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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높이 사설]

갈수록 '수포자'도 늘고 '국포자'도 늘어서야

남동연 기자  |   2024-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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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쓴 ‘눈높이 사설’이 월, 수, 금 실립니다. 사설 속 배경지식을 익히고 핵심 내용을 문단별로 정리하다보면 논리력과 독해력이 키워집니다.


17일 발표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선 학생 10명 중 1명이 국어를 포기하는 ‘국포자’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의 모습. 동아일보 자료사진



[1] 요즘 입학 대기 줄이 가장 긴 학원은 독서·논술 학원이에요. 국어는 사교육비가 두 자릿수씩 증가하는 과목이기도 해요. 한글을 읽고 쓸 수 있는데도,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인 문해력이 떨어지는 ‘국포자’(국어를 포기한 자)가 늘기 때문. 상수(변하지 않고 항상 같은 값을 가지는 수)나 함수(x값이 정해지면 y값이 정해진다는 관계가 있을 때의 y값) 같은 단어를 이해하지 못해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를 만들기도 해요. 17일 발표된 지난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선 학생 10명 중 1명이 ‘국포자’인 것으로 나타났어요.



[2] 매년 실시되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중3, 고2 학생을 대상으로 국어, 수학, 영어 과목별 기초학력 도달 여부를 측정하는 시험이에요.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를 진단하는 것이라 문제 자체가 그다지 어렵지는 않아요. 국어라면 비유법에 해당하는 문장을 고른다거나, 수학이라면 기본적인 인수분해(중3 수학 과정에서 배우는 개념)를 하는 정도. 따라서 ‘기초학력 미달’에 해당한다면 교실에 앉아 있어도 아예 수업을 이해 못 한다고 보면 돼요. 그 위 단계로는 기초→보통→우수 학력 순으로 나뉘어요.



[3] 특히 고2 학생의 기초학력이 뚝뚝 떨어지고 있어요. 지난해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국어 8.6%, 수학 16.6%를 기록했어요. 조사가 시작된 2017년 이후 가장 높았지요. 중3 학생은 국어, 수학, 영어 모두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약간 줄긴 했지만 덩달아 보통학력 이상인 중상위권 학생도 급감했어요. 기초학력이 개선됐다기보다 하향 평준화(질이나 능력이 낫고 못함의 차이가 없이 모두 낮아지게 되는 일)에 가까워요.



[4] 교육 당국은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늘어난 건 코로나19 유행 동안 학교가 문을 닫은 탓이 크다고 분석해요. 그 기간 사교육 참여 시간, 스마트폰 사용 시간, 학습 공간 확보 등 개인적인 환경에 따라 학력 격차가 벌어진 것은 사실이에요. 문제는 코로나19가 지나가고 학교가 다시 문을 열었음에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되레 늘어났다는 점. 학교가 ‘코로나 후유증’을 치유하고 교육 사다리를 재건(허물어진 건물이나 조직을 다시 일으켜 세움)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일 텐데, ‘코로나 세대’의 학력 격차가 평생에 걸친 직업과 소득 격차로 이어질까 봐 우려스러워요.



[5]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이 학업성취도 평가를 시행해요. 학생들의 실력을 제대로 진단해야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처방이 가능하기 때문. 미국은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학업성취도 평가를 하고 학교별, 과목별 점수뿐만 아니라 성별, 인종별, 부모의 소득에 따른 점수까지 공개해요. 이 점수가 낮은 학교일수록 예산을 더 지원해 코로나19 학력 격차 해소에 나서고 있지요. 국내서는 학업성취도 평가를 두고 ‘학교 줄 세우기’라는 교육계의 거부감이 큰 탓에 전국 학생의 3%만 조사를 해요. 사실상 학교 간 비교는 불가능해 맞춤형 지원이 이뤄질 수 없는 것. 경쟁을 터부시하며(특정 집단에서 어떤 말이나 행동을 금하거나 꺼려야 한다고 여기다) 무기력증에 빠진 학교부터 바뀌어야 ‘국포자’ ‘수포자’ 학생도 줄어들 거예요.



동아일보 6월 18일 자 우경임 논설위원 칼럼 정리



※오늘은 동아일보 오피니언 면에 실린 칼럼을 사설 대신 싣습니다.








▶어린이동아 | 남동연 기자 nam0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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