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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높이 사설] 북(北) “축지법 불가능”
  • 이지현 기자
  • 2020-05-24 15:4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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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쓴 ‘눈높이 사설’이 월, 수, 금 실립니다. 사설 속 배경지식을 익히고 핵심 내용을 문단별로 정리하다보면 논리력과 독해력이 키워집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안남도 순천에 있는 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오른 모습​


[1] 임진왜란 때 *승병(승려들로 구성된 조선시대 비정규 군대)을 일으킨 사명당은 금강산에서 축지법(‘땅을 접는 법’이란 뜻으로, 같은 거리를 일반적일 때보다 훨씬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가공의 기술)을 익혀 몇 걸음 만에 묘향산으로 가서 서산대사와 도력(도를 닦아서 얻은 힘)을 겨뤘다는 전설로 유명하다. 그게 북한 김일성에겐 솔깃했던 모양이다. 1960년대 1인 독재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개인숭배와 우상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때 축지법을 쓰는 천출(天出·하늘이 냄) 명장(이름난 장수)이라는 전설이 만들어졌다.​

[2] 헌법재판소 해산 결정 전인 2012년 2월 통합진보당 홈페이지에는 인공기와 김정일 사망 당시 오열하는 주민들의 사진이 걸리고 배경음악으로 ‘장군님 축지법 쓰신다’라는 선전가요가 흘러나왔다. 누군가 해킹해 통진당의 종북 행태를 비꼰 것이다. 보천보전자악단(북한의 음악단)과 쌍벽을 이룬다는 왕재산경음악단(북한의 음악단)이 1996년 발표한 이 가요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수령님 쓰시던 축지법, 오늘은 장군님 쓰신다”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신통한(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는 신기한) 능력이 대를 이어 내려온다는 김씨 일가의 우상화 작업을 잘 보여준다.​

[3] 북한 지도자의 신격화(어떤 대상을 신의 자격을 가진 것으로 만듦) 움직임은 3대까지 이어졌다. 김일성은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고 가랑잎 한 장을 타고 대하(大河·큰 강)를 건넜다고 했다. 김정일은 72홀 평양골프장에서 38언더파 34타를 쳤고, 홀인원을 11번 했다고 한다. 북한 교과서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세 때 자동차를 운전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다른 자료엔 3세 때 사격을 했는데 100m 앞의 전등과 병을 줄줄이 맞혔다는 내용도 담겼다.​

[4] 이젠 신격화나 우상화도 정도껏 해야 하는 걸 북한 지도부도 깨달아 가는 모양이다. 북한 노동신문이 어제 ‘축지법의 비결’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축지법이 불가능하다고 실토(거짓 없이 사실대로 말함)했다. 김일성이 항일운동 시절 매복(공격을 위해 일정한 곳에 숨어있음)했던 것을 두고 “일제 놈들이 ‘유격대가 축지법을 쓴다’고 했다”고 전하며 신화적인 대목을 걷어냈다. 주민들 사이에선 축지법 노래를 비틀어 ‘장군님 쌀 구걸 하신다’ 등 패러디가 돌아다녔다고 하는데 이젠 우상화가 점점 통하지 않고 웃음거리가 되고 있음을 북한 지도부도 안 것일까. 북한에도 휴대전화가 600만 대나 보급됐으니 ㉠황당무계 우상화가 통하지 않을 때도 됐다.​

[5] 김정은은 지난해 한 서한(편지)에서 “수령의 혁명 활동과 풍모(풍채와 용모를 아울러 이르는 말)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게 된다”고 탈(脫·벗어나다)신격화에 시동을 걸었고 이번 보도를 계기로 한 발 더 내디뎠다. 할아버지의 외모를 흉내 내 후광으로 활용했던 김정은으로서는 선대(조상의 세대)와 결별하는 모험일 수도 있다. 모래로 쌀을 만들었다는 김씨 왕조의 신통력은 현실이 될 수 없지만, 핵을 포기하고 개방하면 주민을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하는 기적을 이룰 수 있다. 시대착오적 우상화에서 ㉡현실 세계로의 이행(다른 상태로 옮아감)이 더 적극적이고 가속화돼야 한다.​




▶어린이동아 이지현 기자 easy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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