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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예상 후보/산문]피서
  • 어린이동아 취재팀
  • 1997-10-28 14: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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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상 후보/산문]피서

우리 가족은 4박5일간의 휴가를 즐기기 위해 강원도 영월 어라이계곡으로 떠났다. 그 곳에는 한없이 푸르기만한 산과 나무들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어서 마치 푸른 나라에 들어간 느낌이었다. 앞에는 강물이 넘실거리고 있었고 옆에는 옹달샘 같은 맑은 물이 유유히 흐르고 있어서 금방이라도 잠 깬 토끼, 노루가 내려와 세수도 하고 조롱박으로 물을 한 모금 마실 것만 같았다. 산새 소리, 물 소리는 고운 선율로 가슴에 와 닿았고 금방이라도 뛰어들고 싶은 마음에 계곡물에 발을 담갔다. 뼛속까지 시려 올 정도로 물은 차가웠다. 첫날 밤에는 영롱하게 빛나던 별들도 없었고 밤마다 울어주는 소쩍새들도 잠자리에 들었는지 울지 않았다. 모기들이 설치면 어쩌나 하고 걱정이 앞섰는데 신기하게도 모기는 없었다. 다음날 아침, 산새 소리에 잠을 깨 밖으로 나왔다. 풀잎에 대롱대롱 맺혀 있는 이슬방울을 볼 수 있었다. 깊은 잠에서 깨어난 꽃들은 보는 이의 마음을 향기로움에 취하게 했다. 살아 숨쉬는 모든 이들에게 아침 인사를 나누어 보았다. 식사를 마친 후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깊은 산속 어라이계곡으로 다슬기를 잡으러갔다. 다슬기는 물살이 센 곳에 특히 많았는데 물살이 세서 많이 놓치기도 했다. 큰 바위에는 욕심이 날 만큼 많이 붙어 있었다. 잠깐 동안 비닐봉지에 가득 채울 수 있었다. 내가 직접 잡은 것이어서 맛도 더 날 것 같았다. 한여름인데도 모기떼가 거의 없었고 물은 깨끗했으며 체온으로는 초가을 날씨를 연상케 했다. 이런 풍경을 가슴 속에 고이 접어두고 우리는 그 곳을 떠났다. 그런데 한 가지 안타까운 일이 목격되었다. 우리 바로 아래에서 야영을 즐기던 군인 가족이 떠난 자리에는 쓰레기가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이처럼 깊은 계곡으로 놀러 와서 꼭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그것도 주말마다 가족 나들이를 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가는 곳마다 저 모양 저 꼴로 해두고 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분노가 치밀었다. 총대만 들었다고 나라를 사랑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진정으로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은 어디를 가서든 돌멩이 하나, 풀 한 포기 하나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아닐까? 김선영/인천 가석교 6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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