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서 선수들이 보여준 스포츠맨십
17일간 열린 지구촌 최대 축제 2024 파리 올림픽이 우리나라 시간으로 12일 새벽 막을 내려요. 대회에 참가한 우리나라 선수단은 당초 금메달 5개를 목표로 했지만 목표치의 2배를 훌쩍 뛰어 넘는 훌륭한 성적을 기록했지요.
전 세계 선수가 우리에게 선사한 감동은 단순히 메달 개수와 색깔로 따질 수 없을 거예요. 패자는 승자에게 진심으로 존중을 표하고, 승자는 패자를 배려하는 한편 승패와 상관없는 도전을 펼친 선수들은 올림픽 정신이란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줬거든요.
이번 대회에서 메달보다 더 ‘번쩍’ 빛난 장면들을 꼽아보며 올림픽을 통해 배울 수 있었던 고귀한 가치들을 곱씹어보아요.
이게 바로 패자의 품격이다!
신유빈(왼쪽)이 하야타 히나와 포옹하고 있다. 파리=뉴시스
시몬 바일스(왼쪽)와 조던 차일스(오른쪽)가 금메달을 딴 헤베카 안드라지를 축하하는 세리머니를 시상대 위에서 펼치는 모습. 파리=AP뉴시스
우리나라의 탁구 선수 신유빈(20·대한항공)이 출전한 여자 탁구 개인전 동메달 결정전. 신 선수는 일본의 하야타 히나(24)에게 아쉽게 패했지만 메달보다 더 아름다운 장면이 나왔어요. 경기를 끝낸 신 선수가 하야타에게 다가가 미소를 지으며 악수하고 포옹한 것. 하야타는 활짝 웃었고, 일본의 감독은 승리를 축하해주는 신 선수에게 허리를 숙이며 답하기도 했어요. 신 선수는 “상대 선수가 모든 면에서 앞섰다고 생각하기에 인정하고, 배울 건 배워야 한다”고 밝혔어요. 패자의 품격을 보여준 신 선수에게 일본에서도 찬사가 쏟아졌어요.
치열하게 싸웠지만 끝내 자신을 이긴 승자에게 존중을 표한 사례는 체조에서도 나왔어요. 체조 여자 마루운동에선 브라질의 헤베카 안드라지(25)가 금메달을 따고 미국의 시몬 바일스(27), 조던 차일스(23)가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땄는데요. 바일스와 차일스는 시상대에 먼저 올라 안드라지를 기다리던 중 “우리가 안드라지를 맞이하는 세리머니를 하자”고 의견을 모았어요. 안드라지가 시상대에 오르는 순간 두 선수는 몸을 낮춰 안드라지를 환영하는 동작을 취했고, 안드라지는 활짝 웃으며 두 팔을 뻗으며 시상대에 올랐지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은 바로 이런 순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영국 BBC 방송은 “금메달보다 값진 명장면”이라고 평가했답니다.
“당신도 최고입니다”
시상대 위에 선 허빙자오의 오른손엔 스페인 선수를 기리는 의미의 스페인 배지가 들려 있다
테디 리네르(오른쪽)가 승리한 후 김민종의 손을 들어 올리는 모습
자신에게 패한 선수를 배려하는, 따뜻한 동료애가 돋보인 장면들도 여럿 있었어요.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우리나라 안세영(22·삼성생명)에게 패해 은메달을 딴 중국의 허빙자오(27).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그의 오른손에 작은 물건이 들어 있었어요. 자세히 살펴보니 이는 스페인 팀의 배지. 어떻게 된 사연일까요? 배지는 스페인 선수 카롤리나 마린(31)을 위해 허빙자오가 준비한 것. 마린은 전날 허빙자오와의 준결승전에서 앞서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부상으로 기권했고, 허빙자오가 결승에 진출하게 됐어요. 허빙자오는 마린을 존중하고 그의 부상 회복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작은 세리머니를 펼친 거예요.
유도 남자 100㎏ 이상급 결승전에서 우리나라의 김민종(23·양평군청)을 꺾고 금메달을 딴 프랑스의 테디 리네르(35)의 배려도 눈에 띠었어요. 리네르는 이번 올림픽을 포함해 올림픽에서만 3개의 금메달을 따며 프랑스에서 ‘유도 영웅’이라 불리는 선수. 한판승으로 김민종을 꺾은 그는 곧이어 김민종의 손을 높게 들어 올려보였어요. 리네르는 김민종의 손을 들어 올린 이유에 대해 “강한 상대였고, 아름다운 경기를 보여줬기 때문”이라며 패자를 존중하고 예우했어요.
목표와 의지만 있다면!
오른손에 보호대를 착용하고 경기에 출전한 멜리사 태퍼
청각 장애를 지닌 미국의 배구 선수 데이비드 스미스
선수들의 도전 의지에 장애는 걸림돌이 되지 않았어요. 이번 올림픽에서 신체적 장애를 뛰어넘고 훌륭한 경기를 선보인 선수들의 도전은 많은 사람에게 큰 용기를 주었어요. 여자 탁구 선수인 멜리사 태퍼(34·호주), 브루나 알렉산드르(29·브라질)가 대표적. 이들은 모두 오른팔을 쓰지 못해 왼팔로만 탁구를 쳐요. 태퍼는 출생 중에 어깨와 목 사이의 신경이 찢어져 오른팔을 일반인의 30% 밖에 사용할 수 없는 장애를 안고 있지만 열심히 싸웠어요. 알렉산드르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혈관 속에서 피가 굳는 질병인 ‘혈전증’을 앓아 오른팔을 잘라냈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했지요.
미국 남자 배구 대표팀의 데이비드 스미스(39)는 청각 장애를 가진 선수. 비장애인이 들을 수 있는 소리의 10%밖에 듣지 못하는 스미스지만 이번이 네 번째 올림픽 출전이었다고. 동료들의 입술 모양을 보고 소통하는 그는 “마음속에 목표가 있고, 이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밝혔답니다.
▶어린이동아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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