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뉴스
  •  각양각색 궁궐 화장실… “전하! 변기 대령했사옵니다”
  • 조윤진 기자
  • 2021-07-13 15:21:42
  • 인쇄프린트
  • 글자 크기 키우기
  • 글자 크기 줄이기
  • 공유하기 공유하기
  • URL복사



지난 8일 경복궁에서 발견된 대규모 화장실 터. 문화재청 제공​

손을 씻고, 용변을 해결하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찾는 화장실. 과거 궁궐에 살았던 왕과 신하들도 화장실을 찾는 건 마찬가지였다. 궁궐의 화장실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문화재청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는 지난 8일 경복궁(서울 종로구) 동궁(임금의 자리를 이을 세자가 거주하는 곳) 남쪽 지하에서 대규모 화장실 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화장실 터는 약 150년 전 동궁과 관련된 하급 관리와 궁녀, 군사들이 사용한 일종의 ‘직원 화장실’이었다. 이번에 발견된 화장실은 좁고 긴 네모꼴 석조(돌조각)로 된 구덩이 형태로, 대소변을 분리해 악취를 줄이고 거름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현대식 정화조 구조와 유사하다. 규모는 4∼5칸으로 한 번에 10명씩, 하루에 약 150명이 이용할 수 있는 크기다. 조선시대 궁궐 안에서 이러한 화장실 터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나라의 궁궐 화장실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세계 곳곳의 독특한 궁궐 화장실을 살펴보자.​

한 칸도 용납 못해!


거대한 규모에도 화장실이 하나도 없는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위키피디아 제공​

1710년 만들어진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은 방 개수만 약 2300개에 달하지만 화장실은 단 하나도 없었다. 당시 화장실을 불결(더러움)한 공간으로 여겨 궁전에 화장실 자체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 이에 왕을 비롯한 궁 관계자는 모두 전용 변기를 가지고 다녔다. 절대적인 권력을 휘둘렀던 것으로 유명한 왕인 루이 14세의 전용 변기는 26개에 달했을 정도. 당시 궁중 수석의가 기록한 ‘건강 일지’에 따르면 루이 14세는 용변을 보고 난 후에 실수로 몸 어딘가에 매번 변을 묻히고 다니곤 했다. 이 냄새를 감추기 위해 향수를 뿌린 것이 오늘날 향수의 기원(사물이 처음으로 생김)이 됐다고.

미처 변기를 챙겨오지 못한 방문객은 궁전 정원에 몰래 용변을 해결하곤 했다. 결국 정원에 악취가 심해지자 정원 관리인이 출입금지 표지판을 내걸었는데, 이때 표지판을 뜻하는 프랑스어 ‘에티켓’은 오늘날 ‘예의범절’을 뜻하는 표현으로 굳어졌다.


식사부터 독서, 회의까지?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이 중국의 역사를 기록한 ‘사기’. 위키미디어 제공​

중국에는 화장실 사랑이 유별난 왕이 있었다. 기원전의 연나라를 다스린 제45대 왕 한광이다. 당시 중국 궁중에서는 주로 나무, 금속 등으로 상자를 만들어 변기로 사용했는데, 한광은 그중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목제 변기가 있었다.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이 작성한 역사서 ‘사기’에 따르면 한광은 이 목제 변기에서 용변을 해결하는 것뿐 아니라 변기에 앉은 채 식사를 하거나 음악을 듣고 독서를 즐기기까지 했다. 사실상 대부분의 일과를 변기 위에서 보내면서 변기를 옥좌처럼 사용한 셈.

기원전 중국 한나라의 7대 왕인 무제 역시 남다른 화장실 사랑을 자랑했다. 무제는 변기에 앉은 채로 신하나 장군들을 만나 보고를 받고 회의를 했을 정도. ‘사기’에 따르면 무제를 만나러 온 신하들이 변기에서 나오는 악취와 변기에 앉아있는 왕의 모습을 보고 민망해하기도 했다고.


부와 권위의 상징

255개의 황금빛 화장실을 자랑하는 브루나이의 이스타나누룰 이만 궁전. 브루나이 관광청 제공

왕이 이용하는 화장실은 곧 권위를 대변(대신해서 보여줌)하기도 한다. 지금까지도 절대 왕권이 이어지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 브루나이는 왕을 곧 신처럼 여기는 문화가 특징이다. 왕이 머무르는 이스타나누룰 이만 궁전은 이러한 왕의 권위를 보여주기 위해 지구상에 있는 궁전 중 가장 큰 규모로 만들어졌다. 전체 면적이 20만㎡에 이른다.

화려함은 화장실도 예외가 아니다. 궁궐 안에 있는 화장실만 255개에 달할 정도. 변기는 모두 금으로 둘러싸여있고, 화장실 안에 로비와 분수대도 있다. 화려한 화장실을 통해 왕의 권위를 드러내는 것. 화장실에서 마주친 인사들은 분수대 앞에서 서로 인사하고 대화하며 화장실을 일종의 사교공간으로 삼는다.

▶어린이동아 조윤진 기자 koala624@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어린이동아에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어린이동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지역난방공사 권지단
  • 댓글쓰기
  • 로그인
    • 어동1
    • 어동2
    • 어동3
    • 어동4
    • 어솜1
    • 어솜2
    • 어솜3

※ 상업적인 댓글 및 도배성 댓글, 욕설이나 비방하는 댓글을 올릴 경우 임의 삭제 조치됩니다.

더보기

NIE 예시 답안
시사원정대
  • 단비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