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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노리는 온라인의 ‘낯선 사람’ ①] “우리, 일대일로 비밀 대화할까?”

장진희 기자  |   2021-09-14

[편집자 주]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어린이들의 온라인 이용이 줄지 않고 있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임 등에서 만난 ‘친절하고 낯선’ 사람과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경우도 생기면서 초등생이 디지털 성폭력에 노출될 위험이 커집니다. 내가 원하는 물건을 선물해주거나 칭찬을 하는 ‘낯선 사람’과 친구처럼 지내다보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을까요? 

초등생들의 건강하고 안전한 온라인 생활을 위해 <초등생 노리는 온라인의 ‘낯선 사람’> 시리즈를 총 2회에 걸쳐 싣습니다.



일러스트 이민영

“너희 초등생 맞지? 나랑 야한 놀이할 사람?” “일대일로 대화하고 싶은 사람은 카카오톡 아이디 알려줘.”

비대면 수업이 계속되면서 학급 친구들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구성해 조별 모임을 갖는 초등 6학년 A 군이 최근 채팅방에서 받은 메시지다. 2조 조장인 A 군은 ‘○○초 6학년 ○반 2조 모여라’는 채팅방을 만들었다. 각 조의 채팅방을 수시로 오가는 담임 선생님을 비롯해 누구나 검색을 통해 채팅방에 입장하도록 설정했다.

“띵동~! ○반 담임님이 입장했습니다.”

선생님이 들어왔다는 메시지에 반갑게 대화를 건 A 군과 조원들. 그런데 ‘○반 담임’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사람의 반응이 이상했다. 평소 담임 선생님이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말만 늘어놓았다. 낯선 사람임을 확인한 ‘진짜’ 담임 선생님이 채팅방에 있던 어린이들을 모두 방에서 빠져나오도록 해 사태는 정리됐다.


‘칭찬’과 ‘선물’이라는 가면

거리에서 마주치면 낯설기만 한 사람도 유독 온라인에서 만나면 거리낌 없이 소통하는 것이 문제.

부모님이 맞벌이인 초등 4학년 B 양은 집에 홀로 있는 시간이 늘면서 모바일 게임을 하는 시간이 늘었다. 얼마 전 B 양은 게임에서 알게 된 사용자 C로부터 ‘아이템 나눔 이벤트’(유료 아이템을 다른 사용자에게 무료로 주는 것) 당첨자로 B 양 자신이 선정됐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오예!” 기쁜 마음에 자신의 SNS 아이디를 C에게 알려주었다. “갈수록 게임을 잘하는 것 같다”는 칭찬을 자주 해주는 C와 일대일 대화도 하며 친해졌다.

어느 날, C가 B 양에게 “너 혹시 남친 있어?” “남자랑 스킨십은 해봄?”이란 메시지를 건넸다. “네 얼굴을 보고 싶다”는 얘기에 마음이 약해진 B 양은 SNS 프로필 사진을 셀카로 바꿨다. 그러나 C의 요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나만 보겠다”며 치마 입은 사진과 다리 사진을 보내라고 했다. B 양이 “싫다”고 하자 C는 돌변했다. “네 사진을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릴까?” “다른 게임 유저한테도 뿌릴 거야”라며 협박했다.

B 양은 바로 ‘온라인 그루밍’의 피해자. 온라인에서 칭찬을 하며 친밀감을 쌓고 의존하게 만든 뒤 성적으로 괴롭히는 범죄를 일컫는 말이다.

이희정 나무여성인권상담소 팀장은 “가해자는 우선 피해자에 접근해 신뢰를 쌓고→피해자가 원하는 것을 들어준 다음→피해자 자신도 모르게 성적인 관계에 해당하는 정보를 쌓은 뒤→협박하며 통제한다”면서 “이런 과정은 몇 개월에 걸쳐 진행되지만 짧게는 몇 시간 만에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친구? 의심한 적 없는데”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겐 하지 못하는 비밀 이야기를 온라인 친구에겐 터놓고 할 수 있어요. 어차피 익명이니까 안전하지 않나요?”

초등 5학년 D 양은 “온라인 카페에서 알게 된 또래 친구들이 학교·학원에서 만난 친구만큼 소중하게 여겨진다. 수년 간 연락한 친구도 있다”고 했다.

온라인 관계 맺기에 익숙한 초등생들은 얼굴을 모르는 온라인 공간의 이용자를 ‘친구’라고 인식하며 의심하지 않는다. 취향이 맞고 말만 잘 통하면 상대의 나이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모두 ‘친구’니까.

초등 4학년 E 양은 “함께 게임을 하는 10대 후반, 20대라고 밝힌 이용자와도 친구가 됐다”고 했다. “게임 밖에서 일대일로 대화한 적은 없다”는 그는 “유료 이모티콘을 선물해주겠다고 하면 SNS 계정을 알려주겠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의 강자겸 상담팀장은 “온라인 성폭력 피해자에게 ‘가해자가 누구냐’고 물으면 대다수가 ‘친구’라고 답한다”고 말했다. 강 팀장은 “온라인 소통이 일상화되다보니 어린이들은 학교 친구든 온라인 친구든 다 같은 친구라고 생각한다”면서 “개인정보를 주고 비밀 얘기를 하며 가까워지는 것이 성폭력 위험을 높인다”고 진단했다.​

2편(​후속 기사 보기)에선 온라인 속 낯선 자의 정체를 간파해내는 ‘위험신호 감지법’을 알려드려요.


▶어린이동아 | 장진희 기자 cjh062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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