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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쏙 시사쑥]

인류 위해 ‘헌혈’하는 투구게

장진희 기자  |   2021-12-22


실험실에서 투구게의 피를 뽑고 있다. 데일리메일 홈페이지 켑처



투구 모양으로 생긴 투구게의 모습


[오늘의 키워드] 살아있는 화석

지질시대에 살았던 동식물의 유해, 흔적이 지층에 남아있는 것을 화석이라고 한다. 수억, 수천만 년 전 살았다가 화석으로 남아있는 생물과 현존하는 생물의 모양이 똑같은 경우가 있는데 이 같은 생물을 흔히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부른다.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투구게가 코로나19 백신 제조에 무분별하게 활용되면서 멸종위기에 처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투구게는 옛 군인들이 화살과 칼을 막기 위해 쇠로 만든 모자인 ‘투구’와 비슷하게 생겨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은 세계 제약사들이 코로나19 백신의 오염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투구게의 몸에서 피를 뽑아 활용하는 실태에 대해 최근 보도했다.

약 4억5000만 년 전부터 지구에 살았다고 알려진 투구게는 피가 푸른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투구게의 핏속에는 헤모시아닌(구리를 함유한 단백질)이라는 물질이 들어있는데 산소와 만나면 푸른색을 띠게 된다.

투구게의 푸른색 피는 세균의 침입이 확인되면 즉시 딱딱하게 굳는 성질을 가졌다. 이에 코로나19 백신 제조 과정에서 세균 등 오염 물질이 포함됐는지를 검사할 때 투구게에게서 채취한 피가 널리 쓰이고 있다.

문제는 피를 뽑힌 투구게가 바다로 돌아간다고 해도 최대 30%는 죽음에 이른다는 것이다. 또 피를 뽑힌 암컷은 무기력해져서 산란(알을 낳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게 되고, 투구게의 번식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집단 폐사(갑자기 죽음)와 번식 활동 중단으로 투구게가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투구게는 독특한 면역체계를 가져 지구에서 수억 년간 생존할 수 있었어요. 투구게의 몸속에 병원균이 침입하면 혈액이 세균을 응고(뭉쳐 딱딱하게 굳어짐)시켜 감염을 막지요. 현존하는 생물 중 이런 면역체계를 가진 것은 투구게뿐이라고 해요. 이 같은 사실을 발견한 과학자들은 1970년대부터 투구게의 혈액을 각종 실험에 활용해왔어요.

코로나19의 백신처럼 새로운 의약품을 개발한 뒤 약물이 오염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투구게의 혈액이 활용됩니다. 투구게의 피에 의약품을 떨어뜨린 뒤 피가 굳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투구게의 피가 굳으면 의약품이 세균에 오염된 것이겠지요.

투구게의 혈액을 이용하면 오염 여부를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한 방법으로 꼽히지만, 지난 수십 년간 인간을 위해 헌혈을 해온 투구게가 언젠가는 영영 사라질지도 몰라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2016년부터 투구게를 멸종위기 근접종으로 분류하기도 했지요. 투구게의 멸종은 투구게의 알을 먹고 살아가는 바다 생태계 전체에 예상치 못한 영향을 줄 수 있어 관심이 필요합니다.





▶어린이동아 | 장진희 기자 cjh0629@donga.com
▶어린이동아 | 김소민 기자 somi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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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동1

    lovetema48 2021.12.25

    투구게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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