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검색창 닫기

8개인 거미 눈이 사라진 이유는?

이선행 기자  |   2023-07-13

눈 없는 거미 우리나라서 최초 발견

깜깜한 동굴에서 적응해 살아가며 눈이 아예 없어져 버린 거미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발견되었어요.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눈이 퇴화(생물의 조직이 단순해지고 크기가 작아짐)되어 사라진 신종(전 세계에서 처음 발견된 생물종) 진동굴성 거미 1종을 발견했다고 최근 밝혔습니다. 진동굴성 거미는 평생을 동굴에서 사는 거미를 말해요. 빛을 받으면 구슬처럼 푸른색을 띠는 이 거미에게는 ‘한국구슬거미’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한국구슬거미는 동굴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었을까요? 거미 눈의 특징과 함께 알아보아요.



내가 동굴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



한국구슬거미 수컷.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한국구슬거미 암컷​


한국구슬거미는 경남 합천군의 한 동굴에서 발견되었어요. 입구로부터 약 70∼90m 정도 떨어진 습하고 어두운 벽에서 편평한 형태의 거미줄을 치고 매달려 살고 있었지요. 크기가 약 1㎜인 작은 거미의 몸은 동굴 환경에 알맞게 진화한 모습이었어요. 8개의 다리는 동굴 속 습기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길어진 모양이었고, 몸 색깔은 빛이나 천적(잡아먹는 동물을 잡아먹히는 동물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을 고려하지 않아도 돼 엷은 빛을 띠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눈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 국립생물자원관 생물종다양성연구과 유정선 연구관은 “지금까지 알려져 있던 진동굴성 거미들은 모두 눈이 있었다”며 “시력이 감퇴(전보다 못함)되는 것을 넘어 눈의 형태를 아예 찾아볼 수 없는 거미가 발견된 것은 우리나라에서 최초 사례”라고 밝혔어요.


눈이 없는 이들은 먹이를 어떻게 찾아 먹었을까요? 이들은 거미줄에 먹이가 걸려들었다는 정보를 다리에 느껴지는 진동을 통해 알아요. 눈 대신 다리가 감각기관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유 연구관은 “이번 발견으로 우리나라는 한국구슬거미에 대한 ‘생물주권’을 확보하게 되었다”고 덧붙였어요. 만약 한국구슬거미에게 자원 가치가 있다는 사실이 발견된다면 우리나라에서 그 가치를 활용할 수 있게 된 것! 한국구슬거미가 서식하는 나라라고 해도 생물주권이 없다면 자원 활용이 불가능하지요.



내 눈이 비록 여덟 개 일지라도…



거미 눈의 모습.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제공


거미는 종에 따라 눈의 배열 형태가 다르다. 과학잡지 AewSci 홈페이지 캡처

절지동물인 거미의 몸은 곤충과 달리 머리가슴과 배, 두 부분으로 나뉘어요. 목이 없는 거미들은 머리를 돌려 주변을 볼 수 없지요. 예외적으로 깡충거미만이 머리가슴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고.

목을 움직여 주변을 볼 수 없다는 문제는 눈의 개수와 배열로 해결되었어요. 거미들은 일반적으로 8개의 눈을 갖고 있는데, 이 눈들이 두 줄로 배열되어 모든 방향을 동시에 보는 것!

각각의 눈들은 위치뿐 아니라 모양도 모두 달라요. 앞에 있는 눈은 먹이를 정확히 바라보는 데 주로 사용됩니다. 대상이 위치한 거리에 따라 적절한 망막(눈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얇고 투명한 막으로 빛 정보를 뇌로 전달한다)을 골라 마치 카메라처럼 사용해요. 우리가 멀리 있는 사물을 확대해서 찍을 때 카메라 렌즈를 조절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옆의 눈은 주위를 살피는 데 활용됩니다. 앞의 눈보다 넓게 볼 수 있는 대신 선명도는 떨어지지요.




잠자리의 눈.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거미들이 사람처럼 사물을 또렷하게 보는 일은 불가능해요. 거미의 눈은 홑눈. 빛을 감지하는 기능만을 할 수 있어요. 거미와 달리 수천 개의 홑눈이 모인 겹눈을 가진 곤충들은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쉽게 포착할 수 있는 한편 여러 방향에 있는 물체의 형태를 동시에 볼 수 있어요. 마치 벌집처럼 보이는 잠자리의 눈의 경우 3만여 개의 홑눈이 모인 겹눈이지요. 잠자리의 시야각(눈으로 볼 수 있는 각도)은 360도로 알려져 있어요.


▶어린이동아 | 이선행 기자 opusno1@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어린이동아에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어린이동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로그인 하셔야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  
댓글달기

※ 상업적인 댓글 및 도배성 댓글, 욕설이나 비방하는 댓글을 올릴경우 임의 삭제 조치됩니다.

맨 위로
이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