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사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쓴 ‘눈높이 사설’이 월, 수, 금 실립니다. 사설 속 배경지식을 익히고 핵심 내용을 문단별로 정리하다보면 논리력과 독해력이 키워집니다.
인천의 한 주차장 전기충전기 주변에 화재에 대비한 소화기가 설치돼 있는 모습. 인천=뉴시스
지난 13일 인천 연수구에서 열린 ‘전기자동차 화재 대응 민·관 합동 교육’에서 소방대원들이 불이 난 전기차를 물에 담그는 이동식 수조를 들고 있다
[1] 일반적으로 자동차 화재 진화(불을 끔)의 골든타임(사고 시 인명을 구조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은 5분이라고 해요. 소방산업기술원이 진행한 실험을 보면 차량 엔진룸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3∼5분 내에 엔진룸 전체로 불길이 번지고, 10분이면 운전석까지 퍼져요. 1시간이 지나면 모습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차량은 남김없이 다 타버리지요. 이 때문에 차량 화재는 초기 대응에 실패할 경우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 쉬워요. 지난 2022년 다섯 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도 5t(톤) 화물트럭의 엔진에서 일어난 불에서 시작됐어요.
[2]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골든타임이 더 짧아요. ‘배터리 열폭주 현상’(배터리 분리막이 손상돼 양극과 음극이 접촉해 과열되며 폭발이 일어나는 현상) 때문. 전기차에 장착된 리튬이온배터리에 불이 붙으면 순식간에 온도가 1000도까지 치솟고,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산소와 가연성 가스(불에 잘 탈 수 있는 가스)까지 배출돼요. 화염에 휩싸이면 손쓸 틈이 없는 만큼 신속한 초동(맨 처음에 하는 행동)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해요. ( ㉠ )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을 때 행동 요령을 아는 운전자는 극히 드물어요. 심지어 전기차 제조업체들조차 엉터리로 된 화재 대응 매뉴얼을 소개하고 있어요.
[3] 전기차 선두 주자(어떤 활동이나 모임에서 가장 앞서가는 사람)인 미국 테슬라는 긴급 대응 매뉴얼에 ‘고압 배터리에 난 불은 물로 꺼야 한다’, ‘물을 직접 배터리에 뿌리라’고 소개해요.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물의 양으로는 턱도 없는 일이에요.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는 데 최소 물 1만 L가 필요한데, 일반 소방차 한 대가 싣고 다니는 소화용수(불을 끄는 데 쓰는 물)가 3000∼5000L 정도예요. 미국에서는 테슬라의 고가 세단 ‘모델S’에서 난 화재를 완전히 진화하는 데 물 10만6000L가 쓰였는데, 일반 가정에서 2년 동안 사용하는 양이지요.
[4] 기아, KG모빌리티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매뉴얼에 ‘반드시 전기 화재 전용 분말 소화기로 진화하라’고 안내하고 있어요. ( ㉡ ) 전기차 화재를 진압할 전용 소화기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서도 아직 상용화(일상적으로 쓰이게 됨)되지 않았다고 해요. 있지도 않은 소화기를 반드시 쓰라고 소비자들에게 알려준 셈. 테슬라는 2016년식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X’의 매뉴얼에서 ‘다 탈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소개하기도 했어요.
[5] 이처럼 황당하고 비현실적인 화재 대응 매뉴얼을 만드는 건 소비자 우롱을 넘어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에요. 일부 전기차 업체들이 ‘영업 비밀’, ‘본사 방침’을 이유로 배터리 제조사 공개를 거부해 논란이 됐는데 엉터리 매뉴얼에 비할 바가 못 돼요. 세계 각국이 전기차 화재 진압 방법, 열폭주 방지 기술 등을 알아가는 단계라 해도 자동차 제조업체의 무책임한 매뉴얼은 비판받아 마땅해요. 전국을 덮친 ‘전기차 포비아’를 진화하려면 올바른 정보를 담아, 제대로 된 화재 대응 매뉴얼부터 만드는 게 첫걸음이 돼야 할 것 같아요.
※오늘은 동아일보 오피니언 면에 실린 칼럼을 사설 대신 싣습니다.
동아일보 8월 21일 자 정임수 논설위원 칼럼 정리
▶어린이동아 남동연 기자 nam0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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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king 2024-08-27
환경을 위해 전기차 타기 운동을 해놓고, 불이 났을 때는 다 탈 때까지 기다리라는 수준의 황당한 매뉴얼을 내놓은 전기차 회사에 화가 납니다. 내연기관 차에 비해 화재의 크기가 매우 위험한 전기차이므로 더욱 명확한 매뉴얼로 국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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