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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높이 사설] “행복하세요”
  • 이채린 기자
  • 2021-05-02 18: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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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세요”





고(故) 정진석 추기경. 서울대교구 제공



2006년 추기경으로 결정된 고 정 추기경(왼쪽)의 모습과 고 김수환 추기경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 고 정 추기경(왼쪽)


[1] “
김수환 추기경이 아버지라면, 정진석 추기경은 어머니였다.”

42790세로 선종(‘세상을 떠남을 뜻하는 천주교 용어)한 정진석 추기경의 선종 미사에서 염수정 추기경은 이렇게 추모했다. 독재정권을 없애는 데 앞장섰던 김 추기경에 이어 한국의 두 번째 추기경이 된 고인은 몸을 낮추고 가난한 이들을 품었다. 그의 사목(신도를 지도해 구원의 길로 이끄는 일) 표어는 모든 이에게 모든 것’. 모든 사람을 대등하게(비슷하게),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내놓겠다는 뜻이다.

 

[2] 독실한 가톨릭 신도였던 고인(숨진 이)의 어머니 이복순 씨도 모든 것을 내주었던 분이다. 젖동냥을 다니는 이웃을 보면 언제든 젖을 물려주었다. 서울대 화학공학과에서 과학자의 꿈을 키워가던 외아들이 전쟁을 겪고 사제(천주교의 성직자)의 길을 가겠다고 했을 때도 주저 없이 허락했다. 1996년 사후(숨진 후)엔 안구 기증을 했는데 고인은 어머니의 안구 적출(끄집어 냄) 수술을 지켜보며 아낌없이 주고 떠나는 모습을 가슴에 새겼다.

 

[3] 사제가 된 후로는 신앙의 내실화(속을 충실하게 채움)에 집중했다. 청주교구장 시절 충북 음성에 전국의 노숙인을 위한 복지 시설인 꽃동네 설립을 지원했다. “우리 교구 신부들도 가난뱅이인데 누가 누굴 돕느냐며 반대가 많았지만 바지 하나를 18년간 입고, 여름에 선풍기도 틀지 않는 청빈한(재물에 대한 욕심이 없어 가난한) 고인의 뜻을 꺾을 수 없었다. 서울대교구장 시절 사목의 중심 주제는 생명이었다. 생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난치병(완치되기 어려운 병) 환자들을 위한 성체줄기세포(인체 내 특정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줄기세포) 연구엔 100억 원을 지원했다.

 

[4] 정치와 거리를 둔 배경엔 아픈 가족사도 있다. 아버지는 독립운동을 하다 옥고(옥살이를 하는 고생)를 치르고 월북해 북한 공업성 부상(차관)을 지낸 정원모 씨다. 아버지가 월북할 때 어머니 뱃속에 있었던 고인은 대학에 들어가 이 사실을 알았다. 고인은 남북 화해에 앞서 서로 참회(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침)하고 용서부터 구해야 한다면서도 이산가족 만남과 같은 인도주의적(인간의 존엄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것) 교류엔 적극적이었다. 평양교구장 대리(남을 대신하는 직책)를 겸임하던 2007년 평양교구를 다시 세우는 데 힘썼다.

 

[5] 6·25전쟁 당시 바로 옆에서 자고 있던 육촌 동생이 폭발로 숨진 후부터 고인은 내가 마지막 날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동아일보 인터뷰에서는 많은 이들에게 받은 사랑의 빚을 열심히 갚으며 살고 싶다고 했다. 그 바람대로 장기와 각막과 통장 잔액까지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을 주고 떠나며 니콜라오(고인의 세례명)는 선물처럼 작별 인사를 남겼다. “늘 행복하세요. 행복하게 사는 것이 하느님의 뜻입니다.”

동아일보 429일 자 이진영 논설위원 칼럼 정리

오늘은 동아일보 오피니언 면에 실린 칼럼을 사설 대신 싣습니다.



▶어린이동아 이채린 기자 rini1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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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동1
    • Sunjinnoh1   2021-05-09

      모든 이에게 모든 것, 즉 모든 사람에게,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내놓겠다는 신조를 가지고 살아보신 정진석 추기경님. 장기와 각막, 통장 잔액까지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을 주고 떠나시며, 마지막으로 늘 행복하세요. 행복하게 사는 것이 하느님의 뜻입니다.라고 남기신 말씀을 깊이 새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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