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시간이 지났는데도 사무실의 불을 켜고 일하는 직장인들. 동아일보 자료사진 |
‘일벌레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일중독 문화 바꿔 고용률 70% 달성’. 올 들어 자주 접하는 기사 제목이다.
‘일벌레’라는 말을 참으로 오랜만에 들을 수 있어 반갑다. ‘일벌레’는 요즘 ‘워커홀릭(workaholic·일중독자)’이란 단어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가는 신세다. ‘월화수목금금금은 기본, 하루 3시간 이상 안 자는 워커홀릭’ 같은 표현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나는 워커홀릭’이라는 큼지막한 제목의 기사가 떡하니 나타나기도 한다.
‘워커홀릭’은 몇 년 전만 해도 낯설고 10년 전에는 영어사전에도 없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에 중독된 사람’을 뜻하는 ‘홀릭(holic)’을 붙인 영어단어를 우리말처럼 사용하는 상황으로 변했다. ‘푸드홀릭(foodaholic·음식을 병적으로 많이 먹는 사람)’, ‘알코홀릭(alcoholic·술에 중독 된 사람)’ 같은 영어단어까지 우리말인양 사용하는 것. 그 바람에 ‘웹홀릭’, ‘비타민홀릭’, ‘댄스홀릭’, ‘커피홀릭’ 등 얼토당토않은 낱말까지 줄줄이 생겨났다. 우리는 이미 제멋대로 말을 만들어내는 ‘워드홀릭’에 빠져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일벌레’처럼 우리말 사랑으로 태어난 대표적 낱말이 ‘도우미’다. 1993년 대전 엑스포 때 첫선을 보였다. 도우미와 지킴이는 각각 명사 ‘도움’과 ‘지킴’ 뒤에 사람을 뜻하는 ‘-이’를 붙여 만들어졌다. 이후 청소년 지킴이, 독도 알림이, 아동 돌보미 등 친근한 낱말들이 생겨나 우리말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이쯤에서 ‘워커홀릭’에 밀려 비실거리는 ‘일벌레’에게 제자리를 찾아주는 건 어떨까.
동아일보 6월 5일자 손진호 어문기자 칼럼
정리=공혜림 기자 hlgong37@donga.com
▼ 사설 읽고 생각하기 ▼
1. 본문에 나온 ‘일벌레’란 낱말에서 ‘벌레’는 ‘일에만 열중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로 쓰입니다. ‘곤충과 같은 동물’을 일컫는 말인 벌레의 원래 뜻과는 다른 의미로 사용된 것이지요. 이밖에도 벌레는 여러 속담에 등장해 어떤 사람을 빗대어 표현하는 단어로도 사용됩니다. 아래에 제시된 벌레란 낱말이 들어간 속담 2개가 과연 어떤 뜻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볼까요?
2. 어솜이네 아빠는 일벌레입니다. 가족을 위해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지요. 하지만 어솜이는 집에서 아빠와 함께 저녁을 먹기를 바랍니다. 어솜이는 어떻게 아빠를 설득할 수 있을까요? 어솜이의 말을 대신 적어봅시다.
※정답
1. 1) 뜻풀이: 아무리 순하거나 하찮은 존재라도 그를 지나치게 자극하면 반항하게 됨. 2) 뜻풀이: 벌레 같은 하찮은 존재도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스스로 살아갈 줄 안다는 뜻. 제구실을 똑똑히 하지 못하는 사람을 설득하거나 타이르기 위해 쓰는 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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