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세상
  •  [2019년 12월 문예상 장원] 가을의 발자취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19-12-30 14:4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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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민(대구 동구 대구새론초 5)

어느새 가을이 지나가고 겨울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난 이 아름다운 가을이 전부 지나가 버리기 전에 내가 느낀 아름다운 가을을 써보려 한다.

먼저, 난 창밖을 보고 알았다. 가을이 자신을 뽐내고 있다는 것을. 그날은 왠지 아침에 일찍 눈이 떠져서 오랜만에 창밖의 풍경을 찬찬히 내다보았다. 가을이 ‘천고마비’의 계절인 만큼 하늘이 매우 맑아서 높아 보였다. 간간히 떠가는 흰 구름과 나를 내리쬐고 있는 황금햇살, 그리고 나무를 위해 희생해 떨어진 갈색낙엽들. 그 낙엽 중 마음에 드는 잎들만 골라서 같이 놀자며 간지럼 태우는 바람, 그런 낙엽을 질투하여 바람을 따라다니는 고추잠자리까지. 난 어느새 가을의 풍경에 흠뻑 빠져들어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서 있었다.

두 번째로 난 서울로 가족 여행을 가 또 한번 가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날 우리 가족은 경복궁 해설을 듣기 위해 헐레벌떡 뛰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발밑에서 뭔가가 밟혔다. “윽”하고 내려다보니 그건 은행이었다. 나는 고약한 냄새를 없애려 발을 열심히 땅에 문지르다 주위를 둘러봤는데 주변엔 끝없이 쭉 뻗은 은행나무와 그만큼 셀 수 없이 떨어져 있는 은행열매들이 있었다. 또 봐달라고 살랑거리는 노오란 은행 나뭇잎까지. 난 그 길을 조심하며 걸었기에 풍경을 더 잘 느낄 수 있었다. 바닥을 보니 은행열매의 반은 누가 밟았는지 다 터져있었다. 그 순간 난 알아차렸다. 은행열매의 냄새가 고약한 이유를! 물론 자신을 보호하려는 것도 있겠지만 너무 바쁜 일상에 주위의 은행나무들과 가로수들을 한 번 쳐다보지도, 그 아름다움을 찬찬히 살펴보며 만끽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한 번이라도 자신을 봐 달라고, 바쁜 그 걸음을 잠시라도 멈춰 달라고, 그런 마음을 품고 밟았을 때 냄새를 고약하게 해 강제적으로라도 걸음을 멈추게 하기 위해 그런 건 아닐까!

물론 그래도 못 알아채고 짜증만 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 방법이 통했다. 은행나무의 바람을 눈치채고 주변을 둘러보며 달라진 모습들에 눈길을 주었다. 나무가 이리저리 흔들리며 좋아서 춤을 추고 있었다.​




세상이 아무리 혼란스럽고, 공부가 힘들어서 짜증이 나도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갑니다. 그리고 어느새 2019년이 지나가고 있네요. 시간이 흐른다는 것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뜻이 담겨 있지요. 특히 어린이들에게는 ‘성장’과 ‘변화’의 의미가 있습니다. 2019년 열두 달 동안 여러분의 외적 성장과 변화가 있었고, 그만큼 생각과 마음의 크기와 넓이도 달라졌을 겁니다. 그래서 여러분의 작품도 함께 성장하는 것을 자신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이번 달의 으뜸상은 고민을 참 많이 했습니다. 저마다 좋은 점을 많이 담고 있어서이지요. 그래서 몇 차례나 읽고, 또 읽은 끝에 ‘가을의 발자취’를 골랐습니다. 창밖을 통해 바라보는 가을과 문을 열고 나간 세상에서 직접 만나는 가을을 그림처럼 잘 표현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성숙한 눈길로 가을의 진정한 의미를 헤아려보면서 인간에 대한 생각을 펼쳐나간 점이 돋보였지요. 마지막 부분에 자기 생각을 정리해서 덧붙이면 가을의 향기가 더 진하게 전해질 겁니다.

버금상인 ‘내 삶의 주인은 나’는 글쓴이의 당당함과 논리적인 주장이 아주 효과적으로 들립니다. 평소에 많은 책을 읽어 지식도 상당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어린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깊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그런데 글 안에서 ‘우리’와 ‘나’가 뒤섞여서 사용되는 바람에 조금 아쉬웠습니다. 이 점만 수정해서 글을 완성한다면 정말 많은 사람에게 용기를 주는 글이 될 것입니다.

버금상인 동시 ‘귤’은 세상일에 지쳐서 머리와 가슴이 단단하게 굳어버린 사람들을 시원하게 해주는 ‘맛’이 넘치는 작품입니다. 동그란 우주, 달님들. 이런 시선을 가질 수 있다니, 부럽습니다. 더구나 껍질 안에 꽉 붙어서 하나의 공처럼 뭉쳐 있는 귤들을 쿨쿨 잠자는 모습으로 볼 수 있는 그 다정한 마음도 놀랍습니다. 마지막 반전은 우리들을 팍! 웃게 하면서 입안에 침이 고이게 합니다. ‘상 받는 것’에 크게 마음 쓰지 말고, 계속 글을 쓸 것을 권합니다!

▶노경실 작가​

▶어린이동아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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