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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들리지 않아도 춤추고 노래할 수 있어요!

황채현 기자  |   202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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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청각장애인 아이돌 ‘빅오션’


오는 20일 데뷔하는 국내 최초 청각장애인 아이돌 빅오션. 왼쪽부터 지석, 현진, 찬연.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제공



“음악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일.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우리와는 거리가 먼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편견을 깨고 싶었어요. 나라고 못할 건 없고, 오히려 나라서 잘 해낼 것 같았거든요!”



장애인의 날인 20일에 데뷔하는 국내 최초 청각장애인 아이돌 그룹 ‘빅오션(Big Ocean)’이 어린이동아에 밝힌 포부예요. 빅오션의 멤버인 지석(21), 현진(25), 찬연(26)은 모두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청각장애인이지만, ‘가수’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준비한 결과 드디어 꿈만 같던 무대에 오르게 되지요.



큰 바다(big ocean)와 같은 잠재력으로 뻗어나가 맑고 빛나는 에너지를 노래로 전하겠다는 빅오션. 우리에게 어떤 감동을 안겨줄까요?




“함께라서 해냈어요!”




안무 연습을 하는 빅오션. 빨간 배경에 ‘5’라고 쓰인 화면은 박자에 맞춰 색깔과 숫자가 바뀐다




박자를 맞추는 데 도움을 받기 위해 스마트워치를 착용한 빅오션 멤버들



“우린 오션(Ocean·바다)! 눈물로 채운 바다에 이제 더 이상은 잠겨있지 마. 너 자신을 잊지 마. 어두운 밤의 끝은 널 비추니까♪”



빅오션의 데뷔곡은 ‘빛’이라는 노래로, 1세대 아이돌을 대표하는 그룹 H.O.T.가 1998년에 내놓은 같은 이름의 곡을 리메이크(예전에 있던 음악 등을 새롭게 다시 만듦)한 거예요. H.O.T.의 ‘빛’은 당시 경제 위기로 어려움을 겪었던 많은 사람을 위로해준 노래.



찬연은 “희망적인 가사와 밝은 에너지로 ‘우리 모두 힘내자. 함께라면 할 수 있다’라고 응원했던 이 곡이 우리가 전하려는 메시지와도 맞닿아있다”고 말했어요. 청각장애를 안고 있음에도 가수의 꿈을 이룬 빅오션처럼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도전하도록 희망을 전하겠다는 것.



곡을 완성시키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어요. 멤버들은 모두 보청기 같은 청각보조기기를 착용하고 있는데, 외부의 소리를 받아들이는 정도가 각기 달라서 노래의 음정을 함께 맞추는 일이 힘들었어요. 춤도 마찬가지. 음악의 흐름이나 박자를 놓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죠. 신체적인 한계는 기술의 도움을 받아 보완했어요.



지석은 “청각 대신 시각과 촉각에 의존할 방법을 고안해 박자에 맞춰 번쩍이는 영상을 틀고, 손목에 스마트워치를 착용해 진동을 느끼며 춤 연습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어요.



현진은 “연습을 거듭해도 정확한 음정을 잡는 데 한계가 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일부 구절은 멤버들의 목소리를 학습한 인공지능(AI)으로 음정을 보정했다”고 했지요.



손으로 전하는 소리



빅오션의 데뷔곡 ‘빛’의 안무에는 수어(청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손의 움직임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언어) 도 포함돼 있어요. 지석은 “수어의 매력은 보기만 해도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어요. 귀가 불편해 잘 듣지 못하는 팬들도 노래를 즐기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멤버들이 직접 수어 안무를 만든 것.



청각장애인이라면 모두가 수어를 사용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아요. 멤버 셋 중 찬연과 현진은 수어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지 몇 년 되지 않았다고.



“수어는 어순도 우리말과 다르고, 손을 움직이면서 얼굴 표정도 함께 전달해야 하는 언어라 신경 쓸 점이 많아요. 그래도 음성 언어와 수어를 모두 활용해 여러 팬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아이돌이 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답니다.”



“세상을 놀라게 할게요”





데뷔하기 전 지석(왼쪽)은 스키 선수, 현진(가운데)은 유튜브 크리에이터, 찬연은 청능사였다



대부분의 K팝 아이돌이 어린 시절부터 연습생을 거치는 것과 달리 빅오션은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어요. 데뷔하기 전 지석은 스키 선수, 현진은 5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크리에이터, 찬연은 청력 검사와 재활을 담당하는 청능사였거든요.



지석은 “나중에 멤버 각자의 인생 이야기가 담긴 진솔한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했어요. 소리를 잘 듣지 못해 소통에 어려움을 겪으며 힘들고 지친 순간도 있었지만, 어떻게 단단하게 성장했는지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최초의 청각장애 아이돌이지만 ‘장애’라는 틀에 맞춰 저희를 바라보기보단 신개념 ‘아이돌’로 봐줬으면 해요.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는 아이돌이 되어 전 세계 팬들에게 긍정과 희망의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답니다.”



▶어린이동아 | 황채현 기자 hch5726@donga.com
▶어린이동아 | 남동연 기자 nam0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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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동1

    studyking 2024.04.22

    아이돌을 준비하는 과정은 일반인들에게도 매우 어렵고 힘든 과정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장애를 극복하고 자신의 꿈을 이룬 멤버들이 정말 멋지네요. 수화로 된 춤도 있다니 꼭 들어보고 팬으로서 응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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