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식습관이 변화하면서 우리나라의 1인당 쌀 소비량은 매년 떨어지고 있어요. 쌀밥 대신에 밀가루로 만든 빵이나 국수, 파스타 등을 많이 먹게 되며 쌀 소비량이 떨어진 것이지요.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7㎏으로 30년 전인 1992년 112.9㎏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어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쌀 소비량보다 생산량이 많아지는 현상이 나타나 농가는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그런데 최근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으로 가루쌀이 주목을 받고 있어요. 가루쌀은 일반 쌀과는 달리 물에 불리지 않고 밀처럼 바로 빻아 가루로 만들 수 있는 쌀. 가루쌀이 어떤 음식을 만드는 데 활용되고 있는지 알아볼까요? 



농촌진흥청이 가루쌀을 넣어 만든 라면. 가루쌀을 20% 섞으면 품질이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 제공

가루쌀 넣은 라면은 어떤 맛?​​

앞으로는 가루쌀로 만든 꼬불꼬불한 라면을 맛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요. 라면은 대표적인 밀가루 음식. 최근 농촌진흥청은 밀가루 대신 가루쌀을 일부 섞어도 밀가루가 100% 쓰인 라면과 품질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냈어요.

농촌진흥청과 이수용 세종대 교수(식품생명공학과)가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밀가루 사용량의 20% 이내를 가루쌀로 대체해도 품질 면에서 비슷해요. 만약 라면을 만들 때 가루쌀을 20%의 비중으로 활용하면 매년 7.7만t(톤)의 밀가루를 쌀가루로 대체할 수 있어요. 단, 가루쌀 비율이 더 높아지면 글루텐(식물에 포함된 찰기가 있는 물질) 함량이 적어져 면이 쉽게 끊기고 라면 국물이 탁해지는 현상이 나타나요.

실제로 우리나라 식품 업체인 하림은 지난 8월 가루쌀을 원료로 한 신제품 라면을 출시하기도 했지요. ‘맑은 닭육수 쌀라면’과 ‘얼큰 닭육수 쌀라면’이 바로 그것. 국산 쌀가루가 들어가 면의 식감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에요.


충북 진천군에서 생산한 가루쌀로 만들어진 빵류. 진천군 제공

빵도 가루쌀로 만든다!

가루쌀을 활용하여 만든 빵류 제품도 다양하게 출시되는 모습이에요. 대전을 상징하는 빵집인 성심당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가루쌀로 만든 신제품 3종의 출시를 알렸어요. 국산 쌀가루로 만든 ‘마라米(쌀 미)고로게’ ‘김치볶음빵’ ‘시나몬돌돌빵’이 출시되었지요.

충북 진천군에는 ‘미잠미과’라는 쌀가루빵 전문 업체가 있어요. 최근 진천군에 따르면 군은 올해 처음으로 이 지역에서 ‘바로미2’라는 품종의 가루쌀을 수확해 미잠미과에 납품(주문받은 물건을 가져다줌)했지요. 바로미2는 쌀밥을 짓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품종이지만 물에 불리지 않고 바로 가루로 만들어 밀가루 대신 활용할 수 있어 경제적이지요. 미잠미과 측은 “바로미2로 만든 빵은 밀가루로 만든 빵과 맛을 구분하기 어렵다”며 “식감이 부드럽기 때문”이라고 말했어요.​



해태제과는 오예스의 새로운 버전인 ‘오예스 위드미’에 가루쌀을 섞어 만들었다고 최근 밝혔다. 해태제과 제공​

가루쌀 넣어 젊은층 입맛 사로잡아요

오랜 시간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해태제과의 ‘오예스’. 1980년대에 출시된 이 과자는 원래 모두 밀가루로만 만들어졌어요. 그런데 최근 해태제과는 국산 가루쌀을 넣어 만든 새로운 버전의 오예스인 ‘오예스 위드미(with 米)’를 출시했어요. 단, 25만 상자만 한정적으로 판매될 예정.

해태제과에 따르면 이 회사의 특수한 쌀 가공기술을 활용해 가루쌀을 넣었을 때 식감이 거칠어지는 문제를 해결했어요. 이에 오예스 특유의 촉촉하고 부드러운 맛을 살릴 수 있었다고 해태제과는 설명했어요.​

▶어린이동아 장진희 기자 cjh062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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