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사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쓴 ‘눈높이 사설’이 월, 수, 금 실립니다. 사설 속 배경지식을 익히고 핵심 내용을 문단별로 정리하다보면 논리력과 독해력이 키워집니다.
파리올림픽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는 오예진 선수. 동아일보 자료사진
김우진 선수는 파리 올림픽에서 남자 단체전, 혼성 단체전에 이어 남자 개인전까지 우승하며 3관왕을 달성했다. 왼쪽부터 김우진, 이우석, 김제덕 선수
[1] 승리의 환호와 패배의 탄식이 교차하는 올림픽에서는 오래도록 기억될 명언이 쏟아지게 마련이에요. 2016년 리우 올림픽 때는 펜싱의 박상영(29)이 남긴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가 최고 유행어였죠. 에페 결승전에서 4점 차로 뒤져 다들 포기하는 순간 그는 이 말을 되뇌며 역전의 드라마를 썼어요. 2021년 도쿄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결승에선 슛오프(양궁에서 동점으로 경기가 끝났을 때 승자를 가리기 위해 추가로 활을 쏘는 것)까지 가는 접전(승부가 쉽게 나지 않는 경기) 상황에서 ‘3관왕’ 안산(23)이 했다는 속엣말(가슴에 품고 있는 말)이 화제였어요. “쫄지 말고 대충 쏴!” 파리 올림픽에서도 새로운 명언이 나왔어요.
[2] 신예(새롭고 기세나 힘이 뛰어난 사람)들은 패기로 승부해요. 여자 총잡이 금메달리스트 삼인방이 대표적. 오예진(19)의 좌우명은 “내 갈 길은 내가 정한다”, 양지인(21)은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예요. 반효진(17)은 “나도 부족하지만 남도 별것 아냐”라는 생각으로 쐈어요. 남자 펜싱 사브르 3연패(연달아 우승함)에 기여한 도경동(25)은 결승전 후반 1점 차로 쫓기는 상황에서 교체 투입돼 28초 만에 5연속 득점하고 내려와 포효했어요. “질 자신이 없었다.”
[3] 양궁 남자 개인 결승전은 역대급 명승부(경기나 경쟁 등에서 이기고 지는 것이 멋지게 이루어지는 일)였어요. 마지막 슛오프에서 원샷으로 승부를 결정지은 김우진(32)은 통산(전부를 통틀어 계산함) 5번째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최다(가장 많음) 금메달리스트가 됐어요. 그는 잠깐 웃더니 “오늘 딴 메달도 이젠 과거다. 오늘까지만 즐기고 내일부터는 새 목표를 향해 달리겠다”고 말했어요. 후배들에게도 비슷한 말을 남겼어요. “메달 땄다고 (그 기분에) 젖어 있지 마라. 해가 뜨면 마른다.” 김우진에게 패한 미국 브래디 엘리슨(36)은 “간발의 차로 졌다고 속상하지 않다”고 했어요. “우리는 챔피언처럼 쐈다. 중요한 건 그거다.”
[4] 한국 패장(싸움에 진 장수)들의 소회(마음에 품고 있는 생각)도 인상적이에요. 남자 유도 100kg 이상급 결승전에서 한국에 첫 은메달을 안긴 김민종(24)은 금메달을 놓친 후 “하늘을 감동시키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어요. ‘삐약이’ 탁구 선수 신유빈(20)은 “패배의 경험이 저를 더욱 성장시켜줄 거라 생각한다”고 했어요. 서늘한 총잡이 김예지(32)는 사격 주 종목 예선에서 탈락하고도 쿨했지요. “한 발 놓쳤다고 세상 무너지지 않는다.”
[5] 이번 올림픽은 테니스 노장(많은 경험을 쌓아 일에 노련한 사람)들의 고별(작별을 알림) 무대였어요. 노바크 조코비치(37)는 16세 어린 카를로스 알카라스(21)를 꺾고 커리어 골든 그랜드슬램(세계 4대 테니스 대회와 올림픽 금메달을 모두 따냄)을 완성한 후 “내가 꿈꾸었던 그 모든 것을 넘어섰다”며 오열했어요. 8강전에서 탈락한 앤디 머리(37)는 재치 있는 은퇴사(맡은 일에서 물러나며 소감을 나타내는 말)를 남겼어요. “어차피 테니스 좋아하지도 않았어.” 룩셈부르크 탁구 노장 니샤롄(61)은 ‘언제 은퇴하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보다 젊다”고 답해요. 신예든 노장이든 승자든 패자든 선수들이 공유하는 명언이 있어요. “좋았다면 추억이고, 나빴다면 경험이다.”
동아일보 8월 7일 자 이진영 논설위원 칼럼 정리
※오늘은 동아일보 오피니언 면에 실린 칼럼을 사설 대신 싣습니다.
▶어린이동아 남동연 기자 nam0116@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어린이동아에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어린이동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상업적인 댓글 및 도배성 댓글, 욕설이나 비방하는 댓글을 올릴 경우 임의 삭제 조치됩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