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작가를 만나다] '내 친구 거미' 쓴 이승범 작가
만약 거미가 책장(책을 넣어두는 가구) 밑으로 들어간다면 어떻게 할 건가요? 손전등으로 거미가 들어간 곳을 비추어 찾아 꺼내기? 스스로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 아니면… 그냥 내버려두기?!
‘내 친구 거미’는 이승범 작가님(사진)이 실제로 경험한 거미와의 이야기를 소재로 만들어졌어요. 작가님이 택한 방법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Q. 어린이동아 독자들에게 작가님을 소개해주세요.
A. 안녕하세요. 그림책 작가 이승범입니다.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로 그림과 관련된 일을 해오던 저는 아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이야기 만드는 재미를 알게 되었어요. 처음 ‘그림책 작가로 일해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이었지요. 감사하게도 그림책 공모전에서 작품이 뽑히게 되었고, 지금은 많은 어린이들을 위해 이야기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그림 그리는 일을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런데 어머니께서 “승범이는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를 계속 그리고는 했지”라고 말씀해주신 적이 있어요. 어린 시절에 특별히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기억이 제겐 없는데도 말이에요.
혹시 꿈이 없어 고민인 어린이들이 있나요?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을 자세히 한번 들여다보세요. 나도 모르게 일상 속에서 계속하고 있는 일이 내가 좋아하는 것이고, 나중에 내가 하게 될 일과 관련된 것일 수도 있거든요!
Q. 그림과 관련된 여러 일을 해오셨어요. 그림책에 들어가는 그림이 갖는 특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그림책에 들어가는 그림은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 속에 들어가는 그림이에요. 책 내용에 맞게 그림 스타일을 정해 그릴 수 있지요.
책 이야기를 같이 하면서 좀 더 설명을 해볼게요. ‘내 친구 거미’는 주인공과 거미가 함께 놀기도 하고, 서로를 배려하며 친구가 된다는 내용이에요. 따뜻하고 정이 많은 주인공을 잘 드러내기 위해 동글동글하고 부드럽게 표현해 보았어요.
같은 사물이나 인물이 여러 번 반복해서 등장한다는 점 또한 그림책 속 그림이 가진 특징이에요.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고요.
Q. 거미와 친구가 된다고요?!
A. 네. 제 실제 경험이에요(웃음). 어느 날 거미가 책장 속으로 들어갔는데 너무 좁고 어두워서 잡기를 포기했어요. 책장 밖으로 나왔는지, 아직 책장 밑에서 살고 있는지는 저도 모르겠네요. 주인공이 거미줄을 이용해서 놀았던 장면도 제 경험에서 비롯된 부분입니다.
물론 책 속의 모든 부분들이 제 경험은 아니에요.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의 주요 장면을 미리 정하고, 빈 부분은 상상으로 채워갔지요. 이야기를 만들어 보고 싶은 어린이들이 있다면, 반드시 시간 순서대로 상상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하고 싶어요. 먼저 떠오르거나 꼭 넣어야 하는 부분을 정해놓고 그 사이를 채워가는 것도 방법이지요.
사실 거미를 친구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려고 노력한다면 누구든 함께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Q. 이 책은 글이 전혀 없는, 그림으로만 이루어진 책이에요. 그림만 읽는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A. 책을 읽을 때 포스트잇을 활용해 나만의 글을 써보면 좋을 것 같아요. 주인공이 할 말을 상상해서 적어보는 거예요. 책을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도 있고요.
또 이 책은 어린이가 어른에게 읽어주기를 권하고 싶어요. 어린이의 풍부한 상상력으로 훨씬 더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어린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놀이터에서 놀 때 ‘미끄럼틀을 왜 이런 모양으로 만들었을까?’라고 생각하진 않지요? 미끄럼틀은 미끄럼틀이니까 그냥 타고 노는 것이고, 그네는 그네니까 재미있는 거예요.
어린이들이 그림책을 읽을 때도 같은 마음이면 좋겠어요. ‘이 책을 통해 작가가 무슨 말을 전하고 싶었던 거지?’, ‘왜 이런 이야기를 만들었지?’라고 생각하며 읽기보다는, 그냥 그림책이니까 그림책으로, 재미있게 읽었으면 합니다.
장르 그림책│주제 거미, 우정, 반려동물│북극곰 펴냄
비가 많이 오던 어느 날이었어요. 주인공은 비를 맞고 있는 거미를 위해 창문을 열어줍니다. 집 안으로 들어와 비를 피하라고요!
그날부터 거미는 주인공과 함께 살아가요. 눈은 8개, 다리도 8개… 윽! 징그럽다고요? 책을 다 읽고 나면 거미와 친구가 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거미와 함께 사는 것은 생각보다 좋은 점도 많답니다^^. 이승범 지음. 1만4000원
▶어린이동아 이선행 기자 opusno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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