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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계조당’을 가다… 임금 될 ‘왕세자’의 힘을 상징한 업무 공간

권세희 기자  |   2024-09-19


서울 종로구 경복궁 내에 있는 계조당 전경. 사진=양지원 인턴기자


조선시대에서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권력을 가진 존재는 ‘임금’이었죠. 훗날 임금의 자리를 물려받는 사람을 ‘왕세자’라고 해요. 조선시대의 왕세자는 경복궁(서울 종로구) 동쪽 궁궐인 ‘동궁’에 머물러, 왕세자를 달리 일컬어 ‘동궁’이라고 부르기도 했지요.


동궁에는 왕세자의 공식 집무 공간도 있었어요. 조선의 제4대 왕 세종(1397∼1450)이 아들인 문종(1414∼1452)의 왕세자 시절 지어준 ‘계조당’이에요. 지난해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터만 남아있었던 계조당을 복원했어요. 그리고 복원된 계조당에서 ‘왕세자의 공간, 경복궁 계조당’ 전시를 오는 30일(월)까지 열지요. 지난 12일 이곳을 직접 찾았어요.



“왕세자의 공간이니라!”


왕세자의 집무 공간으로 사용됐던 계조당 내부 모습. 작은 크기에 고즈넉한 모습이 눈에 띤다


오늘날까지 훌륭한 임금으로 존경받는 세종대왕은 왕세자의 공간에도 유난히 신경을 썼어요. 경복궁에 처음으로 왕세자의 공간인 동궁 권역(특정한 범위 안의 지역)이 만들어진 게 1427년 세종 9년 때의 일이지요.


그로부터 16년 뒤엔 ‘계조당’까지 지어요. 계조당은 왕세자의 집무 공간으로 이곳에서 왕세자는 신하들의 인사를 받거나, 외국 사신을 만나곤 했지요.


강정인 궁능유적본부 궁능서비스기획과 전시큐레이터는 “계조당은 훌륭한 차기 군주를 양성하기 위해 마련한 곳”이라면서 “동시에 동궁은 왕세자만의 공간이자 권위를 드러내는 공간”이라고 말했어요.


쉽게 말해서 계조당을 통해 임금이 되기 위한 과정을 준비함과 동시에 그 힘을 상징하는 기능도 한 것. 실제로 세종 때 후기, 문종은 몸이 좋지 않은 임금을 대신해 8년간 섭정(군주를 대신하여 나라를 다스림)하며 계조당을 사용하며 역사서 편찬, 군사제도 개편 등의 업적을 쌓았지요. 다만 문종이 세상을 떠난 뒤엔 그의 뜻에 따라 철거됐어요.



2명의 왕세자만이…


왕세자의 책봉 죽책


왕세자 행차에 쓰인 깃발


모습을 감췄던 계조당은 1868년, 고종(1852∼1919) 시기 다시 세워졌어요. 당시 왕세자였던 순종(1874∼1926)이 이곳을 사용하며 왕실의 다양한 행사 등을 준비하는 집무 공간으로 썼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계조당은 비극을 맞아요. 1915년 일제가 경복궁을 훼손할 때 함께 헐려 역사 속으로 사라졌거든요. 그 결과 문종과 순종만이 이 공간을 사용했던 유일한 왕세자가 됐지요.


이번 전시에선 ‘계조당의 왕세자’였던 문종과 순종의 삶을 엿볼 수 있답니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계조당 안으로 들어서면 다양한 전시물이 이 공간을 채우고 있어요. 역대 임금의 글과 글씨를 모아둔 ‘열성어필’에 실린 문종의 글씨도 볼 수 있어요. 중국 조맹부의 시를 쓴 문종의 글씨는 매우 정갈한데, 여러 학문에 능통하고 온화했던 성품이 엿보여요.


미국의 외교관이었던 퍼시벌 로웰이 찍은 왕세자 시절 순종의 사진도 있어요. 창덕궁 농수정에서 찍힌 순종은 앳된 소년의 모습이랍니다. 이 외에도 왕세자의 행차를 알리며 펄럭이던,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깃발인 기린기, 백택기 등도 있어요.


왕세자 책봉 옥인(옥으로 만든 도장), 왕세자를 책봉하는 과정에서 임금이 내린 죽책(대나무로 만든 문서) 등도 선보여요. 죽책엔 좋은 성품을 갖추고, 열심히 공부하라는 말이 빼곡하게 담겼으니, 임금님도 왕세자의 멋진 미래를 위하여 하고 싶은 말이 잔뜩 있었음을 알 수 있지요?


놀라운 점은 이곳에는 본래의 유물을 그대로 구현한 복제품을 두어 일부 전시 물품은 자유롭게 만질 수 있다는 것! 강 큐레이터는 “왕세자가 사용했던 특별한 유물을 한 눈으로 볼 수 있도록 했으며, 어린이들을 비롯한 관람객이 전시품을 직접 만져보며 생생하게 느끼도록 했다”고 말했어요.


다시 돌아온 계조당


계조당 모형. 손으로 만지면 전각의 특징이 느껴지도록 세심하게 만들어졌다


계조당을 빙 돌아, 들어선 곳과 가까워질 때쯤 검은 전각 모형이 보여요. 이는 계조당을 본뜬 모형! 손가락으로 훑으면 전각 특유의 구조를 느낄 수 있지요. 그 옆에는 경복궁 도면도 있어 궁궐의 동쪽 부분이 세자의 공간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답니다.


이번 전시에선 계조당을 복원하기까지의 1307일 간의 여정도 살필 수 있어요. 2020년 9월 10일부터 2023년 9월 8일까지 진행된 복원 과정엔 수많은 돌과 나무가 사용됐는데, 기와는 무려 4만 매, 담장을 쌓는 돌은 1만6000여 개가 넘게 쓰였다고. 이처럼 많은 이의 구슬땀이 모여 왕세자의 숨결이 남아있는 공간을 오늘날 다시 볼 수 있게 된 것이랍니다.



▶어린이동아 | 권세희 기자 ksh07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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