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에 물 튀고 강풍 불고 번개
비행장면선 관객도 하늘 나는 듯
스크린 속 상황 현실서 생생체험

 

스크린 안에 갇혀 있던 영화가 현실세계를 침범(?)했다. 4D 영화관이 잇달아 들어서 관객에게 신선한 즐거움을 안겨 주고 있다. 4D 영화는 입체안경을 쓰고 관람하는 3D 영화에서 한 단계 발전해 진동, 향기, 물, 바람 등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영화다. 지난달 27일 4D 영화 상영관을 갖춘 서울 마포구 디지털파빌리온과 CGV 상암점을 찾았다.

 

○‘윙윙의 달탐험’ 무료 상영
“쿵쿵쿵.”
스크린 속 유인우주선이 로켓 발사대에서 분리되는 순간, 관람석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우와∼.”
관객석의 아이들은 우주선 안 우주인들이 느낄 진동과 긴장감을 함께 느꼈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우주 궤도에 진입한 우주선에서 추진로켓이 분리되고 우주선 엔진이 점화되자, 앞좌석에 설치된 장치에서 바람이 뿜어져 나왔다. “칙∼” 하고 영화 속 주인공들이 스프레이를 맞을 때는 바람과 물이 함께 나와 머리카락이 날리고 입체안경에 물이 튀었다.
디지털파빌리온에서 상영 중인 ‘윙윙의 달탐험’은 파리 세 마리가 우연히 아폴로 11호에 동승하면서 생기는 일들을 그린 15분짜리 4D 애니메이션 영화다. 둥실둥실 공중에 떠다니던 윙윙이 얼굴에 닿을 듯 가까이 다가오자 아이들은 스크린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때 갑자기 “아삭” 소리가 나더니 앞좌석에서 바람이 뿜어져 나왔다. 윙윙이 공중에 떠다니던 과자를 간신히 입에 넣고 입을 벌리는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아이들은 놀랐다가 이내 까르르 웃었다.
신다은 양(서울 정목초교 3)은 “영화 속 주인공이 느끼는 기분을 나도 느낄 수 있어 실감 났다”고 말했다. 신 양의 어머니 김용숙 씨(39)는 “내가 봐도 재미있다. 영화 관람과 체험이란 두 가지 경험을 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이영훈 디지털파빌리온 홍보팀 과장은 “평일에도 객석 점유율이 80%가 된다”며 “앞으로 다른 4D 영화들도 상영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무료.

CGV 상암점의 4D 영화 상영관. 앞좌석에 설치된 장치에서 바람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사진 제공 CGV>

○“내가 영화 속에 들어간 것 같아요”
“영화 상영 중에 가방이 앞으로 쏟아질 수 있으니 옆 의자 위에 가방을 올려놓지 말아주세요.”
CGV 상암점 스마트플렉스에서는 다큐멘터리 ‘우주의 신비’ 상영을 앞두고 특이한(?) 안내가 흘러나왔다. 그 이유는 영화가 상영되자 곧바로 확인됐다.
카메라가 고공비행하며 지구의 광활한 산과 바다를 비추자 의자가 전후좌우로 흔들렸다. 카메라 속도에 맞춰 빨라졌다가 느려졌고, 영화관 천장에 설치된 팬에서는 바람이 솔솔 불어 하늘을 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동물들이 벌판을 뛰는 장면에서는 의자가 쿵쾅쿵쾅 엉덩이를 때렸다. 목수가 전기톱으로 나무를 자를 때 연기가 나자 앞좌석에서 뿌연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물이 튀었다. 바닷속으로 들어가자 뿌연 연기가 나와 관객들의 시야도 잠시 뿌옇게 흐려졌다.
“어? 꽃향기가 난다.”
한 어린이 관객이 소리쳤다. 스크린에서 꽃이 피자 앞좌석에 설치된 3개의 분사 구멍을 통해 꽃향기가 흘러나왔다.
일반 영화가 4D 기술과 만나 새롭게 태어나기도 했다. 모험 영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가 그것이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양칫물을 내뱉으면 앞좌석에서 물이 나왔다. 주인공이 강풍을 맞을 때는 천장에 설치된 팬에서 바람이 불고, 상영관 내에 번개가 치기도 했다. 안개가 낀 장면에서는 스크린 앞에 설치된 장치에서 안개가 나왔다.
김요셉 군(경기 부천시 범박초교 3)은 “너무 신났다. 영화 속에서 물이 튀는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모자를 덮어썼다”며 “내가 영화 속에 들어간 것 같았다”고 말했다.
4D 영화 상영관은 어른 1만4000원, 어린이 1만2000원. 스마트플렉스는 어른 1만8000원, 어린이 1만4000원.
<임선영 기자> sy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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