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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활문]엄마의 내복
  • 어린이동아 취재팀
  • 1998-01-12 17: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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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엄마의 속옷 넣어두는 서랍을 열어 본 적이 있었다. 서랍 안은 온갖 잡동사니로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다. 엄마가 바쁘셔서 서랍 정리를 못하셨나보다 하며 엄마를 기쁘게 해드리려고 서랍을 정리하다보니 엄마의 서랍이 그렇게 지저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 속에는 아빠가 안 입으시는 아빠의 내복, 구멍난 내 스타킹, 그리고 오래돼 늘어지고 색이 바랜 엄마의 속옷들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그것들 중에서 헌 내복 바지 하나를 집어들고는 그만 우습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했다. 그 이유는 바느질에 소질 없는 엄마가 구멍난 무릎 부분을 얼기설기 꿰매놓았기 때문이다. 겉옷이야 남에게 꿰매달라고 부탁할 수 있겠지만, 속옷은 누구에게 내 보이기 싫어서 그렇게 어설프게 꿰맸나보다 생각하니 가슴이 찡하고 코끝이 시큰해진다. 나는 그날 모아두었던 용돈을 들고 속옷 가게로 달려가 엄마 내복을 두 벌 샀다. 내 이야기를 들으신 주인 아줌마가 착하다고 칭찬하시며 천원을 깎아 주셨다. 그런데 정작 기뻐하실 줄 알았던 엄마는 얼굴을 붉히시며 괜한 돈을 없앴다고 걱정을 하시더니, 이내 내 마음을 이해하셨는지 고맙다며 나를 꼭 껴안아주셨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얘, 이제 너하고 동네 목욕탕 갈 때는 이 내복 입고 가야겠다. 사실 그동안 네가 부끄러워할까봐 나 무척 신경쓰였거든. 하지만 아직 입을 수 있는 옷을 두고 새옷을 산다는 건 낭비라는 걸 꼭 알아두거라. 하여튼 네가 나를 생각해주니 정말 고맙구나. 고마워….” 나는 그날 이후로는 절대로 비싼 유명 상표의 옷을 사달라고 엄마나 아빠를 조르지 않는다. 그리고 허름한 작업복을 입고도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신 우리 엄마가 나는 늘 자랑스럽다. 임희선 / 서울 신성교 6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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