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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티끌도 OUT!… 반도체 클린룸 체험한 초등생들

장진희 기자  |   202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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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폴리텍대학 성남캠퍼스, ‘도대체 반도체가 뭐니?’ 프로그램


한국폴리텍대학 성남캠퍼스의 반도체 클린룸을 찾은 초등생들이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기본 재료인 웨이퍼(둥근 물건)를 이용한 체험에 참여 중이다. 사진=이수현 인턴기자



“반도체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작을수록 값이 비싼 물건. 자, 반도체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클린룸(먼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된 작업실)에 들어가서 체험할까요?”

지난 17일 한국폴리텍대학 성남캠퍼스에서 김도균 반도체소재응용과 교수는 반도체 제조 공정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초등생들에게 이 같이 말했다.


한국폴리텍대 성남캠퍼스의 반도체소재응용과 교수들은 지난달 5일부터 초중고 학생과 청년장병 등을 대상으로 ‘도대체 반도체가 뭐니?’라는 체험 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 중이다. 정부는 2031년까지 15만 명의 반도체 전문 인력을 키우겠다고 최근 발표했지만 정작 미래에 핵심 일꾼이 될 초등생들은 반도체가 어디에 쓰이는 물건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박수영 반도체소재응용과 학과장은 “어린이들이 클린룸과 같이 일반인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시설을 체험하게 해 반도체 산업에 관심을 갖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생들이 클린룸에 들어가기 전에 먼지를 차단하기 위한 방진복과 방진모, 방진화 등을 착용 중인 모습




클린룸, 반도체 생산의 핵심 시설

 

‘위이잉.’ 노란빛을 내는 특수 조명이 설치된 클린룸 안은 기계 소음으로 가득했다. 김 교수는 “먼지를 빨아들이는 진공펌프가 작동하는 소리”라고 설명했다. 반도체를 제조하는 청정 공간인 클린룸 안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방진복(먼지를 막기 위한 작업복)은 물론이고 방진모와 방진화, 라텍스 장갑까지 착용해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티끌만한 먼지라도 반도체에 들어갈 경우 성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경기 성남시 낙생초 6학년 이형준 군은 “교과서에서 보던 방진복을 직접 착용하니 신기하다”며 “방진복을 입은 뒤에는 강한 바람이 나오는 에어샤워 부스를 통과해야 바깥의 먼지가 유입되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클린룸에서는 모래에 포함된 규소라는 물질을 가공해 만든 둥그런 모양의 실리콘 판인 웨이퍼 위에 미세한 회로를 새기는 전(前·이전을 나타내는 말)공정이 진행된다. 김 교수는 웨이퍼를 들어 초등생들에게 선보이며 “지금은 유리처럼 표면이 비치는 매끈한 상태인데 이 위에 화학물질을 바르고 빛을 쬐어 회로를 새기면 반도체가 된다”고 설명했다. 회로를 따라 전기 신호가 흐르며 기계를 작동시키는 것. 회로의 폭이 가느다랄수록 첨단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제작에 성공한 3㎚(나노미터) 반도체는 회로의 폭이 머리카락 굵기의 3만분의 1가량인 반도체라는 의미다.

 

반도체 생산 후공정인 금선 연결 과정을 체험하는 한 초등생



후공정에선 작게 자르고 얇게 다듬고

 

“단단한 다이아몬드를 이용하면 웨이퍼를 ‘쩍’하고 가를 수 있어요.”(박 학과장)


회로가 새겨진 웨이퍼를 날에 다이아몬드가 부착된 칼이나 톱으로 일일이 잘라 반도체 칩으로 만드는 과정은 후(前·뒤를 이르는 말)공정 때 이뤄진다.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한 광물인 다이아몬드는 내구성이 뛰어나 공업용으로도 활용된다. 이날 어린이들은 다이아몬드가 부착된 날카로운 펜을 가지고 웨이퍼를 조각내는 과정에 참여했다.


박 학과장은 “실제 공정에서는 로봇 팔이 마치 피자를 조각내듯이 웨이퍼를 잘라 반도체 칩을 분리한다”면서 “반도체 칩을 더욱 작게 만들기 위해 웨이퍼 두께를 얇게 갈아주는 것도 후공정에서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분리된 반도체 칩 한 개는 손톱만 하다. 작은 반도체 칩이 기계 안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금으로 된 선을 이용해 기판(전기회로가 있는 판)에 부착한 뒤 먼지가 들어가지 않도록 포장해야 반도체 생산은 끝이 난다. 반도체 칩이 두뇌의 역할을 한다면 기판은 이를 보호하는 뼈대의 역할을 하는 것. 반도체 칩 하나를 만드는 데는 길게는 1∼
2개월이 걸리고, 대부분의 공정은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돌아가야 한다.



한 초등생이 반도체 칩이 기판에 연결된 부분을 1000배로 확대하여 관찰하고 있다



1000배 확대한 반도체
, 어떤 모습?

 

“우와! 마치 달 표면에 있는 크레이터(움푹 파인 지형) 같아요.” 박시후 군(낙생초 6)은 기판에 부착된 반도체를 전자 현미경으로 1000배 확대한 모습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반도체 칩과 기판의 연결 부위를 확대하니 열에 의해 녹은 금선이 다시 동그랗게 굳은 모습이 드러났다.


실제 공정에서 사람이 반도체를 일일이 확대해서 살피는 일은 없다. 먼지가 포함되거나 깨지는 등 불량인 반도체 칩은 기계가 걸러낸다. 단 반도체를 개발하는 연구원들은 약 50만 배까지 크게 보이게 하는 전자 현미경을 이용해 반도체 칩의 세부적인 구조를 살피기도 한다.​

▶어린이동아 | 장진희 기자 cjh062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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