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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높이 사설] 누구를 먼저 구하나
  • 김재성 기자
  • 2020-03-19 14:5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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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쓴 ‘눈높이 사설’이 월, 수, 금 실립니다. 사설 속 배경지식을 익히고 핵심 내용을 문단별로 정리하다보면 논리력과 독해력이 키워집니다.


1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북부 브레시아의 한 병원에 마련된 선별 진료 시설에서 환자들이 병상에 누워있는 모습. 브레시아=AP뉴시스


[1]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한 유럽의 이탈리아와 스웨덴이 ‘연령 ㉠차별’ 논란으로 시끄럽다. 이탈리아 의학계는 ‘성공 가능성이 높은 환자부터 치료하라’는 권고안을 내놓았다. 사실상 ㉡중증 고령 환자에 대한 치료 거부를 정당화하는 내용이어서 ‘이탈리아판 고려장(늙고 쇠약한 부모를 산에 버리는 풍습으로 효를 강조하는 일부 설화에서 전해지지만 역사적 사실은 아니다)’이라는 비난이 나온다. 반면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선 ㉢고령자만 진단 검사를 하기로 해 젊은이들이 반발하고 있다.


[2] 의사에게는 정당한 이유 없이 진료를 거부할 권한이 없다. 그런데 전쟁이나 재난이 닥쳐 의료자원이 부족할 땐 어쩔 수 없이 * ‘트리아주(triage)’, 즉 환자를 분류해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트리아주는 커피 원두를 골라내는 것을 뜻하는 프랑스어. 나폴레옹(1769∼1821)의 군의관이 전쟁터에서 ‘부상자 선별’의 뜻으로 쓰기 시작했다. 그의 회고록(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하며 적은 기록)에는 “치명적 부상을 입은 병사들은 계급이나 수훈(뛰어난 공로)과 무관하게 맨 먼저 처치를 받아야 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프랑스 혁명 정신인 ‘평등’ 사상을 구현한 트리아주다.


[3] 세계적으로 합의된 트리아주의 원칙은 없다. ‘급한 환자부터’라는 원칙이 있는가 하면 ‘최대 다수에게 최대 이익’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1846년 영국 해군은 가망(될 만하거나 가능성이 있는 희망) 없는 환자에 대한 수술을 포기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쏟는 의료자원이면 다수의 경증 군인을 살릴 수 있다는 논리다. 급진적인 사람들은 ‘무작위’를 주장한다. 모든 사람의 생명은 소중하고, 누군가에게 살 사람과 죽을 사람을 결정할 권한을 주는 건 위험하기 때문이란다.


[4] 요즘 응급실에선 가장 위험한 환자가 우선이다. 그런데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침수(물에 잠김) 위기에 놓인 미국 뉴올리언스 메모리얼 병원의 구조 ㉣우선순위는 정반대였다. 병원은 환자를 3등급으로 분류해 스스로 걸을 수 있는 ‘1등급’을 맨 먼저 대피시키고, 다음은 부축이 필요한 ‘2등급’, 나머지 위중한 ‘3등급’을 마지막 순위로 두었다. ‘최대 다수에게 최대 이익’이 기준이었던 셈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자 주정부는 재난 시 환자 분류에 관한 지침을 만들어 인공호흡기 등 부족한 의료자원을 배분하는 원칙을 제시했다.


[5] 누구를 먼저 살리고 누구를 포기할까. 유럽의 선진국이 2차 대전 이후로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윤리적 고민에 빠질 정도로 코로나19의 기세(기운차게 뻗치는 모양이나 상태)가 무섭다. 한국도 병실을 기다리다 사망한 환자가 나오고 의료진의 피로도도 누적된 상태다. 코로나19에 집중하느라 다른 중증 응급 환자들이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유럽 의사들 같은 고민 없이 위기를 넘기려면 환자 증가세를 완전히 꺾어놓아야 한다.


동아일보 3월 18일 자 이진영 논설위원 칼럼 정리

※오늘은 동아일보 오피니언 면에 실린 칼럼을 사설 대신 싣습니다. 






▶어린이동아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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