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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떠나 북극해로 돌아갈 벨루가, 벨라..."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해줘"
  • 조윤진 기자
  • 2021-11-10 13:4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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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바다로 돌아가는 벨루가 ‘벨라’.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제공​

‘바다의 슈퍼스타’. 고래의 일종인 벨루가의 별명이다. 벨루가는 흰 피부에 톡 튀어나온 이마, 귀여운 외모로 사랑받는 동물.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위기종 목록인 적색목록에서 ‘관심필요’ 수준으로 분류할 정도로 귀한 몸이기도 하다.

현재 서울에 남은 고래는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있는 ‘벨라’가 유일. 7년간 수족관에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추억을 선물한 벨라는 내년 말쯤 북극해의 야생적응장에서 훈련을 받고 바다로 돌아갈 계획이다. 혼자 남은 벨라가 겪을 외로움과 스트레스를 고려한 조치다.

조만간 우리의 곁을 떠나 자연으로 돌아갈 벨라가 남기고픈 인사는 무엇일까.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홀로 남은 벨루가


벨라의 남매인 벨리와 벨로가 살아있을 당시 공놀이를 하는 모습​


어린이 친구들, 안녕! 내 이름은 벨라. 2011년 북극해에서 태어난 길이 3.8m, 무게 800㎏의 암컷 벨루가야. 벨루가는 러시아어로 ‘하얗다’는 뜻이야. 온몸이 새하얀 내 모습을 보면 금방 이해가 가지?

원래 나는 추운 북극해의 널따란 얼음판 아래를 자유롭게 헤엄치며 자랐어. 그러다 내가 3살이 되던 2014년 이곳 아쿠아리움이 문을 열면서 동갑내기 벨로, 7살 벨리 오빠와 함께 이곳으로 오게 된 거야. 툭하면 관람객에게 입으로 물을 뿜어대던 사고뭉치 벨로와 덩치는 크지만 소심한 벨리 오빠 덕분에 하루하루 재밌는 나날을 보냈지.

하지만 즐거운 시간이 영원한 건 아니었어. 이곳에 온 지 3년 만에 벨로가 세상을 떠났거든. 자유롭게 헤엄치던 바다가 많이 그리웠던 건지 스트레스 때문에 패혈증(비정상적인 면역 반응이 일어나는 질병)이 생겼다고 하더라. 벨로를 떠나보내고 3년 뒤에는 벨리 오빠마저 같은 증상으로 숨을 거뒀어. 사실 우리 벨루가는 35년까지도 살 수 있는데, 벨로는 6살, 벨리 오빠는 13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셈이지.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파ㅠㅠ.

스트레스로 끙끙​​


홀로 남은 벨라가 수조 밖 펭귄을 바라보고 있다​

휴, 그때부터 나는 완전히 혼자가 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어. 먼저 떠나버린 벨로와 벨리 오빠도 보고 싶었고, 무엇보다 시간이 갈수록 고향이 너무 그리워서 견딜 수가 없었거든.

스트레스가 심해지자 내 몸도 안 좋아지기 시작했어. 원래 나는 7옥타브까지 올라가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데 ‘꽥!’하면서 소리를 지르기도 했어.

해초 하나 없는 좁은 수족관도 스트레스를 더했어. 바다에서는 하루에 100㎞씩 헤엄치곤 했는데 이곳에서는 25m의 공간이 전부였거든. 사람으로 치면 화장실만한 공간에 혼자 계속 지내야하는 셈이야. 그렇다 보니 답답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계속 빙빙 돌거나 수족관 유리벽, 바위모양 구조물에 몸을 부딪치는 일이 많아졌어. 긁힌 상처나 염증이 몸에 생기기도 했지ㅠㅠ. 하지만 지금은 잘 치료받아서 다시 건강해졌어!​


다시 자연 속으로!​


야생에 다시 적응하기 위해 사육사와 훈련 중인 벨라​


이런 내 모습이 많이 안쓰러웠는지 많은 사람들이 나를 풀어주자는 목소리를 내주었어! 결국 지난 4일 아쿠아리움 측에서 나를 바다에 돌려보낼 계획을 발표했지.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얼마나 놀라고 기뻤는지 몰라. 다시 만나게 될 고향은 어떤 모습일까? 생각만 해도 즐겁고 벌써부터 설레는 거 있지!

물론 이곳에 오래 머물렀기에 당장 바다로 돌아가면 다시 적응하기가 쉽지는 않을 거야. 그래서 내년부터 한동안은 북극해에 있는 야생적응장에서 생활하면서 원래의 생활 방식을 되찾을 계획이야. 지금은 그 날을 위해 열심히 건강관리를 하며 훈련을 받고 있어.

그동안 어린이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무척 반가웠지만, 그래도 난 바다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해. 북극해에 돌아간 후에도 어린이 친구들의 모습을 잊지는 못할 거야. 그러니 너희들도 나를 다시 보지 못한다고 너무 아쉬워하지 말고 바다 어딘가에서 자유롭게 헤엄치고 있을 내 모습을 상상하면서 기억해주면 좋겠어. 그동안 날 좋아해준 만큼 자연 그대로의 내 모습도 사랑해 줄 거지?​

▶어린이동아 조윤진 기자 koala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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