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빗방울들이 하늘에서 내려온다. 아이들은 아침부터 오는 비에 불만이겠지만 비오는 날은 보기 좋은 정경이 많다.
평소에는 땅속에 처박혀 있던 지렁이가 꾸물꾸물 기어다니고, 이 나무 저 나무에는 물방울들이 송알송알 맺혀 있다. 아이들은 긴 장화를 신고 첨벙첨벙 참방참방…. 학교 길의 아이들은 알록달록 여러 가지 우산을 쓰고 간다.
이런 모습들은 옛날 일을 생각나게 해 준다.
그 날도 비가 조르르륵 내렸다. 난 여섯 살. 검정 우산과 노랑 우산을 들고 앞마당에 뛰어나가 친구와 같이 논다. 우산 2개를 나란히 펴 집을 만들고 그 밑에서 소꿉놀이를 한다.
진흙 반죽을 조물거리며 떡을 만들고, 꽃잎으로 반찬을 해 엄마놀이를 하던 그때.
“내가 엄마 할 테니까 넌 아기해.”
“싫어,내가 엄마 할 거야.”
하찮은 일에도 서로 지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면 우리 둘 다 엄마 하자.”
“그래,난 내 인형을 아기로 할 거야.”
“나도.”
우산집 속에서는 추운 날씨임에도 따뜻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나중에는 기억이 가물가물해지겠지만 사소한 일, 흔한 일들도 내게는 소중한 추억이다.
학교 가는 길은 그 날처럼 춥고 진흙이 많다. 학교로 들어서자 안개 낀 교실의 유리창들과 젖은 발로 지나간 계단.
비오는 날 학교의 모습들도 모두 어린 시절의 추억이 되겠지.
노랑 우산, 아주 조그만 노랑 우산을 펴 들고 베란다에 나와 뱅그르르 돌리며 예쁘다고 웃음짓던 어릴 때의 나도 생각난다. 그 때처럼 우산과 함께 순수한 나로 돌아가고 싶다.
심보영 / 경기 김해 외동교 6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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