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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 속 배우 글씨 대필한 서예가 이정화, “서예는 생각을 글씨에 녹여내는 것”
  • 손희정 기자
  • 2021-03-01 15: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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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배우 글씨 대필한 서예가 이정화


‘어린이동아 꽃처럼 달처럼’ 글씨를 쓴 이정화 서예가. 이 작품 속 ‘어’는 굴렁쇠를 굴리는 듯한 어린이를 표현해 어린이들이 지구를 굴리듯 세상을 향해 나아가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이정화 서예가가 쓴 글씨.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영상 캡처​​


‘호텔 델루나’에서 이정화 서예가가 쓴 글. 호텔 델루나 영상 캡처​


‘보고십엇소’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여주인공 고애신(김태리)이 남주인공인 유진 초이(이병헌)에게 애정을 표현하기 위해 글씨가 담긴 종이를 수줍게 건넨다. 애신의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시청자들에게 설렘을 준 이 글씨는 방송 후 화제가 됐다. 사극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서예(글씨를 붓으로 쓰는 예술) 글씨는 해당 배우가 아닌 서예가가 대신 쓴다.

애신의 감정을 오롯이 보여준 이 글씨를 쓴 사람은 서예가 이정화 씨(30). 그는 ‘미스터 션샤인’ 뿐만 아니라 ‘동이’, ‘뿌리 깊은 나무’, ‘호텔 델루나’ 같은 드라마에서도 서예 글씨를 대필(남을 대신해 글씨를 씀)했다. 많은 드라마의 글씨 중 겹치는 글씨체는 없다. 각 인물의 특징을 담아 글씨로 표현하기 때문. 글씨 안에 인물의 마음을 담는다는 그를 최근 서울 구로구에 있는 송민서예문화연구소에서 만났다.

글씨 반듯하게 쓰는 것이 서예? NO!​


시간을 물 위에 떠 있는 배로 비유한 작품 ‘시간’. 이정화 서예가 제공

‘서예’는 벼루에 먹을 갈아 먹물을 만든 후 붓에 먹물을 묻혀 화선지에 글을 쓰는 것을 말한다. 이 때 필요한 종이, 붓, 먹, 벼루를 묶어 ‘문방사우’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서예’하면 화선지에 정자로 반듯하게 쓴 글씨를 떠올리지만 이정화 서예가는 “잘 쓰지 못해도 된다. 단순히 글자를 쓰는 것보다 이와 연관된 이미지를 글씨로 표현하는 게 서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서예가에 따르면 서예는 획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간’이라는 단어를 쓴다면 ‘시간’의 특징을 생각해 보는 게 첫 단계. 계속 흘러가는 특성을 시간의 특징으로 잡았다면 이 특징을 가진 또 다른 사물을 생각해본다. 계속 흘러가는 강물이나 이 물길을 따라가는 물고기 등을 떠올리는 것. ‘시간’이라는 글자에 강물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덧입혀지면서 아름다운 글씨가 완성되는 것이다.

글씨에 마음을 담아내는 것도 서예의 표현법이다. 이 서예가는 드라마 속 배우의 글씨를 대필하면서 글씨에 마음을 담는 법을 배웠다고.

“드라마 ‘동이’를 촬영할 때 동이가 급하게 글씨를 쓰는 장면을 대필해야 했지요. 급박한 동이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손을 빨리 움직여 글씨를 거칠게 쓴 적이 있어요. ‘신입사관 구해령’에서 왕에게 올리는 상소문을 쓸 때는 내가 왕에게 직접 글을 쓴다고 생각하며 당당하고 당찬 느낌으로 썼지요.”​


“집중력, 책임감도 기를 수 있어요”​


옹기종기 앉아서 함께 밥을 먹는 식구들을 ‘밥 식(食)’자를 통해 표현한 ‘식구’

“서예를 시작한 뒤 특정 사물을 보면 이 사물을 어떻게 글씨로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서예가 생각을 풍부하게 해주는데 큰 도움이 되지요. 어린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찾기 위해선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게 중요한데, 그런 측면에서 서예는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많은 어린이들이 서예를 어렵게 생각한다. 보다 쉽게 서예를 접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 작가는 어린이들에게 ‘서예로 친구 이름 써주기’를 추천했다. 친구의 이름을 정자로 쓰는 것이 아니라 친구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함께 이름을 표현해보는 것이다. 친구의 얼굴이 동그랗고 예쁘다면 둥글둥글한 모양에 예쁜 꽃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을 덧입혀 이름을 써보는 식.

“서예의 매력은 지워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연필은 지우개로, 펜은 수정 테이프로 지울 수 있지만 서예를 지울 수 있는 방법은 없어요. 한 번 쓰면 그대로 남지요. 이런 특성 때문에 글씨를 쓸 때 책임감을 갖고 더 집중하게 되는데, 이것이 어린이들의 책임감과 집중력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된답니다.”​

▶어린이동아 손희정 기자 son122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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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동1
    • khs0923   2021-03-01

      서예 엤날에 오빠 따라 대회 가봤는데 학생들이 정말 많이 하더라고요 초등학생이였던 저는 그때 별로 해야할 생각은 안 해봤는데 중학교 올라오고 나서는 정말 필요한 거를 알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즐겨 했으면 좋았을텐데~
      그런 재능이 있다는 것이 훌륭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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