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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의 이기심이 만든 동물들의 슬픈 진화... “우리가 미안해”
  • 조윤진 기자
  • 2021-10-26 13:3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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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가 없는 채 태어난 코끼리의 모습. 미국 프린스턴대 제공​

‘코끼리’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는지? 커다란 몸집에 기다란 코, 단단하게 솟아있는 하얀 상아(코끼리 위턱에 있는 송곳니)를 떠올리는 어린이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코끼리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상아를 보기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밀렵꾼(허가 없이 동물을 몰래 잡는 사냥꾼)들이 상아를 장식품이나 약재로 사용하기 위해 코끼리를 사냥하면서 상아 없이 태어나는 코끼리가 늘고 있기 때문.

최근 미국 프린스턴대의 세인 캠벨·스태튼 교수 연구진은 아프리카 국가 중 하나인 모잠비크에서 상아를 얻기 위한 밀렵이 성행(크게 유행함)하면서 암컷 코끼리가 상아가 없는 형태로 진화했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1970~1990년대 모잠비크 내전(한 나라 안에서 일어나는 싸움) 동안 전쟁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상아 무역이 성행했는데, 이 시기 상아를 얻기 위한 밀렵으로 모잠비크 고롱고사 국립공원의 코끼리는 2500여 마리에서 200여 마리로 급감(급작스럽게 줄어듦)했다. 반면 상아가 없는 코끼리는 밀렵꾼이 사냥하지 않으면서 늘어나게 된 것. 내전 이전까지 상아 없이 태어난 암컷은 전체의 18.5%를 차지했지만 내전 이후에는 전체의 33%에 달했다. 생존을 위해 코끼리의 염색체가 진화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

이러한 비극적인 진화는 코끼리뿐만이 아니다. 자연 환경이나 기후의 변화 때문이 아닌,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원치 않게 ‘슬픈 진화’를 겪은 동물들이 있다.​


소리 잃은 방울뱀​


마구잡이식 밀렵 때문에 소리를 내지 않는 방울뱀이 늘어나고 있다. 더 네이처 홈페이지 캡처

방울뱀은 본디 적에게 위협을 하기 위해 꼬리를 흔들 때 방울 같은 소리가 난다는 이유로 이 같은 이름을 가지게 됐다. 허물을 벗을 때마다 꼬리 끝 부분의 마디 하나가 벗겨지지 않고 남으면서 꼬리를 흔들 때마다 이 부분에서 소리가 나는 것.

그러나 최근 방울뱀 밀렵이 심해지면서 방울뱀의 방울 소리를 듣기 어려워졌다. 방울뱀을 잡아 약재로 쓰려는 밀렵꾼들이 방울뱀이 생존을 위해 내는 방울 소리를 듣고 방울뱀의 위치를 파악하면서 오히려 표적이 됐기 때문.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방울뱀은 방울 소리가 매우 미세한 수준으로 작아지게끔 변화하거나 아예 소리가 나지 않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소리가 나지 않는 방울뱀의 비중이 전체의 30%에 달할 정도로 급격하게 늘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소리가 나지 않는 방울뱀 개체가 밀렵꾼의 사냥으로부터 살아남고 번식하면서 개체수가 증가하게 된 것이다.


갈색이 된 흰올빼미​

점점 갈색 깃털이 많아지고 있는 흰올빼미. 조류전문매체 버드노트 홈페이지 캡처

영화 ‘해리포터’에는 눈처럼 하얀 올빼미 ‘해드위그’가 해리포터의 동물 친구이자 조력자(도와주는 사람)로 등장한다. 해리포터의 상징과도 같은 이 동물은 바로 흰올빼미다. 흰올빼미는 주로 갈색 깃털로 이루어진 다른 올빼미들과 달리 몸 전체를 뒤덮는 풍성한 우윳빛 깃털이 특징이다. 흰올빼미는 주로 북극권인 알래스카나 시베리아, 캐나다 등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에 서식하기 때문에 생존에 유리한 흰색을 보호색으로 삼은 것이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북유럽이나 알래스카 등지에서 눈 덮인 지역이 줄어들면서 이러한 흰색은 기존의 보호색으로서의 역할을 잃어버리게 됐다. 눈 대신 흙과 바위로 덮인 땅 위에서 흰색은 오히려 흰올빼미를 더 잘 보이게 만들면서 먹잇감들이 흰올빼미를 쉽게 발견하고 도망가 버리는 것. 결국 흰올빼미는 사냥의 능률을 높이기 위해 본래의 색을 잃고 깃털 색깔이 점점 갈색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인간이 초래한 지구 환경에 따라 몸에 변화가 찾아온 셈이다.


몸집이 작아진 불곰​

트로피 사냥을 피하기 위해 작은 몸집을 가지고 태어나는 불곰이 많다. BBC 홈페이지 캡처

알래스카 지역의 포식자라고 불리는 불곰은 멀리서도 한 눈에 보이는 거대한 몸집이 특징이다. 하지만 이러한 큰 몸집 때문에 불곰은 과거 트로피사냥의 대상이 됐다. 트로피사냥이란 생존이나 식량 목적이 아닌, 단순히 재미나 과시를 위한 오락성 사냥을 일컫는 말. 커다란 야생동물을 잡을수록 더 좋은 평가를 받았기에 트로피사냥 대상으로 불곰을 택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러한 트로피사냥을 피하기 위해 불곰은 점점 더 작은 몸집으로 태어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몸집이 작은 불곰은 트로피사냥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어린이동아 조윤진 기자 koala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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