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달의 표준 시간을 만들려는 계획을 최근 밝혔어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오는 2026년까지 달과 다른 천체의 시간대를 연계하기 위해 통일된 ‘달 표준시’를 만들 계획이지요. 세계가 달 탐사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달의 표준 시간을 새로 만든다면 우주 자원 개발 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여요.

달의 표준 시간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달의 표준 시간을 정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함께 알아보아요.

달의 ‘표준 시간’, 왜 필요할까?

두 명의 우주비행사가 달 표면에서 미국 주도의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을 담은 상상도. NASA 제공

우리 모두 알듯 지구에는 ‘표준 시간’이 있어요. 지구상 어디에 있어도 하루는 24시간, 1시간은 60분, 1분은 60초라는 ‘약속’이 바로 그것. 이를 ‘협정세계시(UTC)’라고 해요. UTC는 국제 협정에 의해 유지되는 표준 시간의 기준으로, 지구 자전(천체가 스스로 고정된 축을 중심으로 회전함)에 따른 세계 공통의 시각을 정하기 위해 만들어졌어요. 한국이 오후 8시일 때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DC는 오전 7시인 것처럼 나라나 지역마다 시간의 차이가 있지요. 한국과 워싱턴DC 사이의 시차를 13시간이라고 계산할 수 있는 건 시간의 ‘기준’인 표준 시간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에요.

지구처럼 달에도 역시 지역마다 시차가 있을 거예요. 하지만 지구와 달리 달은 표준 시간이 없어서 어떤 지역이 지금 몇 시인지, 다른 지역과의 시차는 얼마인지 등을 정확히 설명할 수 없어요. 그래서 현재 달에서의 시간은 로켓이나 탐사선을 보내는 세계 각국이 저마다 지구의 표준 시간인 UTC를 기준으로 삼고 있어요.

최근 세계적으로 우주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수년 내에 많은 탐사선이 달에 오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달의 표준 시간이 없어서 생길 문제에 대한 우려가 나와요. 탐사선 각각에 설정돼 있는 시각이 제각각일 수밖에 없어, 여럿이 함께 달 궤도를 돌거나 착륙을 시도한다면 혼선이 빚어지는 등의 통신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달의 시간은 지구와 다른 속도로 흘러

1950년대 중반의 초기 원자시계인 ‘마스터’의 모습. BBC 홈페이지 캡처

달의 표준 시간을 정하기에 앞서, 우선 달에서 흘러가는 시간의 속도를 파악해야 해요. 달의 시간은 지구와 다른 속도로 흘러가거든요. 달의 하루는 지구의 시간으로 약 655시간에 달해요. 지구에서 하루가 24시간임을 감안하면 달의 하루는 지구 시간으로 약 29.5일인 셈. 달에서 해가 떠 있는 낮과 해가 진 밤은 지구 시간으로 각각 약 14일에 해당하지요.

지구와 달의 시간이 다른 속도로 흘러가는 데는 중력의 영향도 있어요. 중력이 강한 곳에선 시간이 더 느리게 흐르는데, 달의 중력은 지구의 6분의 1에 불과해서 달에선 지구보다 시간이 빠르게 가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지구의 24시간을 기준으로 했을 때 달의 시간은 56㎲(마이크로초=100만 분의 1초) 빠르게 흐른다”고 해요. 지구의 표준 시간을 달에 그냥 적용한다면 이런 다른 속도에 따른 차이가 계속 쌓여서 나중에는 지구와 달 사이의 시간 차이가 크게 벌어질 거예요.

‘표준 시간’을 정하는 건 또 다른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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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는 달에서의 통신과 항해를 위해 인터넷과 유사한 네트워크 기능을 수행하는 루나넷(LunaNet)을 개발해왔다

달에서 흘러가는 시간의 속도를 파악하기 위해선 달 곳곳에 원자시계들을 설치해야 해요. 원자시계란 모든 시계의 표준이 되는 시계로, 수십억 분의 1초까지 측정할 수 있을 정도로 정밀하며 수십만 년에 1초를 틀릴까 말까 할만큼 정확해요. 이렇게 달의 시간을 측정한 뒤에는 달의 ‘표준 시간’을 어떻게 정할지 결정해야 해요.

우선 달의 시간을 지구의 표준 시간인 UTC에 연동(한 부분을 움직이면 연결된 다른 부분도 함께 움직임)하는 방법이 있어요. 이 경우 지구의 시간으로 달의 시간을 가늠하기 쉬워서 지구에서도 달의 시간을 쉽게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또는 지구의 시간과는 상관없이 달의 시간만으로 달의 표준 시간을 정하는 방법도 있어요. 이 경우, 지구와 연락이 끊겨도 달에서 독자적으로 통신이나 항행(비행기 따위를 타고 궤도를 다님)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고 다른 행성에서도 응용할 수 있지요.

다만 어떤 방법이든지 달의 표준 시간을 제정하는 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여요. 우주 개발을 둘러싼 세계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달 표준 시간을 두고 주도권 경쟁이 펼쳐져 국가 간의 합의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에요.

▶어린이동아 전선규 기자 3q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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