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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예상 후보/산문]거짓말
  • 어린이동아 취재팀
  • 1997-07-22 11: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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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상 후보/산문]거짓말

[문예상 후보/산문]거짓말

“난 아니란 말야.” “너잖아. 내가 이 눈으로 봤어.” 쉬는 시간에 우리 교실은 대부분 이런 소리로 가득찬다. 심심해서 장난을 치는 경우도 있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우리 조 애들과 짜고서 혜정이의 자를 가져갔다. 우리들은 한 치의 어색한 기색도 없이 입에 침도 안 바르고 시치미를 뗐다. 혜정이는 하루종일 자를 찾다가 포기한 것 같았다. 그래서 기분좋게 집으로 가고 있는데 갑자기 아, 하는 소리가 나도 모르게 튀어 나왔다. 한 가지 실수를 한 것이었다. 혜정이는 청소 당번이라서 책상 검사를 할 것이 분명한데 그 자를 그만 책상에 두고 온 것이다. 하루 종일 마음이 편치 않았다. 또 학교 갈 시간이 다가올수록 내 심장 뛰는 소리는 방아 찧는 소리보다 더 크게 들렸다. 학교에 가서도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부르시며 왜 자를 훔쳤냐고 혼내실 것 같았고, 또 혜정이의 눈치를 자꾸만 살피게 되었다. 말도 자꾸 더듬게 되었다. 하지만 혜정이는 내가 자를 훔쳤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아 우선은 안심이 되었다. ‘딩동댕동, 딩동댕동.’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드디어 수업이 끝났다. 나는 서둘러서 집으로 가려고 걸음을 옮기려는데, “임포근!” 하고 소리를 지르는 아이가 있었다. 당연히 혜정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간덩이는 벌써 떨어지고 얼굴이 일그러졌다. 혜정이는 무차별 잔소리를 퍼붓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가만히 들을 수밖에 없었다. “자, 어서 돌려줘. 그리고 정신적 피해 보상 값도 내놔.” 혜정이가 말했다. 기가 막혔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조금은 고마우니까 말이다. 만일 이 사건을 선생님한테 말했다면 아마 나는 하늘나라로 직행(?)이었을 것이다.다음날 학교에 갔지만 혜정이는 가끔 나를 째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휴…다행이다.”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그 일만 생각하면 저절로 웃음이 나오곤 한다. 임포근/부산 서동교 4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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