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먼 외계에서 날아와 지구 위로 떨어진 운석은 호기심을 끈다.

대기권을 돌파하면서 소멸하지 않고 그 형태가 남은 운석은 갖가지 우주 정보를 보물처럼 담아 우리에게 전달한다.

최근 지구에 떨어진 운석에서 처음으로 ‘외계 단백질’로 추정되는 물질이 발견돼 주목을 받았다.

미국의 맬컴 맥지오크 박사팀이 1990년 북아프리카 알제리에서 발견한 운석 ‘Acfer 086’에서 외계 단백질로 추정되는 물질을 찾아낸 것.

생명체를 구성하는 필수 요소인 단백질이 외계에서 온 운석에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지구 밖 행성에 생명체가 살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이밖에 지구로 온 운석에는 어떤 정보들이 담겨있을까? 어느 날 지구로 날아온 운석이 말해주는 정보들을 살펴보자.​


외계 단백질이 발견된 운석 ‘Acfer 086’. 데일리메일 홈페이지 캡처​

지구의 달콤한 시작은 운석에서?

RNA 생성에 필요한 ‘당’이 발견된 운석. NHK 홈페이지 캡처​

물에 잘 녹으며 단맛이 나는 탄수화물인 ‘당(糖·엿 당)’. 우주에서 온 당이 지구 생명의 시작을 여는 재료가 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본 도호쿠대, 홋카이도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과학자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운석에서 리보핵산(RNA)을 구성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당을 검출했다는 내용의 연구논문을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를 통해 발표했다.

운석에서 아미노산(생물의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의 기본 구성단위) 등의 유기물(탄소를 포함하고 있는 물질로 생체 안에서 생명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물질)이 발견된 적은 있지만 생명의 뿌리가 되는 RNA를 구성하는데 필요한 당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RNA는 핵산(모든 생명체에 필수적인 생체고분자 물질)의 일종으로, 유전자 본체(DNA)가 가지고 있는 유전정보에 따라 필요한 단백질을 합성할 때 직접 작용하는 고분자 화합물이다.

연구팀은 “우주에서 만들어진 당이 지구에서 최초의 생명이 탄생하는 재료가 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우주에서 온 귀한 먼지

전자현미경으로 스캔한 태양계 형성 이전에 만들어진 알갱이. BBC 홈페이지 캡처​

방에 조금씩 쌓여 틈만 나면 닦아내야 하는 먼지는 우리에게 매우 귀찮은 존재. 하지만 우주에서 온 먼지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구로 떨어진 운석에서 태양계가 만들어지기 전인 약 50∼70억 년 전의 ‘우주먼지’가 확인됐다. 미국 필드자연사박물관은 시카고대 지구물리학 부교수이자 이 박물관 큐레이터인 필립 헥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태양이 형성되기 이전의 우주먼지로 만들어진 운석에 관한 연구 결과를 과학저널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 최신호에 발표했다고 전했다.

이 운석은 1969년 호주 멜버른에서 약 100㎞ 남쪽에 있는 머치슨 인근에 떨어진 것으로 시카고대 측이 이 운석을 산성의 물질로 녹여 태양계 형성 이전의 먼지처럼 작은 알갱이를 얻어냈다. 이런 알갱이는 지구에 떨어지는 운석 중 약 5%만 갖고 있을 정도로 발견하기 어려우며 태양계 이전 상황을 담고 있어 ‘타임캡슐’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우주선(우주에서 끊임없이 지구로 내려오는 매우 높은 에너지의 입자선)에 노출된 정도를 측정해 알갱이들의 나이를 알아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알갱이가 46억에서 최대 55억 년 전에 만들어진 것을 밝혀냈으며 약 70억 년 전에는 우주에 새로 태어난 별들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됐다.​

▶어린이동아 이지현 기자 easy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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