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를 내뿜는 공장의 굴뚝들. 동아일보 자료사진 |
국내에서도 300만 명 이상이 관람한 영화 ‘투모로우’(12세 관람)는 급속한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앙을 그렸다.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지구 전체가 냉기(찬 공기)로 뒤덮인다는 설정이다. 영화 속 스토리만은 아니다. 과학자들은 해수면이 꾸준히 올라가고 있어 200년 안에 미국 뉴욕 시가 물에 잠길 것으로 내다본다. 대형 산불이나 폭우 같은 이상기후도 자주 나타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협의를 계속해왔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에 대해 국내 경제계가 ‘모든 부분을 다시 검토하자’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 제도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뿜어내는 업체들에 매년 ‘온실가스를 뿜을 수 있는 양’을 준 뒤, 정해진 양보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기업은 적게 배출한 기업으로부터 ‘뿜을 수 있는 양’을 돈을 주고 사도록 하는 제도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같은 경제단체들은 이 제도 때문에 기업들에 앞으로 3년간 최대 28조 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중국과 미국도 전면 시행하지 않는데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만 갉아먹는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28조 원은 심한 과장”이라고 반박한다. 이미 기업들의 반발로 도입을 2년 늦춘 만큼 더 늦출 수 없고, 할당량(몫을 갈라 나눈 양)도 기업 사정을 충분히 반영했다는 것이다.
어차피 세계적으로 떠오르는 녹색산업(에너지와 자원의 효율을 높이고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산업)을 먼저 차지하려면 당장은 부담이 되더라도 한국 기업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마침 미국 정부가 2030년까지 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30% 줄이는 강력한 기후변화 대책을 내놨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늘리고 각 주 사이에 온실가스 배출권을 거래하게 할 계획이다.
사실 하늘이 나라별로 나뉘어 있는 것도 아닌데 우리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도 미국 중국이 뿜어대면 “우리만 손해”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과 중국은 지구 환경 문제에 앞장서야 진정한 대국(大國·큰 나라)으로 대접받는다.
※ 상식UP
온실가스: 대기권의 기체 중에서 지구에서 내뿜어진 열을 흡수해 지구로 다시 내보내는 특성을 갖는 기체. 이산화탄소, 메탄, 이산화질소 등이 있다.
동아일보 6월 5일자 신연수 논설위원 칼럼
정리=김보민 기자 g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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