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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막 메뚜기 “하루 150㎞ 날아 농장을 쑥대밭으로”
  • 이지현 기자
  • 2020-02-10 17: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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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프리카 메뚜기 떼 급증

“검은 구름처럼 지평선 위에 걸쳤더니 이윽고 부채꼴로 퍼지면서 하늘을 뒤덮었다. 세상이 밤처럼 캄캄해지고 메뚜기들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 내려앉은 곳은 잎사귀 하나 없는 황무지가 됐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소설가 펄벅의 소설 ‘대지’에서 메뚜기 떼가 마을을 습격하는 장면을 묘사한 부분이다.

공상과학(SF) 영화에나 등장하는 메뚜기 재앙이 현실에서 일어났다. 최근 동아프리카와 중동 일대에 엄청난 규모의 메뚜기 떼 습격으로 농작물이 초토화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 이 메뚜기들은 수천만 마리가 몰려다니며 농작물을 대량으로 먹어 치우면서 농업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왜 메뚜기 떼는 갑자기 동아프리카를 휩쓴 것일까. 메뚜기 떼의 출현이 왜 위험이 될 수 있는지 메뚜기의 특성과 이와 연관된 환경 문제를 함께 알아본다.​


지난 1일(현지시간) 아프리카 케냐 나스울루 자연보호구역에 등장한 메뚜기 떼. 나스울루=AP뉴시스


식량 부족 일으키는 메뚜기 떼

사람 손가락만 한 메뚜기가 얼마나 큰 해를 입힐까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지만 이들이 먹는 곡식의 양을 계산해보면 이해가 된다.

국제연합(UN·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1㎢ 규모로 뭉쳐 다니는 8000만 마리의 메뚜기 떼는 하루만에 사람 3만5000명이 이용할 수 있는 식량을 먹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마리당 몸무게는 2g에 불과하지만, 매일 자신의 몸무게만큼의 곡식을 먹을 수 있으며 잡식성으로 쌀·보리는 물론이고 옥수수·목화·바나나 등 식물·과일류를 모두 먹이로 삼는다.

가뭄·홍수, 정치·종교적 분쟁 문제로 수천만 명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메뚜기 떼의 확산은 더욱 심각한 영향을 불러일으킨다. 이미 식량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이 나라 주민들이 남아있는 곡식마저 메뚜기 떼에게 빼앗기는 처지가 된 것. 소말리아 정부는 최근 “메뚜기가 식량을 모두 먹어 치워 사람과 가축을 위한 식량이 부족하게 됐다”며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이번 메뚜기 출현은 25년 만에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메뚜기 떼를 진압하기 위해 케냐 나스울루 자연보호구역에 띄워져 살충제를 뿌리고 있는 비행기의 모습

높은 번식력과 이동성 가진 ‘사막 메뚜기’

식량 부족 사태를 일으킬 만큼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는 이 메뚜기는 ‘사막 메뚜기(desert locust)’라는 종이다. 사막 메뚜기는 3∼6개월가량 살며 한 해 동안 4세대까지 번식을 이어갈 수 있다. 세대가 내려갈 때마다 그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한 세대가 넘어갈 때마다 10배가량 숫자가 불어난다.

전문가들은 올해 겨울 동아프리카에 예년보다 훨씬 고온다습한 이상 기후가 나타나면서 메뚜기 떼가 번식하기 좋은 여건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FAO는 오는 6월까지 메뚜기 떼 규모가 500배 수준으로 커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막 메뚜기 떼는 바람을 타면 하루 150㎞ 이동도 가능해 확산 속도가 빨라 그 피해 범위가 더욱 큰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곤충 생태계도 큰 변화

메뚜기 떼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지구온난화로 해마다 어떤 곤충은 그 수가 급격하게 늘고 있지만 반대로 어떤 곤충은 점점 자취를 감추기도 한다.

캐나다 오타와대 및 영국 런던대 연구팀은 최근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 이상고온 현상이 더 자주 발생하면서 벌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 사는 호박벌의 개체 수가 약 30% 줄어들어 대량멸종 수순을 밟고 있다는 것.

반면, 기온이 높아지고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할수록 해충 개체 수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 연구진은 지난해 연구를 통해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증가할수록 해충인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가 알부터 어른벌레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3.88일 줄었고, 암컷 어른벌레의 수명은 42.59일 짧아졌으며, 1일 평균 알을 낳는 개수는 1.47개 증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밖에 바퀴벌레나 파리 등 급변하는 기온에 적응력이 뛰어난 해충들은 지구온난화가 심해질수록 그 수가 늘어 가축 및 사람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어린이동아 이지현 기자 easy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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