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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반도 서식했던 아무르 표범… 조선시대, 한양에선 표범이 불쑥불쑥?
  • 권세희 기자
  • 2021-11-22 13: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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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 표범의 모습. 세계자연기금 홈페이지 캡처

전래동화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호랑이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 과거 한반도에 호랑이가 많았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그런데 표범도 한반도에 살며 조선시대 한양(현재의 서울) 도성 안팎에서 출몰했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나왔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과 런던 동물원(ZSL), 서울대 등 국제연구진은 15∼19세기 기록을 근거로 한반도에 표범이 서식한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컨저베이션 사이언스’ 최신호에 실렸다.

조선시대 한반도에 살았던 표범은 ‘조선 표범’이라고도 불리는 아무르 표범. 현재 러시아, 중국, 북한 등 일부 지역에만 소규모로 존재하는 아무르 표범은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이번 연구는 이런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오늘날 멸종 위기에 처한 아무르 표범을 보호할 수 있는 단서를 줘 유의미하다는 평이다.

조선시대, 아무르 표범은 어떤 동물이었을까.


역사 속 ‘범’은 표범?


1890∼1897년 사이에 제작된 서울의 역사 지도. 표범이 목격된 위치가 붉은 색으로 표시돼 있다. 프런티어스 인 컨저베이션 사이언스 홈페이지 캡처

황색 털에 검은 점박이 무늬가 콕콕 박혀 있는 아무르 표범은 조선 표범, 한국 표범으로도 알려져 있다. 아무르 표범은 아프리카 표범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덩치가 작다. 매화꽃이 피듯 화려한 점박이 무늬와 함께 길고 통통한 꼬리를 갖고 있는 아무르 표범은 눈이 내리는 냉대 지역에서 서식한다.

호랑이와 함께 주로 ‘범’으로 불렸던 아무르 표범은 삼국시대와 조선시대를 거쳐 긴 시간 한반도에 머무른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국제연구진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한양에 거주한 연구자, 여행자 등의 기록과 역사적 자료를 검토해 1870∼1900년 한양의 ‘도시 표범’에 대한 12개의 기록을 찾았다.

승정원일기(조선시대 승정원에서 나랏일을 매일 기록한 책) 등에는 ‘호랑이’가 자주 목격됐다고 쓰여 있다. 그런데 연구진은 호랑이를 뜻하는 ‘범’과 관련된 역사 기록에는 표범도 일부 포함돼있는 것으로 봤다. 같은 시기 영국과 미국, 러시아 대사관의 기록을 보면 호랑이가 아닌 ‘표범’으로 돼 있기 때문. 또 당시 인천 항구에서 호랑이 가죽으로 수출됐다고 기록된 동물의 가죽 가운데 실제로는 표범 가죽도 포함돼 있어 연구진은 당시 조선 역사 기록에 등장하는 호랑이 중엔 아무르 표범도 섞여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낡은 궁궐과 도시 가축 덕에 생존


서울 종로구 경복궁의 모습. 동아일보 자료사진

크고 사나운 표범은 어떻게 사람들이 북적북적한 조선 최대의 도시, 한양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연구진은 ‘먹잇감’과 ‘은신처’라는 두 가지 조건이 갖춰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무리 힘이 세고 재빠른 동물이라도 먹이 없이는 오래 살 수 없는 법. 당시 한양에 거주하는 백성들은 돼지를 길렀고, 왕실에서는 사슴을 키웠다. 이처럼 도시 곳곳에서 키우던 가축들이 배고픈 표범들의 먹이가 됐다는 것.

낙후돼 사람의 왕래(오고 감)가 없는 싸늘한 궁궐은 표범들의 은신처가 됐다. 경복궁은 임진왜란(1592년∼1598년 왜군의 침략으로 일어난 전쟁) 때인 1592년에 불탄 뒤 1868년에 복원됐는데, 3세기가량 비어있던 궁궐들이 표범의 은신처가 됐다는 것. 사용하지 않는 궁궐은 수풀로 둘러싸여 이곳에 덩치가 큰 표범들이 숨어 서식할 수 있었다.

조선 백성들의 ‘두려움’도 표범이 오랜 시간 도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조건이 됐다. 당시 사람들은 어린아이에게 겁을 줄 때 ‘호랑이가 잡아 간다’라고 말할 만큼 자주 출몰하는 ‘호랑이’에 큰 공포감을 느꼈다. 이 때문에 밤거리를 자주 오가지 않아 사람과 표범이 마주치는 일이 줄어들어 표범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는 것.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인간과 표범이 자연이 아닌 도시 같은 인위적인 환경에서도 함께 살아온 역사를 증명하는 것”이라며 “표범이 충분한 먹이를 제공받을 수 있고 머무를 수 있는 공간만 있다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유의미한 결과”라고 밝혔다.


‘해수구제’로 자취 감춰


야생 속 아무르 표범의 모습

꽤 오랜 시간동안 한반도에 서식했던 표범은 왜 갑자기 사라져 버린 걸까? 국제연구진은 그 이유를 일제강점기 때 벌어진 해수구제(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동물을 제거하는 일) 정책에서 찾았다. 당시 조선총독부는 사람과 재산에 해를 끼치는 해로운 짐승을 없앤다는 명목으로 우리나라에 살던 몸집이 큰 짐승들을 무분별하게 사냥했다. 호랑이도 이때 대부분 멸종했다. 이후 한국 전쟁 등을 거치며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아무르 표범은 한반도에서 끝내 자취를 감췄다.

아무르 표범이 멸종 위기를 겪자 세계 곳곳에서는 아무르 표범을 보호하고 복원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연해주에 ‘표범의 땅’ 국립공원을 지정하고 아무르 표범을 보호해 표범의 개체수를 35마리에서 약 100마리까지 늘리기도 했다.

▶어린이동아 권세희 기자 ksh07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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