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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친'이랑만 마스크 벗고 찰칵

이선행 기자  |   2023-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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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접형 놀이공간’ 찾는 어린이들





“헉… 벌써 4시가 다 됐잖아? 서둘러야겠다.”

하교 후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초등 5학년 A 양(경기 수원시)이 외출 준비를 했어요. A 양이 헐레벌떡 뛰어간 곳은 걸어서 약 10분 거리에 있는 즉석사진관 체인점 ‘인생네컷’. 약속 시간인 오후 4시에 함께 모인 초등생은 A 양을 포함해 총 4명. 그들은 즉석사진을 촬영하는 좁은 부스 안에 들어가자마자 끼고 있던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서로 얼굴을 맞댄 뒤 가지각색의 표정과 포즈를 취하며 사진 찍기에 열중했지요.

A 양은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시기에는 마스크를 써야 해서 머리띠나 가발과 같은 소품을 많이 활용해 사진을 찍었지만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요즘에는 예전보다 소품을 덜 활용한다”고 말했어요. 그들의 ‘맨 얼굴’ 그 자체가 즉석사진 촬영을 위한 필수 소품이 된 셈이지요. ​


마스크로부터 해방되는 밀접형 놀이공간

실내 마스크 착용 규제가 해제된 이후 즉석사진관, 코인 노래방 같은 이른바 ‘밀접형 놀이공간’을 찾는 어린이들이 부쩍 늘었어요. 즉석사진관에선 가족, 친구와 함께 사진을 찍은 뒤 바로 인화(사진이 종이 위에 나타나게 함)된 사진을 받아볼 수 있어요. △다채로운 사진 프레임 △가발, 선글라스 등 촬영 소품 △사진을 찍는 과정을 담은 영상까지도 제공해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지요.


어린이들은 이런 밀접형 놀이공간에서 ‘마스크로부터의 해방감’을 만끽해요. 이젠 학교에서 마스크를 벗을 순 있지만 선생님과 어린이들에 따르면 교실에서 마스크를 벗는 경우는 극소수. 초등 5학년 B 양(경남 창원시)은 “반에서 마스크를 벗고 생활하는 친구는 단 두 명뿐”이라면서 “아직 친해지지 못한 친구에게까지 맨 얼굴을 드러내는 건 민망하고 부끄럽다”고 말했어요. 이서윤 선생님(서울 강북구 서울우이초)은 “어린이들은 마스크를 쓰는 게 더 익숙해 교실에서도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다”고 했지요. 코로나19로 약 3년 가까이 마스크를 써오다 보니 새 학기 처음 만난 친구에게 맨 얼굴을 드러내는 일은 자신의 전부를 드러내는 일인 것만 같아 꺼려진다는 것.

새 학기 이런 상황에 놓인 어린이들에게 즉석사진관 등은 친한 친구와 만나 맨 얼굴을 마주하며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A 양은 “내 얼굴을 잘 아는 친한 친구들과만 함께 하는 즉석사진관 부스 안에서는 자유롭게 마스크를 벗을 수 있어 더 재밌다”면서 “찍은 사진만 20장이 넘을 정도”라고 말했어요.


“친구와 더 친해질 수 있는 공간”

얼굴을 맞대며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친구와 더 친밀해진다는 어린이들도 많아요. 초등 6학년 C 군(서울 노원구)은 “부스 안에서 친구가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사진을 찍어 한참을 웃은 적이 있다. 모범생인 친구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어 완전히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말했어요.

즉석사진관 외에 코인 노래방과 만화방 등도 초등생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밀접형 놀이공간’. 초등 5학년 D 양(경기 고양시)은 “전학을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친구를 사귀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코인 노래방에서 친구의 얼굴을 보며 노래를 부르다 보니 친구와 가까워진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어요.

만화방 중에서는 독립된 공간과 음식을 제공하는 카페형 만화방이 어린이들에게 특히 인기. A 양은 “만화책을 읽기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편한 공간에 앉아서 라면, 과자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만화방을 찾는다”고 말했어요.​

이서윤 선생님은 “학교 밖에서 친구들과 만날 때는 부모님께 어디에서 언제까지 놀 것인지 알리고, 허락을 받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면서 “학원과 같은 장소에서 잠깐씩 스치듯 만난 언니, 오빠, 형, 누나와 밀접형 놀이 공간에서 함께 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어요.

▶어린이동아 | 이선행 기자 opusno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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