 태양전지에 사용되는 염료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옷 등에 빛깔을 들이는 물질이 아니라 ‘햇빛을 받아 전기를 만들 수 있도록 설계된 인공색소’다.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기존의 태양전지보다 제조비용이 덜 들어 경제적이지만 기존의 태양전지에 비해 발전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 단점. 태양 빛을 받아 만들어낸 전자가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아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것이다.

연료감응 태양전지의 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울산과학기술원(UNIST) 화학과 권태혁·권오훈 교수 연구진은 다시 식물의 광합성에서 힌트를 얻었다. 에너지를 한 방향으로만 전달하는 식물의 광합성 과정에 주목한 것. 연구진은 이를 햇빛을 받아 전기를 만드는 인공색소 ‘염료’에 적용해 태양전지의 발전 효율을 높였다.

▶어린이동아 권세희 기자 ksh07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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