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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예상 후보/산문]흥부와 놀부
  • 어린이동아 취재팀
  • 1997-07-18 11: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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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상 후보/산문]흥부와 놀부

서 정 희 /강원 영월 금룡교 6 일찍 일어나 서둘러 학교에 갔지만 꼴찌였다. 시계는 7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는데 이미 우리 반 아이들에겐, 우리 10명의 가족들에겐 너무 늦은 시간이었던 것이다. 교실에선 아이들이 벌써 알록달록 한복으로 곱게 차려 입었고 조금은 서투른 대사를 외우며 긴장을 풀고 있었다. ‘쿵쿵’ 바쁘게 뛰어다니는 친구들의 뒷모습에는 벌써 연극에 대한 기대로 푸르게 아롱져 있었고, 교실 저쪽에선 나를 기다리듯 그렇게 놀부의 한복이 잘 개어져 있었다. 배역을 맡던 날 나는 누구나 하기를 꺼리는 놀부라는 심술보역을 맡은 것이었다. 악역이라는, 조금은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말이다. 하지만 뒤에서 주연을 밀어주는 배우들을 생각하니 오히려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남자 한복에 담뱃대를 쥐고 우스꽝스런 분장을 한 내 모습은 영락없는 놀부였다. 재미있는 표정에 심술기까지 덕지덕지 묻어 있으니 말이다. 조금은 부끄러운 것이 내 마음 속에서 심술을 부리려고 요동치고 있었지만 그 부끄러움을 상대하기에는 내 자신감이 너무 컸나 보다. ‘오히려 이 놀부역에 자랑스러움을 느낀 것일까?’ 나는 주섬주섬 한복을 챙겨 입고 무대로 들어갔다. 무대라기에는 너무 작은 공간인 교실. 그러나 그런 것을 상관하지 않는 우리들에겐 그 공간은 제4의 세계였다. 새로운 기쁨과 용기를 샘솟게 하는 터전이니 말이다. 드디어 연극은 캠코더에 마지막 장면을 남기고는 그 아름다운 모습을 감추었다.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아니 무대에 설 때보다 더 긴장한 모습으로 우리는 비디오를 넣었다. 친구가 찍은 비디오는 화면이 마구 흔들렸다. 그 비디오를 보면서 친구들은 미안한 생각도 없는지 마구 웃어댔다. 내 모습이 너무 밉고 웃기게 나왔기 때문이었다. ‘내가 왜 그랬을까?’ 잠시 그런 생각을 하긴 했지만 나는 결코 그 배역과 연기에 불만을 갖지 않았다. 그 1분간은 웃음과 나름대로 열심히 하려고 노력한 성실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흥부였다. 비록 무대 위에서는 놀부였지만 지금 이 순간 나는 분명 흥부였다. 흥부가 복을 받고 또 보물을 선물받은 것처럼 나도 나의 보석을 찾은 것이다. ‘성실’ 그 두 글자에 담겨진 무한한 가능성을 찾은 것이다. 비록 제비 다리를 고쳐주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조촐한 연극은, 그러나 큰 보람을 준 이 연극은 다른 어떤 연극보다 아름다웠다. 연극이 끝난 지금도 나는 성실이란 큰 보석을 한아름 가지고 있기에….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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