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8일 방화(불을 지름) 사고가 일어났던 서울 지하철 3호선 전동차. 뉴시스 |
5월 28일 오전 서울지하철 3호선 도곡역 전철 안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서울메트로 직원 권순중 씨가 객차에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는 방화범(일부러 불을 지른 범죄자)이 시너가 든 배낭과 객차 바닥에 불을 붙이자 즉각 소화기를 챙겨 불난 곳에 뿌렸다. 승객들에게 “119 신고를 해 달라. 비상벨을 눌러 기관사와 통화하세요”라고 고함치며 신속하고 차분하게 대응했다. 방화범이 세 번이나 불을 질렀지만 권 씨의 용감한 대처 덕분에 많은 승객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후 모든 지하철 객차 좌석을 불이 잘 붙지 않는 섬유로 만든 것도 이번에 톡톡히 효과를 봤다. 소 잃고 외양간을 잘 고친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1993년 서해훼리호가 침몰해 292명의 사망자를 냈는데도 외양간을 제대로 고치지 않아 발생했다.
이날 전남 장성군 효사랑요양병원 화재 발생 당시 간호조무사 김귀남 씨는 소방호스를 들고 치솟는 불길을 잡으려다 숨이 막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힘든 간호조무사 일을 하면서도 환자들을 가족처럼 돌보던 고인은 끝내 자기 몸까지 희생했다. 투철한 봉사정신과 철저한 직업윤리 없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세월호 선장 이준석 씨는 승객을 팽개치고 먼저 빠져나오느라 급급했지만 김 씨는 끝까지 책임을 다했다. 효사랑요양병원 이사장도 “무슨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죄를 저질렀다”며 잘못을 뉘우쳤다.
구조 작업에 나선 홍모 소방관은 치매를 앓는 아버지가 입원한 병원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유독가스와 연기 속에서 다른 환자들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화재 진압 후 아버지의 사망 사실을 확인한 홍 씨는 “더 큰 피해를 막는 일이 급했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안위(편안함과 위태함)를 걱정하면서도 다른 환자 구조에만 마음을 썼던 그의 직업정신에 존경을 보낸다.
역무원 권 씨, 간호조무사 김 씨, 소방관 홍 씨 같은 사람들은 우리 사회의 희망이다. 이들은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위험에 빠진 이웃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졌다. 이기심이 앞섰다면 달리 행동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들의 희생과 헌신은 우리 사회를 보다 더 안전하게 만들 것이다.
세 사람은 사고 현장에서 그저 묵묵히 최선을 다한, 비타민 같은 의인( ·의로운 일을 한 사람)이다. 나보다 남을, 그리고 우리를 먼저 배려하는 아름다운 영웅이다.
동아일보 5월 30일자사설
정리=김보민 기자 g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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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1. 모든 지하철 객차 좌석을 불이 잘 붙지 않는 섬유로 만듦.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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