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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예상 장원 / 산문] 할아버지 생신
  • 어린이동아 취재팀
  • 1998-04-03 11: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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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상 장원 / 산문] 할아버지 생신

저번 주 일요일은 우리 가족 중 연세가 가장 많으신 할아버지의 생신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우리의 손과 발은 바빴다. 할아버지의 친구분들과 친척들이 오셔서 할아버지 생신을 축하하시는 모습을 보자, 나도 모르게 생신 축하 노래를 불렀다. 우리 집은 곧 잔칫집이 되었다. 설이 지난 지 얼마 안되어 우리는 세배를 했다. “자네는 복이 많으이.” “암, 그렇고말고.” 할아버지가 친구분들의 부러워하는 말에 흐뭇해하시는 것을 보니까 나도 즐거웠다. “이 아이가 손잔가?” “암, 글짓기를 잘해서 장원상을 탔다네.”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는 할아버지의 손은 무척 따뜻했다. 상을 탔을 때 웃기만 하시던 할아버지께서 이처럼 자랑스러워하실 줄은 몰랐다. 방방이 가득히 앉아서 오직 할아버지의 만수무강을 빌며 음식을 먹느라 왁자지껄했다. 누나와 나는 엄마를 도와 손님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심부름을 했다. 시간이 꽤 지나 생신 잔치가 끝났다. 친구분들과 친척분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가셨다. 할아버지는 활짝 웃으시며 방으로 들어가셨다. 우리 가족은 백화점에 가서 할아버지의 선물을 샀다. 밤이 되자 우리는 할아버지를 모시고 마루에 나와 촛불을 켜고 선물을 드린 뒤 생신 축하 노래를 불렀다. 너무 기쁘신지 할아버지는 눈물을 흘리시며 누나들과 나를 번갈아 안아 주셨다. 나는 안긴 채 이런 생각을 했다. 할아버지의 진짜 선물은 우리 가족과 할아버지의 건강이라는 것을. 그리고 또 하나 간절한 소망은 할아버지가 외롭지 않게 해 드리는 일이다. 매일 혼자 앉아 계시는 할아버지를 볼 때마다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내가 어릴 때 병으로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으로 외로워하시는 모습은 오늘도 마음 속에서 지울 수가 없다. 잘 웃으시는 할아버지지만 마음 한구석은 언제나 비어 있다. 쓸쓸함으로 어깨는 늘어졌고 할아버지의 옆자리에는 늘 큰 구멍이 따라다닌다. 그것을 메워 드리는 것이 가장 좋은 선물이라는 생각을 했다. 장승호 / 서울 압구정교 5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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