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뉴스
  •  국립고궁박물관 ‘안녕, 모란’ 전시회...부귀와 행복을 비는 꽃
  • 조윤진 기자
  • 2021-08-02 13:46:34
  • 인쇄프린트
  • 글자 크기 키우기
  • 글자 크기 줄이기
  • 공유하기 공유하기
  • URL복사


10월 31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는 ‘안녕, 모란’ 전시회 전경​

겹겹이 풍성하게 싸여있는 풍성한 꽃잎과 눈을 사로잡는 강렬한 붉은 색. 모란은 ‘꽃의 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화려한 모습을 자랑한다. 이러한 생김새 때문에 과거에는 부귀영화(온갖 영광을 누림)와 안녕(아무 탈 없이 편안함)을 뜻하는 꽃으로 여겨지면서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왕실과 민간을 막론하고 사랑받았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안녕, 모란’ 전시회에서 각종 생활용품과 의례용품 등 모란꽃이 담긴 유물 120여 점을 오는 10월 31일까지 공개한다. 과거 선조들은 어떤 방식으로 모란을 즐기고 사랑했을까. 최근 국립고궁박물관 전시실을 찾아 선조들을 사로잡은 모란꽃의 의미와 매력을 알아봤다.

꽃 중의 왕

중국 북송 시대의 유학자 주돈이는 ‘애련설’이라는 시에서 모란을 ‘부귀한 자’라고 비유했다. 크고 화려한 모란의 꽃송이를 보고 부귀영화를 누리는 인물을 떠올린 것.

꽃을 의인화(사람에 비유함)한 이야기에서 모란은 항상 왕으로 등장했다. 신라의 제31대왕인 신문왕 시기 학자인 설총은 임금과 신화를 꽃에 비유한 우화(짧은 이야기) ‘화왕계’에서 꽃 중의 임금을 모란으로 묘사했다. 조선시대 시인 임제가 꽃과 풀을 신하와 백성으로 의인화한 작품 ‘화사’에서도 모란은 왕으로 비유됐다.

이처럼 이야기 속 모란이 부자이자 왕으로 계속 묘사되면서 모란은 부귀와 번영을 상징하는 꽃으로 자리 잡았다. 김재은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세도정치(한 명 또는 극소수의 가문을 중심으로 국가가 운영되는 정치 형태)와 신분제 붕괴 등 혼란에 빠진 조선사회에서 힘든 현실을 떠나 부귀를 누리길 바라는 당시 사람들의 염원이 모란에 깃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짝꿍 따라 다른 상징​


10월 31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는 ‘안녕, 모란’ 전시회 전경​


19세기 대표 화가 이한철이 그린 모란 그림​

전시에선 모란 무늬가 담긴 다양한 일상용품을 찾아볼 수 있었다. 부귀영화를 누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도자기, 장신구 함, 장롱 등 과거에 사용한 다양한 생활용품에서 모란 무늬를 사용한 것. 전시장 왼편에는 화려한 나전칠기(광채가 나는 조개껍질조각을 여러 모양으로 잘라 붙이는 기법) 무늬가 빼곡하게 들어있는 ‘삼층농’이 눈에 띄었다. 이 장롱에는 모란과 함께 매화, 국화, 연꽃이 새겨져 있는데 이들 식물은 모두 지조(뜻을 굽히지 않음)와 절개(신념을 지킴)를 상징한다. 도덕적으로 올곧은 삶과 부귀영화를 모두 바라는 마음을 함께 담아낸 셈이다.

모란은 예술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19세기를 대표하는 화가 이한철의 한 그림에는 활짝 핀 모란 위로 나비 5마리가 날아다닌다. 부귀영화를 누리며 장수하길 바라는 의미다. 나비는 중국어로 ‘디에’라고 부르는데, 80세 노인을 뜻하는 단어와 음이 똑같아 ‘장수’를 상징한다. 오랫동안 모습이 변치 않는 괴석(모양이 독특한 돌) 역시 ‘장수’를 상징해 모란과 함께 그림에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19세기 중반에 활동한 화가 김수철의 모란 그림에도 괴석이 함께 등장한다.

김 학예연구사는 “모란은 어떤 사물과 함께 사용되느냐에 따라 상징하는 내용이 조금씩 달라진다”며 “과육 알맹이가 가득해 ‘다산’(아이를 많이 낳음)을 상징하는 석류, 항상 함께 다니는 모습으로 금슬(부부간의 사랑) 좋은 부부를 상징하는 원앙과 함께 모란을 사용하면 결혼을 축하하는 의미가 됐다”고 했다.


행복을 기원하는 주문


조선의 제23대 왕인 순조의 둘째 딸 복온공주가 입은 혼례복​.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모란도 병풍

결혼, 장례 같은 경조사에서도 모란은 꼭 등장했다. 결혼 이후나 죽은 후에도 부귀영화를 누리며 잘 지내라는 염원을 담은 것. 조선의 제23대 왕인 순조의 둘째 딸 복온공주가 입은 혼례복에도 나비와 석류, 모란 무늬가 금색 자수로 화려하게 수놓아져 있다. 창덕궁에서 발견돼 최근 처음 공개된 궁중 여성 혼례복에도 이 같은 모란 무늬를 찾아볼 수 있다.

모란은 세상을 떠난 왕실 인물의 마지막을 배웅할 때도 사용됐다.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고인을 기리고 왕실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고인을 모신 공간을 모란도 병풍으로 두르고 무덤 주변 석물(무덤 앞에 세우는 돌 조각)에도 모란을 새겼다. 왕족이 저승에서도 부귀를 누리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역대 왕의 어진(임금의 초상화)을 보관하는 선원전의 내부도 용과 봉황 등 임금을 나타내는 다양한 상징물들과 함께 모란 문양으로 꾸몄다. 어진 뒤에 세워진 왕실의 번영을 기원하는 일월오봉도 너머에는 모란과 넝쿨이 뒤엉킨 그림의 병풍이 숨어있다. 왕실에 복이 넝쿨처럼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어린이동아 조윤진 기자 koala624@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어린이동아에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어린이동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지역난방공사 권지단
  • 댓글쓰기
  • 로그인
    • 어동1
    • 어동2
    • 어동3
    • 어동4
    • 어솜1
    • 어솜2
    • 어솜3

※ 상업적인 댓글 및 도배성 댓글, 욕설이나 비방하는 댓글을 올릴 경우 임의 삭제 조치됩니다.

더보기

NIE 예시 답안
시사원정대
  • 단비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