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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높이 사설]

200년 만의 폭우 쏟아지더니 하루 만에 가을

장진희 기자  |   2024-09-26

[눈높이 사설] 동아일보 사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쓴 ‘눈높이 사설’이 월, 수, 금 실립니다. 사설 속 배경지식을 익히고 핵심 내용을 문단별로 정리하다보면 논리력과 독해력이 키워집니다.



서울의 아침기온이 16도까지 내려가며 쌀쌀한 날씨를 보인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긴팔 옷을 입은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뉴시스



으레 긴 옷을 입고 차례를 지냈던 추석인데 이번에는 에어컨조차 끌 수 없었어요. 아무리 이른 추석이라지만 연휴 내내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도는 이상한 날씨였지요. 지독하게 덥고 길었던 여름을 밀어낸 건 여름 장마보다 무섭게 내린 가을 폭우. 19∼21일 남부 해안과 제주 산지에는 최대 500mm 이상, 남부 내륙과 충청에는 200∼300mm 안팎의 비가 쏟아졌어요. 경남 창원에는 21일 하루 397.7mm, 시간당 최대 104.9mm의 비가 내렸는데 기상청은 “200년 만에 한 번 내릴 만한 비”라고 했어요.


비가 그치자 맑은 가을 날씨가 찾아왔어요. 전국적으로 낮 최고기온이 25도 안팎이라 아직 여름이 끝났다고 보긴 어렵지요. 하루 평균 기온이 20도 밑으로 떨어지고 다시는 올라가지 않아야 비로소 가을이 시작됐다고 봐요. 하지만 기온이 갑작스럽게 10도 가까이 뚝 떨어진 탓에 체감상 쌀쌀하게 느껴진다는 사람이 많아요. 제주는 폭우가 지나간 21일 밤에야 75일간 이어지던 열대야가 공식적으로 끝났어요.


일주일 새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나타나는 예측 불가능한 날씨는 과거와 다른 대기의 순환에서 비롯됐어요. 여름은 보통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을 받는데 고온건조한 티베트 고기압과 겹쳐 ‘이중 열 커튼’이 형성되면 폭염이 찾아와요. 티베트 고기압이 이례적으로 한 달 이상 머물면서 이번 추석까지 폭염이 이어진 것. 올여름 유독 태풍이 힘을 쓰지 못한 이유도 티베트 고기압에 막혀 한반도를 비켜 갔기 때문이에요.


극한 폭우를 불러온 14호 태풍 ‘풀라산’도 열대 저압부로 세력이 약해진 채 한반도에 진입했어요. 엄청난 양의 뜨거운 수증기는 그대로 머금은 채였지요. 그사이 차가운 대륙성 고기압이 남쪽으로 내려오고, 더운 북태평양 고기압이 버티면서 정체전선이 형성됐어요. 두 기압 사이 갇힌 수증기가 극한 호우를 뿌린 것. 짧은 가을장마의 원인은 여느 해와 다를 바 없지만 수증기량이 늘어 강수의 세기가 세졌어요. 
지구 온도가 1도 올라갈 때마다 대기 중 수증기량이 7%씩 늘어난다고 해요.


이런 기상 이변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온도 상승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어요. 일정했던 대기의 순환이 해수면이 뜨거워지면서 엉클어진 것. 특히 한반도는 여름에는 위력적인 태풍이, 겨울에는 극단적인 한파가 찾아올 가능성이 커졌어요. 해수면 온도가 오르면 태풍은 습해지고 강력해져요. 빙하가 녹아 북극 주변에 찬 공기를 가두고 있던 소용돌이(vortex)가 약해지면 한반도까지 한파가 내려오지요. 올해도 가을다운 가을날은 거의 없고 곧바로 한파가 닥칠 것으로 예고된 상황. 인간이 만든 재앙인 지구 온난화가 이제는 인간을 덮치고 있어요. 지구에서 서로 연결되지 않은 존재는 없다는 사실이 새삼 섬뜩하게 다가와요.


동아일보 9월 24일 자 우경임 논설위원 칼럼 정리


※오늘은 동아일보 오피니언 면에 실린 칼럼을 사설 대신 싣습니다​





▶어린이동아 | 장진희 기자 cjh062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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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동1

    studyking 2024.09.30

    인간이 편리해지기 위해 무분별한 발전을 추구해 지구 온난화가 생겨나고 이로 인해 이상 기후가 생겨 다시 인간이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이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인간이 자연을 돌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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