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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예상 후보 / 산문]회갑 잔치
  • 어린이동아 취재팀
  • 1998-05-15 11: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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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상 후보 / 산문]회갑 잔치

[문예상 후보 / 산문]회갑 잔치

“야, 우리 국수 먹으러 가자.” “그래, 얼른 가자.” 옆집 철이와 동수가 우리 집 대문 앞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 나도 기익이네 할머니 회갑 잔치에 가려고 방 청소를 빨리 마쳤다. 생각만 해도 입안에 군침이 저절로 돈다. 맛난 고기며 부침개, 딸기 냄새가 어제 온 동네에 풍겼는데…. 나와 우리 마을 친구들은 손을 잡고 기익이네로 갔다. 회갑집에는 기익이네 온 식구가 아름다운 한복을 입고 싱글벙글 즐거워하고 있었다. 기익이네가 부러웠다. 우리 집도 할머니 회갑을 이렇게 멋있게 차렸으면 좋겠다. 조금 있으니까 어른들이 물린 상이 나오고 그 상에 국수와 고기 접시 같은 것을 놓아 주면서 우리 어린애들에게 먹으라고 했다. 나는 이것저것 정신 없이 먹었다. 그 중에서도 딸기와 바나나가 참 맛있었다. 얼마나 먹었는지 허리끈을 풀어야 했다. 그런데도 은희는 더 먹겠다고 이것저것을 집어 먹는다. 아이들은 은희를 돼지라고 한다. 과연 돼지라는 별명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얼마쯤 지나자 마을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짝을 지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신다. 서로 노래를 하겠다고 마이크를 뺏고 야단이다. 스피커의 큰 소리가 온 마을을 꽝꽝 울렸다. 우리 어머니는 다른 아주머니들과 멀리 떨어진 채 혼자 손뼉을 치고 있었다. 나는 화가 났다. ‘아빠, 왜 어머니를 혼자 남겨 두고 가셨어요?’ 나는 먼저 돌아가신 아빠가 원망스럽기만 했다. 외톨이가 되어 다른 아주머니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어머니가 가여웠다. 그러나 어머니는 우리 남매들을 얼마나 사랑하시는가. 여자 혼자힘으로 비닐 하우스에서 깻잎을 따시면서 우리 집 살림을 도맡아 하신다. ‘어머니, 조금만 기다리세요. 이 선희가 얼른 자라 어머니를 편하게 모시겠어요.’ 주름살이 늘어만 가는 어머니를 보니 나 혼자만 배부르게 먹고 신나게 놀았다는 생각이 든다. ‘하느님, 불쌍한 우리 어머니를 도와 주세요. 저도 열심히 공부하겠어요.’ 이선희 / 충남 금산 금계교 6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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