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버가 나뭇가지를 이용해 댐을 만들고 있다. BBC 홈페이지 캡처

‘뚝딱∼뚝딱’ 집 짓는 능력이 탁월한 동물인 비버는 골칫거리로 여겨지기도 했어요. 하천이나 늪에 사는 비버는 앞니로 나무를 갉아 댐을 만들어 보금자리를 마련하는데, 차가운 극지방에선 비버의 댐에 있는 물이 땅에 스며들며 영구동토층(1년 내내 얼어 있는 땅)을 더 빨리 녹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최근 비버가 수천 년 전 유럽의 풍부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다시금 주목받아요. 비버의 댐이 하천의 높이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하면서 물고기와 식물 등이 서식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것. 비버가 이런 풍부한 생태계를 만든 덕에 당시 사냥과 채집을 중심으로 생활했던 인간들도 도움을 받았어요.

비버처럼 생태계에 도움을 주는 행동을 하는 동물은 또 있답니다.

나무 안쪽에 집을 만드는 이유는?

딱따구리가 나무에 올라 있는 모습

나무 구멍 속에 딱따구리가 들어간 모습. 데일리메일 홈페이지 캡처

나무에 깊은 구멍이 뚫려 있는 걸 본 적 있나요? 이는 곧고 날카로운 부리를 가진 새, 딱따구리가 만든 집. 보통의 새들은 나뭇가지를 모아 나무의 겉에 둥지를 만들지만 딱따구리는 나무의 속을 파내는 독특한 방식으로 집을 만들어요.

단단한 나무를 어떻게 파내냐고요? 딱따구리의 생김새를 보면 알 수 있어요. 딱따구리의 발가락은 앞면을 향해 2개, 뒷면을 향해 2개가 있어요. 이 발가락을 이용해 나무에 올라타면 꼬리가 몸의 균형을 단단하게 잡아주지요. 이후 강한 부리 힘으로 나무를 두드려 깊은 구멍을 내 보금자리를 마련합니다. 비바람이 쉽게 들어오지 않는 이곳에서 잠을 자거나, 새끼를 키우지요.

딱따구리가 뚫어 놓은 이 구멍의 중요한 역할은 또 있어요. 다람쥐와 같은 작은 다른 동물들에게도 안락한 서식지(일정한 곳에 자리를 잡고 사는 곳)가 돼 생태계에 도움을 주는 것. 만약 딱따구리가 이런 집을 만들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딱따구리의 구멍을 보금자리로 활용하던 동물들끼리의 둥지 경쟁이 더욱 심해져 이들의 번식이 줄어들 수 있어요. 딱따구리의 집은 생태계를 이루는 동물들의 개체 수를 유지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지요.

“우리가 떼로 거쳐 가면”

코끼리들이 무리 지어 움직이고 있다. CNN 홈페이지 캡처

육지에 사는 동물 가운데 가장 커다란 몸집을 자랑하는 코끼리도 생태계에선 없어선 안 될 존재. 거대한 덩치를 유지하기 위해서 코끼리는 어마어마한 풀과 과일, 나뭇가지 등을 먹으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요. 매일 100L(리터)의 물을 마시기 때문에 물이 없는 곳에선 오래 지낼 수 없어요.

그래서 코끼리들은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건기엔 긴 코와 엄니를 이용해 강바닥을 파서 물을 마시곤 해요. 엄니는 포유류 등의 송곳니 또는 입 밖으로 돌출된 길고 큰 이빨을 말해요. 물을 찾기 위한 코끼리의 이런 행동은 목마른 다른 동물들에게도 도움이 돼요. 코끼리가 강바닥을 긁어내면 말랐던 웅덩이에 물이 차오르고 다른 동물들도 목을 축일 수 있는 것이지요.

무리 지어 생활하는 코끼리들의 대규모 이동 그 자체도 큰 도움이 돼요. 보통 코끼리들은 7∼15마리 정도 떼를 지어 움직이는데, 이 덕분에 울창한 숲엔 길이 만들어져요. 또 각종 씨앗이 섞인 배설물을 길 곳곳에 배출하면서 식물들이 멀리까지 번식하도록 돕지요. 이런 이유로 코끼리는 ‘생태계의 엔지니어(engineer·기술자)’라는 별명도 갖고 있답니다.​

▶어린이동아 권세희 기자 ksh07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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