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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높이 사설] 겁나는 도로
  • 이지현 기자
  • 2019-12-26 15: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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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쓴 ‘눈높이 사설’이 월, 수, 금 실립니다. 사설 속 배경지식을 익히고 핵심 내용을 문단별로 정리하다보면 논리력과 독해력이 키워집니다.


도로교통공단, 경찰 등 사고 조사관들이 16일 오후 경북 군위군 상주·영천고속도로에서 ‘블랙아이스’ 다중 추돌사고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군위=뉴시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있는 미시시피강 다리는 블랙아이스(Black Ice·검은 얼음) 사고로 악명이 특히 높았다. 주 정부는 염화마그네슘에 옥수수 부산물을 혼합하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했지만 사고는 그치지 않았다. 그러다 2007년 교량(다리) 붕괴 사고 후 새로 건설한 다리에는 320여 개의 센서가 온도, 교량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스프레이로 결빙(물이 얾) 방지 물질을 분사(액체나 기체 등에 압력을 가하여 세차게 뿜어 내보냄)하고 있다. 핀란드나 일본 홋카이도는 도로 밑에 열선을 설치하는 로드히팅(Road Heating) 시스템을 쓴다. 문제는 비용. 울산 남구는 2013년 거마로(672.5m) 봉월로(197m)에 8억 원을 들여 열선을 설치했는데, 겨울철 석 달 전기료만 3000만 원이 든다고 한다.

블랙아이스는 비나 눈이 먼지 등 오염 물질과 결합해 도로에 형성된 얼음막을 말한다. 얼음막 자체는 투명하지만, 아스팔트 도로 때문에 검게 보여 이런 이름이 붙었다. 육안(맨 눈)으로는 일반 도로와 구별이 안 돼 겨울철 교통사고의 주범(어떤 일에 대해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드는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14일 새벽 경북 상주∼영천 고속도로에서 다중 추돌(자동차나 기차가 뒤에서 들이받음) 사고로 30여 명의 사상자가 난 데 이어 22일 아침에도 경기 고양시 제2자유로에서 7대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국내 최다 추돌 사고인 2015년 인천 영종대교 105중 추돌 사고도 짙은 안개와 함께 블랙아이스가 원인이었다.

겨울철 ‘도로 위의 지뢰’는 블랙아이스만이 아니다. 21일 오후에는 고양시 일산의 4차선 도로가 갑자기 꺼지며 길이 20m, 폭 15m, 깊이 1m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차가 지나가는 순간이었다면 대형 인명 피해가 발생할 뻔했다. 싱크홀 발생은 2014년 69건에서 2018년 338건으로 5년 사이 390% 늘었는데 지하시설물 유지 관리 부실이 주된 원인이다.

예측하기 힘든 각종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인터넷에는 ‘이불 밖은 위험해’란 말이 ㉠회자된다. 원래 집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히키코모리(引き籠り·은둔형 외톨이)’나 ‘귀차니즘’을 표현하는 말이었는데, 이제는 집 밖이 너무 위험해 나가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로 더 자주 쓰인다.

2015년 2월 영종대교 105중 추돌사고 후 국책연구기관 공동으로 블랙아이스 대책 마련 연구에 착수했다. 하지만 몇 달 후 정부 연구비 지원 사업에서 탈락했다. 심사 시기가 여름철이어서 그새 관심이 떨어지면서 중요도에서 밀렸다고 한다. 사실 싱크홀도, 블랙아이스도 갑자기 등장한 문제가 아니다. 사고가 끊이지 않는 데는 대책 마련에 소홀한 정부와 사고 때만 관심을 기울이는 우리 정서 탓도 있을 것이다. ㉡안전은 인프라다.




▶어린이동아 이지현 기자 easy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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