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계기를 통해, 혹은 인간의 개입으로 다른 나라에 살아가게 된 생명들. 우리는 이들을 ‘외래생물’이라고 불러요. 외래생물은 기존에 살아가던 생물들과 잘 어우러져 살아가는 ‘귀화종’과 고유종(어느 한 지역에만 있는, 특정한 생물의 종)의 서식지를 감소하게 하는 등 생태계 교란(어지럽고 혼란하게 함)을 일으키는 ‘침입 외래종’으로 나뉘지요.

침입 외래종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전 세계적으로 연간 4230억 달러(약 560조 원)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최근 발표되었어요. 낯선 생물들은 지역 고유의 산업에 피해를 주고, 일부는 자연 재해와 겹쳐 더 큰 타격을 입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침입 외래종도 원래 그들이 살아가던 곳에서는 그저 평범한 생물이었겠지요. 우리에게친숙한 존재들도 어딘가에서는 침입 외래종으로 여겨지기도 해요.

이탈리아에선 꽃게가 침입 외래종

이탈리아의 한 어부가 푸른 꽃게를 잡고 있는 모습. 더 로컬 홈페이지 캡처

키토산 등 영양 성분이 풍부한 꽃게는 우리가 즐겨먹는 식재료. 하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은 최근 북동부 해안에서 많이 발견되는 푸른 꽃게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어요.

푸른 꽃게는 날카로운 집게로 조개껍데기를 쉽게 뜯어내 마구 먹어치워요. 그동안 바다에서 꽃게를 찾아볼 수 없었던 이탈리아인들에게 꽃게는 익숙하지 않은 먹거리. 그들이 즐겨 먹는, 조개가 들어간 봉골레 파스타를 먹을 수 없게 하는 방해꾼일 뿐이지요.

푸른 꽃게는 원래 대서양과 태평양에서 주로 살아왔는데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며 삶의 터전을 넓혀갔어요. 이탈리아 정부는 자연에서 푸른 꽃게를 먹이로 하는 생물들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이를 잡는 사람들에게 포상금을 주기로 결정했습니다. 자그마치 290만 유로, 우리 돈으로 약 42억 원을 웃도는 돈이에요.

미역… 너는 왜?

미역으로 뒤덮인 포르투갈의 알가르베 해변. 더 포르투갈 뉴스 홈페이지 캡처

생일날 빠지지 않는 미역국.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미역이 침입 외래종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사실, 알고 있었나요?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미역은 번식력이 매우 강하고 가라앉는 것이 특징이라 제거하기 쉽지 않다”며 “토착종(예전부터 전하여 내려오는 생물) 생태계를 위협할 우려가 있다”고 밝힌 바 있어요. 이들은 국제 교류가 활발해지며, 선박의 좌우 균형을 맞추기 위해 선박에 바닷물을 채우는 과정에서 함께 실려 이동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역은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에서 주로 먹어요. 하지만 미국 등에선 해안가 여기저기에 널브러진 미역이 미관(아름답고 훌륭한 풍경)을 해치는 생물로 여겨져요. 썩으면서 나는 악취(나쁜 냄새) 또한 심각하고, 바다 속에서는 그물들에 걸려 어업에 손해를 끼치는 골칫덩이입니다.

최근 포르투갈 일간 더 포르투갈 뉴스는 “수백 톤의 미역으로 더럽혀진 알가르베 해변을 청소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들었다”고 보도했어요. 미역이 쌓여 1.2m의 높이에 이르기도 했다고. 기사에서는 “관광객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지역 경제와 생물 다양성을 해칠 수 있어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길고양이와의 전쟁 선포한 호주


호주의 길고양이들.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길고양이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100대 침입 외래종 중 하나예요. 야생성을 띠는 이들은 지나가는 쥐나 새 등의 동물들을 보면 무조건 물어 죽이는 사냥 본능이 있거든요.

호주 국립대학교가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호주의 길고양이들은 연간 약 5억4600만 마리 동물들의 목숨을 앗아간다고 해요. 그 중 3억 2300만 마리는 토종(본디부터 그곳에서 나는 종) 동물이지요. 타냐 플리베르섹 호주 환경부 장관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토종 생물들은 살아남을 수 없다. 길고양이가 없는 호주를 보고 싶다”며 길고양이와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어린이동아 이선행 기자 opusno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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