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맛, 지옥의 냄새’로 불리는 열대 과일 두리안. 깊은 풍미에 부드러운 식감이 매력적인 이 두리안을 찾는 중국인이 많아지면서 대표적인 열대 과일 산지(생산되어 나오는 곳)인 베트남이 들썩거려요. 베트남 농부들이 주요 소득 작물(심어 가꾸는 곡식이나 채소)인 커피나무 대신 너도나도 두리안 재배에 뛰어들고 있거든요.

중국인들이 두리안에 열광하는 이유와 더불어 이들의 소비 성향이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살펴봐요.

‘과일의 왕’에 빠진 중국인들

열대 과일 두리안이 가판대에 진열된 모습. CNBC 홈페이지 캡처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로부스타 커피를 생산해 전 세계로 수출하던 베트남 중부의 고원지대가 대규모 두리안 재배지로 바뀌고 있어요. 중국에서 두리안 열풍이 불면서 현재 베트남이 수출하는 두리안의 약 90%가 모두 중국으로 향하고 있는 상황. 중국이라는 판로(상품이 팔리는 방면이나 길)가 확보되어 있으니 베트남 농부들도 두리안 재배에 적극 나서는 거죠.

베트남 농부 베 둑 후인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같은 재배 면적일 경우 두리안이 커피보다 약 5배 많은 소득을 낸다”고 밝혔어요. 하지만 베트남 농업부는 “농부들이 쌀, 커피와 같은 전통적인 소득 작물 대신 두리안만을 재배하는 건 위험 부담이 크다”면서 중국에 의존하는 작물 재배의 위험성을 지적한 바 있어요.

그런데 중국은 왜 갑자기 ‘두리안’이라는 과일과 사랑에 빠진 걸까요? 미국 CNBC는 “중국 소비자들은 두리안을 단순히 과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부를 과시할 수 있는 상품으로 보고 있다”고 최근 분석했어요. 중국에서는 약혼 등 중요한 행사에서 두리안을 선물로 주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중국에서 두리안의 수요는 2022년부터 폭발적으로 늘었으며 지난 2년간 중국은 전 세계 수요의 91%를 차지하는 약 60억 달러(7조 7100억 원)의 두리안을 수입한 것으로 추산돼요.

아울러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영향도 있어요. RCEP는 동남아시아 10개국과 한·중·일, 호주·뉴질랜드 등 15개국이 참여한 협정인데, 이 덕분에 동남아 국가들의 농산품 등이 더 자유롭게 중국 시장에 들어설 수 있게 되면서 두리안과 같은 과일의 수출도 쉬워졌다는 것이에요.

중국 시장을 노리는 세계 각국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중국 관광객 등 인파로 붐비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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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쇼핑몰을 지나는 모습. WSJ 홈페이지 캡처

인도와 함께 인구 대국으로 꼽히는 중국의 시장은 세계 경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 워낙 인구가 많으니 이들이 움직이면 소비되는 상품의 양 자체가 달라지거든요. 베트남, 태국 등의 국가가 중국에서 수요가 많은 작물을 주요 작물로 재배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각국에서 중국 소비자 혹은 중국인 관광객을 자국으로 끌어들이도록 유도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에요.

특히 우리나라에선 중국인 관광객을 ‘유커(遊客)’라고 불러요. 이들은 국내로 들어와 상품 소비에 적잖은 비용을 쓰면서 국내 관광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줘요. 특히 공항 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의 수에 따라 매출이 크게 변화하기도 하지요.

또 중국 소비자들의 특징 중 하나인 ‘애국 소비’ 성향은 글로벌 기업을 흔들기도 해요. 지난 6월 중국에선 자국 상품을 구매하는 애국(나라를 사랑함) 소비 현상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는 보도가 각종 외신에서 이어졌지요. 중국의 애국 소비 현상인 ‘궈차오’는 중국의 문화와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제품이 인기를 끄는 현상. 중국인들이 다른 나라가 아닌 자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주로 구매하면서 중국 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의 매출이 타격을 입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어린이동아 권세희 기자 ksh07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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