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뉴스
  •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로 변신!
  • 남동연 기자
  • 2024-10-24 13: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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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품 코스프레 런웨이 ‘국중박이 살아있다’가 열린 모습.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국립중앙박물관(서울 용산구) 앞 야외 공간인 열린마당에 레드 카펫이 깔렸어요. 카펫을 밟고 뚜벅뚜벅 걸어오는 사람의 모습이 심상치 않아요. 바로 ‘경천사 십층석탑’으로 분장한 건데요!



지난 6∼13일, 국립중앙박물관은 사람들이 박물관을 쉽고 재미있는 공간으로 떠올리길 바라며 이색적인 행사를 열었어요. 행사 첫날에는 사람들이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후대에 남긴 물건)로 분장하고 런웨이(패션쇼에서 모델들이 옷을 선보이기 위해 걸어가는 길)를 걷는 ‘국중박이 살아있다’가 펼쳐졌는데요. 20개의 참가팀이 △경천사 십층석탑(부처 등이 촘촘하게 조각된 고려시대 석탑) △백제금동대향로(연꽃, 상상 속 동물, 신선 등이 조각된 향로) △일월오봉도(해와 달, 다섯 봉우리를 표현한 그림) 등으로 분장하는 진풍경이 펼쳐졌어요.



‘국중박이 살아있다’의 기획자인 엄채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에게 이런 행사를 진행하게 된 이유를 물었어요. 



MZ 관람객, ‘힙’하게 꽉 잡아라!




왼쪽부터 백자 청화 영지 풀꽃무늬 접시(인기상), 복희와 여와(우수상), 동자상(참가상)으로 분장한 사람들



“청년 대상으로 홍보 사업을 시작한 건 2022년이에요. 해가 지날수록 박물관을 찾는 청년이 늘더라고요. 하지만 여전히 박물관을 ‘역사’ ‘유물’ ‘공부’ 등의 딱딱한 단어로만 생각하고 거리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았어요.”



엄 연구사는 박물관을 재미있는 공간으로 떠올리게 하려면 ‘파격적인 한 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기발한 분장으로 해마다 주목받는 ‘의정부고 졸업사진’을 떠올리며 프로그램이 기획됐다고 해요. 박물관에 있는 1만여 점의 전시품을 따라 하는 대회를 열면 재미는 물론, 전시품을 널리 알릴 기회가 될 거라고 판단했지요.



3주도 채 되지 않는 짧은 기간 동안 무려 36팀이나 예선에 참여했어요. 두 자녀에게 효과적으로 역사 교육을 해주고 싶은 엄마, 항상 어린이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노력하는 동화 작가 등의 참가자들이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최애’ 전시품을 뽐내고 싶어 했지요.



행사 이후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쾌하다” “이렇게 재밌는 거 할 거면 나도 알려줘”라는 등의 재미난 반응과 함께 입소문이 났어요. 박물관은 지루한 공간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기대와 다른 의외의 모습을 박물관 측이 직접 선보인 덕이지요.



어린이들의 박수갈채 쏟아졌다




국립중앙박물관 로비에 있는 경천사 십층석탑(오른쪽)으로 분장해 대상을 받은 이은미 씨



이날 대상을 받은 이는 ‘경천사 십층석탑’으로 분장한 이은미(36) 씨. 이 씨는 “어린이에게 석탑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어요. 이 씨는 레드카펫 위에서 스케치북에 미리 적어 온 글을 한 장 한 장 넘겼어요.



“저는 1348년 개성에서 태어났어요. 그런데 1907년 일본으로 납치되고 말았어요. 저는 안전한 곳으로 가고 싶어요.”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경천사 십층석탑은 1907년 무단(사전 허락이나 아무 이유가 없음)으로 해체돼 일본으로 밀반출(물건을 몰래 내감)됐어요. 1918년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국내로 돌아왔지만, 당시엔 재조립할 기술이 부족했지요. 이후 해체된 채로 방치되어 있다가 1960년 복원(원래대로 회복함)되어 경복궁 뜰에 전시됐는데요.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석탑이 산성비를 맞아 훼손되자 2005년부터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로비에 우뚝 서 있게 됐답니다. 이 씨는 우리나라 국가유산의 수난사(수난을 겪은 역사)를 대표하는 작품을 어린이들에게 알리고 싶었던 것.



어린이들의 반응도 뜨거웠다고 해요. 엄 연구사는 “박물관은 주말에 자녀와 함께 가족 단위로 방문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야외에서 누구나 볼 수 있던 이번 행사에선 특히 어린이들이 손뼉을 크게 치고 환호를 하는 등 반응이 좋았다”라고 말했어요.



아기자기 귀여움 넘치는 곳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의 받침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토끼 모양을 발견할 수 있다




곰이 상다리가 되어 상판을 떠받들고 있는 모양의 ‘곰 모양 상다리 장식’



엄 연구사는 “어린이들이 ‘공부’가 아닌 ‘나만의 보물찾기’를 하듯 박물관에 왔으면 한다”고 말했어요. 평소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것을 좋아한다는 엄 연구사는 박물관에 전시된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와 ‘곰 모양 상다리 장식’을 보고 유물과 이것의 역사에 ‘푹∼’ 빠지게 됐어요. 이름은 딱딱해 보여도 두 전시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각 작고 귀여운 토끼와 곰이 받침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



엄 연구사는 “아무도 모르는 걸 나만 발견한 느낌이었다”며 “그림 작품에서도 의외로 구석에 작게 그려진 사람들의 표정이 정말 실감난다”고 말했어요.



박물관에서 나만의 전시품을 보물처럼 찾아보다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역사 속으로 ‘풍덩’ 빠져들게 될지도!




▶어린이동아 남동연 기자 nam0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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