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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강글짓기대회 / 산문]우리 가족
  • 어린이동아 취재팀
  • 1998-06-01 11: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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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글짓기대회 / 산문]우리 가족

작년 봄 꼭 이맘때 나는 오늘처럼 글짓기 대회에 나오기 위해 준비를 하고 할머니께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드렸다. “오냐! 내 강아지, 에미랑가서 잘 쓰고 오너라.” 할머니는 어느날 갑자기 속이 쓰려서 병원에 갔는데 위암이라는 판단을 받았다. 수술을 하려고 보니 너무 심해서 수술도 못하고 다시 꿰맸다. 갑작스러운 일에 우리 가족은 말을 잊고 슬픔에 잠겨 서로 눈치만 보고 살았다. 그러나 할머니는 수술이 잘 된 줄만 알고 낫기만을 기다리셨다. 아무것도 모르고 속고계신 할머니가 너무나 가여웠다. 엄마 아빠가 좋다는 것은 다 해드려도 소용이 없었다. 아빠는 가게 문을 닫고 기도원에도 몇 번씩 할머니를 모시고 다녀오셨다. 하지만 할머니는 뼈와 가죽만 남아 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로 말라가셨다. 배에 물이 차서 임신한 사람처럼 하고 앉아서 숨을 헉헉 거리셨다. 얼마나 답답하셨던지, “아가 할머니 배 위에 한번 올라가 앉아봐라, 배가 꺼지나보게.” 할머니가 너무나 불쌍했다. ‘내가 하느님이라면 우리 할머니를 살릴 수 있을 텐데….’ 원망스러웠다. 나는 주말마다 교회에 가서 할머니를 낫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를 드렸다. 그러던 어느날 드디어 글짓기 발표날이 돌아왔다. 신문을 펼쳐든 내 손이 덜덜덜 떨렸다. ‘금상, 전주 중앙 초등학교 정태성’. 뛸듯이 기뻤다. 선생님도 반 친구들도 환호성을 쳤다. 할머니 생각이 났다. 학교가 끝나기 만을 기다렸다가 집으로 빗 속을 총알처럼 달려왔다. 신문을 펄렁거리며, “할머니! 나 금상이야.” “기특한 내 새끼.” 나의 등을 껴안고 할머니는 누워서 한없이 눈물을 흘리셨다. “내 강아지 더 잘되는 모습을 이 할미가 오랫동안 봐야 할 텐데….” 시상식날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시는 할머니를 아빠는 가뿐히 들어 가슴에 올려 안고 차에 실어주셨다. 1분도 채 앉아 계시지 못하는 할머니는 한 시간 동안 딱딱한 의자에 앉아 시상식을 지켜보셨다.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듯이 할머니를 힐끗힐끗 훔쳐 보았다. 내가 앞에 나와 작품을 발표하는 순간 뒷 자석에 앉아 눈물을 훔치시는 할머니 모습이 보였다. 목이 메어왔지만 꾹 참았다. 돌아 오는 차 속에서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아가, 내년에는 이 할머니가 죽고 없더라도 더 열심히해서 꼭 대상 받거라. 할머니가 하늘 나라에서 지켜볼게.” 우리 가족 모두는 침묵했다. 1년이 지난 오늘 우리 가족 모두 아침부터 서둘러 글짓기 대회장에 나왔다. 오는 차 안에서 할머니 모습을 떠올렸다. 작년에 계셨던 할머니가 지금은 안 계신다. 그래도 내 마음 속에는 할머니가 영원히 우리 가족임을 믿는다. ‘할머니, 영원히 제 곁에 계시죠?…’ 정태성 / 전주 중앙교 4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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